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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스타벅스에서 커피보다 더 갖고 싶었던 것이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여름이면 캐리백을 받기 위해 음료를 마셨고, 연말이면 다이어리와 플래너를 모으기 위해 스탬프를 채웠죠. 때로는 한정판 굿즈를 얻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졌습니다.
스타벅스를 국내 커피 시장 1위 브랜드로 만든 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굿즈 마케팅’입니다. 커피를 파는 브랜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스타벅스를 ‘탱크데이’ 논란 이후 업계에서는 스타벅스를 키운 굿즈 마케팅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성공을 거듭하며 쌓인 관성이 결국 리스크 관리 부실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스타벅스 굿즈 전성기
스타벅스 굿즈 마케팅의 시작은 증정품이었습니다. 일정 횟수 이상 음료를 구매하면 다이어리나 텀블러를 제공하는 방식이었죠.
이 전략은 예상보다 강력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커피를 사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 브랜드 경험 자체를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정판 굿즈는 소장품이 됐고 일부 제품은 중고 거래 시장에서 웃돈이 붙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여름 e-프리퀀시 증정품인 ‘레디백’입니다. 당시 레디백을 받기 위해 소비자가 커피 300잔을 한꺼번에 주문한 뒤 가방만 챙기고 음료 대부분을 매장에 두고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스타벅스 굿즈는 강력한 구매 유인책이었습니다. 굿즈는 매출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역할을 했고, 스타벅스는 계절마다 새로운 굿즈와 한정판 프로모션을 선보이며 ‘굿즈 맛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하지만 성공이 반복되면서 굿즈는 스타벅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공식’이 됐습니다.
성공 공식이 만든 관성
최근 신세계그룹이 발표한 ‘탱크데이’ 논란 진상조사 결과는 스타벅스 내부의 허술한 마케팅 검증 체계를 드러냈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그룹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은 “이번 마케팅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해당 마케팅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의 첨부 파일조차 열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한 것이 확인됐다”며 “마케팅의 즉시성을 우선시한 까닭에 과거에 진행되던 법무팀의 검증 프로세스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실수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굿즈와 시즌 프로모션이 반복되면서 빠른 실행이 우선시됐고, 스타벅스를 성장시킨 성공 공식이 어느 순간 관성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매출 성장의 그늘
사실 스타벅스 굿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에는 레디백 품절 대란이 벌어졌고, 2022년에는 여름 e-프리퀀시 증정품이었던 ‘서머 캐리백’에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돼 대규모 리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당시에도 늑장 대응 논란이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럼에도 스타벅스는 공격적인 성장세를 이어왔습니다. 매장 수는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코리아 최대 주주에 오른 2021년 약 1600개에서 지난해 말 2100개를 넘어섰고, 같은 기간 매출도 약 2조4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대로 증가했습니다.
굿즈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수집과 경험, 소속감을 제공하며 스타벅스 팬덤을 만드는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굿즈가 브랜드의 자산인 동시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줬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 굿즈는 국내 커피업계 팬덤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꼽힐 만큼 성공적이었다”면서도 “프로모션이 일상화될수록 이벤트 자체보다 이를 검증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탱크데이 논란은 스타벅스를 키운 성공 공식이 언제든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매출을 쫓는 더 많은 이벤트보다 더 촘촘한 검증 체계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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