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주운 에어팟을 돌려주려다 잊은 교사가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 AI 생성 이미지
버스에서 주운 에어팟을 주인에게 돌려주려다 깜빡 잊은 교사.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재판에 넘겨져 교직까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피해자와의 합의, 처벌불원서까지 모든 선처 요건을 갖췄지만, 정작 그가 선고받은 '즉결심판'에서는 가장 원하던 '선고유예'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법의 벽에 부딪혔다.
선처를 받기 위한 유일한 길, '정식재판'에서 이기기 위한 법률 전문가들의 전략을 심층 분석했다.
"에어캡 포장까지 해뒀는데…" 선의가 낳은 절박한 호소
경기도의 한 공립학교 교사는 버스에서 우연히 발견한 에어팟 때문에 '점유이탈물횡령죄' 피의자 신분이 됐다. 그는 "주인을 찾아줄 생각으로 가지고 내렸습니다. 이후, 에어캡으로 포장까지 해 놨는데 제 부주의로 인해 그만 깜빡 잊고 말았습니다"라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의 말처럼, 반환 의사는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 밀려 반환은 늦어졌고, 경찰의 연락을 받고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는 연락을 받은 바로 다음 날 경찰서에 습득물을 즉시 반환하고,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하며 정신적, 물질적 피해 보상까지 마쳤다. 피해자 역시 그의 진심을 받아들여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써 주었다.
모든 것이 원만히 해결되는 듯 보였지만, 사건은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거쳐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교사라는 신분 때문에 형사 처벌 결과가 징계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그는 어떻게든 최선의 결과인 '선고유예'를 받고자 했다.
'선고유예'라는 희망, 그러나 즉결심판의 결정적 한계
교사가 선고유예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는 명확하다. 유죄는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미루고, 2년이 지나면 면소(처벌받지 않은 것과 같음)되는 선고유예는 징계 수위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처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결정적인 법적 한계를 지적한다. 즉결심판 절차에서는 선고유예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즉결심판은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 등 경미한 처벌만 내릴 수 있는 간이 절차다. 반면 형법 제59조가 규정하는 선고유예는 '1년 이하 징역·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을 선고할 사안에 해당해야 한다.
즉, 즉결심판의 선고 범위는 선고유예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결국 교사가 선고유예를 받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즉결심판 결과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뿐이다.
"안일한 생각은 금물"…변호사들이 본 선고유예의 조건
변호사들은 정식재판으로 넘어갈 경우 선고유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면서도,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승빈 변호사는 "기재하신 사실관계에 비추어 정황상 절도의 고의를 탄핵하여야 하는 사건이며, 사실대로 말하면 결백을 입증할 수 있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처하면 혐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하며, 수사 초기부터 '불법영득의사(남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생각)'가 없었음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검사 출신 장우진 변호사는 정식재판에서의 유리한 요소들을 짚었다. 그는 "점유이탈물횡령죄는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습득 즉시 반환 의사가 있었던 점, 연락을 받은 다음날 바로 경찰서를 방문하여 반환한 점, 피해자와 직접 만나 사과하고 합의까지 완료한 점, 처벌불원서까지 받은 점은 선고유예 또는 벌금형 최소화를 이끌어 내는 데 매우 유리한 사정들입니다"라고 분석했다.
선고유예 위한 최후의 변론, 무엇을 말해야 하나
결국 공은 정식재판의 '최후진술'로 넘어갔다. 판사 앞에서 어떤 태도로 무엇을 말하느냐가 선고유예를 결정지을 핵심 열쇠다.
김윤환 변호사는 최후진술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언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는 변명보다는 '주인을 찾아주려 했으나 부주의로 반환이 늦어진 점, '즉시 반환 및 피해 회복을 완료한 점', '교직 수행에 미칠 영향과 재발 방지 의지'를 차분히 정리하는 방향이 중요해 보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선의에서 시작된 행동이 법적 무지와 만나 한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역설적인 상황. 한순간의 실수가 평생의 오점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법의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상황을 논리적으로 소명하는 지혜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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