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선, 사전투표가 승패 가른다…‘보이지 않는 민심’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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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선, 사전투표가 승패 가른다…‘보이지 않는 민심’ 꿈틀

투데이신문 2026-05-29 12:00: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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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29일 충북 청주시 오근장동복지거점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29일 충북 청주시 오근장동복지거점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가 29일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되었다. 사전 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투표율은 3.81%로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진행된 사전 투표에 전체 유권자 4464만9908명 가운데 170만1493명이 참여했다.

이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같은 시간대 투표율(3.59%)보다 0.2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제22대 총선(5.09%)과 2025년 제21대 대선(7.00%) 동시간대 투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이전 선거 때보다 동시간대 근소하게 높게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여야는 그 ‘의미’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전투표는 이제 단순한 ‘편의 제도’를 넘어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특히 최근 5년간 치러진 전국 단위 주요 선거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높아질수록 기존 사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야는 이번에도 첫날 투표율과 지역별 참여 분위기를 통해 전체 선거 흐름을 가늠하려 하고 있다.

과거처럼 “조직표가 강한 쪽이 유리하다”는 단순 공식은 이미 상당 부분 깨졌다. 최근 선거에서는 정권 심판론, 세대별 정치 참여도, 중도층 향배, 특정 이슈에 대한 즉자적 반응 등이 사전투표를 통해 훨씬 빠르게 반영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부산 북구 만덕2동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2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단]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부산 북구 만덕2동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2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단]

사전투표 제도는 2013년 처음 도입됐다. 별도 부재자 신고 없이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게 되면서 초기에는 ‘투표 편의 확대’ 정도로 평가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전투표는 그 정치적 의미 자체가 달라졌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조기 투표 문화가 빠르게 정착했고 직장인, 청년층, 수도권 유권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선거 전략 자체를 바꾸는 수준으로 그 영향력이 커졌다.

실제 최근 주요 선거를 보면 사전투표율 상승은 단순 참여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이 확인된다. 2020년 총선 때 전국 사전투표율은 26.69%로 당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높은 참여 열기가 나타났고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압승을 거뒀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본투표에서 보수층 결집을 기대했지만 사전투표 단계에서 이미 전체 판세가 상당 부분 굳어졌다는 분석이 많았다.

2022년 대선에서는 사전투표가 더욱 극적인 변수로 작동했다. 당시 사전투표율은 36.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사전투표에 적극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했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복합적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보수층 투표를 상당 부분 끌어올리며 초박빙 승부 끝에 승리했다. 결국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특정 진영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공식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이때부터 보수층은 2020년 총선 때 사전투표율 최고치 기록이 민주당 압승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년층들도 일찍 투표에 참여하는 양상을 처음 보였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어진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사전투표율은 20.62%로 지방선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결과는 국민의힘의 우세였다. 대선 직후 치러진 선거라는 특수성이 있었지만 이 역시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진영이 유리하다”는 기존 정치권의 통념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사전투표에서 승부를 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점점 투표율이 높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총선 역시 사전투표가 핵심 변수였다. 당시 여야는 모두 사전투표 독려에 총력을 기울였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지지층 결집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막판 중도층 회복에 사활을 걸었다.

결국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사전투표 참여가 나타났고 이는 전체 선거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젊은 층과 직장인들의 조기 투표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선거운동 전략도 ‘본투표 당일 집중형’에서 ‘사전투표 총력전’으로 바뀌고 있다.

정치권이 사전투표 첫날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선거 막판 TV토론이나 대형 변수 하나가 전체 흐름을 뒤집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이 훨씬 빠르게 고정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특히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찍을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유권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런 현상이 사전투표 참여 확대와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하나의 변수는 세대다. 2030세대는 과거보다 사전투표 활용도가 훨씬 높다. 직장과 학업, 이동 동선 등 생활 패턴 자체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고령층은 여전히 본투표 선호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집을 중심으로 생활반경이 형성되다 보니 사전투표나 본투표나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전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어느 세대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는지가 전체 판세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울산 남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울산 남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여야 모두 이번 선거에서 사전투표 참여 독려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권 안정 프레임 속에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견제론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맞서고 있다. 조국혁신당 등 제3세력 역시 사전투표 참여층 확대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해석하며 총력전에 나선 상태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전투표 과열 현상이 오히려 선거를 지나치게 진영 대결로 몰아간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전투표 시작과 동시에 사실상 판세 해석 경쟁이 벌어지고 각 진영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투표율 숫자 하나를 두고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만 보고 승패를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민심의 방향성이다. 최근 선거를 돌아보면 사전투표는 단순한 ‘미리 하는 투표’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정치적 열망과 불만, 기대와 분노가 가장 먼저 분출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사전투표는 유권자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 측면에서 볼 때 분명 긍정적인 제도다. 진보진영의 한 정치 컨설턴트는 “일찍 투표했다고 해서 이후 마음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 기준이 단순한 이미지나 막판 이벤트가 아니라 이미 충분한 정보와 판단을 바탕으로 형성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면서 “정치적 관심과 참여 의지가 높은 유권자일수록 자신의 선택을 보다 능동적으로 행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사전투표 확대는 한국 민주주의의 참여 수준이 그만큼 성숙해지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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