【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수주 경쟁이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에 이어 핵추진잠수함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장보고 N사업’으로 명명된 핵추진잠수함 개발 계획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미래국방전략위원회 회의에서 공식화되며 속도전에 돌입했다. 최소 20조원 규모의 국가 전략 자산인 만큼 기술력 집약을 위한 ‘원팀’ 필요성이 업계 안팎에서 거론되지만, 원자력 기술 기반 확장을 노리는 HD현대중공업과 잠수함 명가 한화오션 간 경쟁 구도가 이미 형성돼 있다는 평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핵추진잠수함 수주 경쟁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가진 강점은 뚜렷하다. HD현대중공업은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필요한 원자력 기술을 가졌고, 한화오션은 누적된 설계 경험으로 잠수함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방산 기업으로 평가된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 수행에 대한 각 기업의 자신감도 높다. 준비된 역량으로 정부 사업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는 게 양사의 공통된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은 장보고-I·II·III 사업을 통해 잠수함 설계 및 건조 경험을 축적해 온 국내 대표 잠수함 건조 기업이다. 최근에는 해군 214급(장보고-II)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도 수주하며 관련 역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SMR(소형모듈원자로) 기반 차세대 원자력 추진 선박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 해상 에너지원으로 일찌감치 SMR 분야를 낙점한 HD현대중공업은 선제적으로 역량을 키워왔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핵잠 개발을 위해서는 국내 방산 업계의 모든 기술과 역량이 결집돼야 한다”며 “당사는 정부의 핵심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기술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장보고 사업 등을 수행하며 국내 잠수함 건조 역량 축적과 함께 총 20척이 넘는 수주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방위사업청 산하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핵추진잠수함 관련 선행 설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사업 추진에 한화오션이 앞선 위치를 차지했다는 업계의 분석도 나온다. 통상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 초도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 만큼 초기 설계 단계 참여 자체가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에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핵추진잠수함 관련 정부의 기본계획이 발표된 시점인 만큼 정부의 후속 지침과 절차에 따라 필요한 역할이 부여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원자로, 핵연료, 추진체계, 유지·보수, 국제 규제 대응까지 포함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정부는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2030년대 후반 전력화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방부 안규백 장관은 “우리 원자로와 조선 기술을 활용해 자주적으로 건조하겠다”며 국내 기술 기반으로 개발·건조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설계와 건조뿐 아니라 운용, 정비, 핵연료 관리, 해체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총수명주기 체계로 사업을 통합 관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함정 건조를 넘어 원자력과 방산, 조선 산업이 결합된 국가 전략 사업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가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성공하면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 보유국이 된다.
업계에서는 정부 계획대로 국내 건조가 이뤄질 경우 기술과 부품, 운용, 정비까지 이어지는 일괄 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사업을 수주하는 기업은 핵심 기술 확보와 함께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사업 본질을 고려하면 기업 간 기술 경쟁으로 수주전을 진행하기가 어렵다. 관계자는 “잠수함 설계 역량 자체는 국내 업체들이 모두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핵심은 원자로와 저농축우라늄(LEU) 같은 핵연료 체계를 어떻게 확보·운용하느냐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력 기술과 국제 규제 문제까지 연결되는 사업인 만큼 단순 조선 역량만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핵추진잠수함 사업 특성상 정부 주도의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북대학교 장원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단일 방산 기업의 역량 범위를 넘어서는 국가 전략 산업”이라며 “기업뿐 아니라 국방부,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국가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상지대학교 최기일 군사학과 교수는 “최소 두 개 업체 정도는 핵심 수행 역량과 경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한 업체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국가 안보와 산업 측면 모두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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