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이란전 초래 고물가에 '콘크리트 지지층' 균열 해석
WP "11월 중간선거 앞둔 공화당에 경고"…백악관 "일시적 혼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비(非)대졸 백인 계층에서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분석이 나왔다.
백인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은 지난 3차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 경제적 불안, 관세 부작용, 대외 군사작전 등을 계기로 이탈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CBS 뉴스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유고브가 1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유권자 중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은 54%로, 긍정 평가(46%)보다 높았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전체 응답자 2천64명을 기준으로 95% 신뢰수준에서 ±2.7%포인트다.
조사 대상 중 비대졸 백인 유권자가 몇 명이었는지 정확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런 여론조사에서는 대체로 전체 응답자의 40∼44%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CBS 뉴스 여론조사에서 1년 3개월 전인 2025년 2월 비대졸 백인 유권자 집단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68%로 부정 평가(32%)를 압도했고, 이란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올해 2월까지만 해도 부정 평가는 45% 수준에 그쳤다.
WP는 CBS 뉴스 여론조사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비대졸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 부정 평가가 더 우세해진 점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매우 심각한 경고 신호라고 진단했다.
비대졸 백인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을 뒤엎고 당선된 2016년 대통령선거전 때부터 줄곧 굳건한 지지기반이었다.
이들은 해외로 빠져나간 일자리를 되찾고 '세계화'를 배격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에 열광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당선 확정 후 승리 연설에서 "우리나라의 잊힌 남녀들은 더 이상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들을 열광시켰다.
당시 출구조사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대졸 백인 유권자층에서는 트럼프에 수%포인트 뒤지는 데 그쳤으나, 트럼프는 비대졸 백인 유권자 중 3분의 2를 휩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과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비대졸 백인 유권자들로부터 비슷한 비율의 지지를 얻어, 경쟁하는 민주당 후보들과 30%포인트가 넘는 격차를 유지했으나, 작년 초부터 지지율 하락이 나타났다.
최근 지지율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라고 WP는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비대졸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경제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처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은 긍정 평가 비율보다 22%포인트 높았다.
올해 4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3.8%로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다.
휘발유 가격은 갤런(3.7854리터)당 4.51달러(6천737원)로 치솟아 노동자 계층의 가계 경제를 옥죄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월 말에 시작한 이란 공격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류 차질이 빚어지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자 계층에게 약속했던 핵심 경제 공약인 관세 정책도 물가 상승과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계획 철회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북미 지역 전기·전력산업 노조인 국제전기노동자형제단(IBEW)의 간부이며 오하이오주에 거주하는 오스틴 키저는 다른 노조 간부들이 노조 회의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전하더라고 WP에 말했다.
트럼프가 출마한 3차례 대선에서 모두 트럼프에 투표했다는 57세 용접공 페기 리프는 WP에 트럼프 1기 때는 "은행에 돈이 있었다"면서 물가도 낮았고 휘발유 가격도 쌌다고 말했다.
리프는 "그(트럼프 대통령)는 해외나 이란처럼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는 우리를 위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안 보인다"고 말했다.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 계층의 이반은 오하이오주를 비롯한 핵심 경합주에서 공화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1% 격차로 오하이오주에서 이겼으나, 올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연방상원 의석 1석과 주지사 자리를 지키기 위해 거액의 선거자금을 써가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백악관 공보담당 쿠시 데사이는 WP에 보낸 입장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에서 노동자 계층의 역사적인 번영을 이뤄냈고 아울러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부의 불평등을 감소시켰다. 이런 혼란이 지나가고 나면, 그는 두 번째 임기에서도 그 성공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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