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지구 온난화를 막고, 기다려 준 자연에 응답하게 되길 바랍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0% 이상으로 상향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11월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1년 전인 2020년 10월,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탄소중립(Net zero)이란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지 않도록 배출량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2050 탄소중립' 선언은 2050년까지 한국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전혀 없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한 중간 단계로 2030년까지 '2018년 총 배출량' 대비 40%의 탄소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97년 12월 교토의정서가 체결되고 2005년 뒤늦게 발효된 시기부터 세계 대다수 정부가 탄소배출에 대한 환경 규제를 시작하면서 산업의 전환을 준비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러한 준비에 소홀했다는 게 중론이다.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발전 등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산업을 주력으로 둔 한국이 탈탄소로 전환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나마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으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법체계를 갖췄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나오면서 저탄소 전환 성과는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문재인 정부에서야 전환을 위한 본격 시동이 걸린 셈이다.
한국 정부는 2015년 COP21(파리) 회의에 참석하고 2016년 파리협정 서명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이후 파리협정 이행 의무 국가로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을 수립했다. 파리협약은 전 지구의 기온 상승분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일사천리로 탄소중립 정책이 세워졌다. 화석연료를 감축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게 골자다.
전력거래소 에너지계획처에서 2025년 7월 낸 '발전설비현황'을 보면 2014년 기준 석탄화력발전은 전체 에너지원의 44.1%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하지만 2024년 기준(28.1%)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반면 신재생이 3.3%에서 10.6%로, LNG가 22%에서 28.1%로 비중이 늘어났다. 앞으로는 그나마 존재하는 28%의 화력발전소도 폐쇄될 전망이다.
숫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기존 산업을 없애고 신 산업을 육성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화석연료 감축으로 실직하는 노동자를, 그리고 발전소가 사라지면서 무너지는 지역경제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태안군 내 일자리 10분의 1이 화력발전소에 집중
탄소중립을 위해서 2038년까지 국내에서 운영되는 40호기의 석탄발전소가 폐지되면 현재 가동 중인 60호기(2026년 5월 기준) 중 66%가 넘는 석탄발전소가 사라진다.
29호기의 발전소가 있는 충청남도는 무려 22호기나 폐지된다. 특히 총 10호기의 화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태안군에서는 여덟 기가 폐지된다.
충청남도 노동전환지원센터가 2025년 10월 발간한 '태안 화력발전(1,2호기) 폐쇄에 따른 노동전환 및 지역 영향 사례와 지원 방안'을 보면 태안 석탄화력발전 총 10호기에는 공식적으로 원청 노동자가 1232명, 협력업체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 최소 1444명 일한다. 이를 합산하면 2676명으로 태안군 전체 종사가(2만7810명)의 9.6%에 달한다. 즉 태안군 내 일자리의 10분의 1이 화력발전소에 집중돼 있다는 이야기다.
협력업체의 규모(평균 65.6명)도 태안군 내 사업장 평균(2.9명)보다 월등히 크다. 원청의 업체당 평균 종사자수는 410.7명에 달한다. 이는 좋은 일자리가 발전소에 집중돼 있다는 방증이다.
이렇다 보니 태안은 발전산업의 지역산업특화도가 전국 평균의 14배로 발전산업, 즉 특화산업의 비중이 어느 지역보다 크다. 더군다나 화력발전업이 포함된 '전기, 가스, 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은 태안군 전체 부가가치의 23.01%를 차지한다. 화력발전소 종사자 수가 태안군 일자리의 9.6%였던 것에 비해 부가가치 비율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는 해당 산업이 자본집약적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고용 인원 대비 매우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특히 2024년 기준, 태안군의 석탄발전 관련 세수는 335억 원으로 총 지방세 수입 1054억 원의 31.8%에 달한다. 태안에서 석탄 화력발전소가 사라지면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도 파탄 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임금 보전 위한 잡쉐어링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최근 다시금 '정의로운 전환'이 주목받고 있다. 이 개념은 1980년대 미국 석유-원자력-화학노조(OACW) 지부장을 역임한 토니 마조치(Tony Mazzochi)가 사실상 처음 만든 개념이다.
우리보다 먼저 탄소중립 절차를 밟고 있는 다른 나라는 이미 '정의로운 전환'을 진행 중이다. '석탄발전 폐지 관련 정의로운 전환 법제 적용을 위한 과제'(법제연구 제69호(2025), 김호철)'에 따르면 미국은 4000만 달러 기금 조성으로 일자리 창출을, EU는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을 통해 175억 유로 등으로 에너지 전환에 투자를, 독일은 탈석탄위원회로 노동자들의 반발을 조정했다. 영국은 녹색산업혁명(정부와 민간에서 480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로 25만 개 일자리 창출)으로 석탄발전 중단으로 피해를 보는 노동자와 지역을 지원했다.
한국도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 탄소 중립 추진을 위한 3대 전략 중 하나인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의 주요 정책을 보면 취약 산업·계층 보호, 지역 중심 탄소중립 실현, 국민인식 제고 등이 포함돼 있다.
지역 차원에서는 충청남도에서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에 대응하기 위해 '충청남도 정의로운 전환 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총 100억 원을 목표로 2021년 10억 원, 2022년 15억 원, 2023년부터 매년 25억 원 투입을 계획했다. 이는 고용안정 및 일자리 전환 사업, 지역의 기업 유치, 소상공인 지원 등에 사용된다.
지난 19일에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석탄발전소 폐지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석탄발전소 폐지로 대규모 실직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직무 전환과 고용 지원 등을 금전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핵심이다.
충남노동전환지원센터에서 활동하는 염상열 노무사는 "지원법 등으로 마련되는 지원 기금으로 석탄발전소에서의 실직자를 막고 기존 노동자의 임금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염 노무사는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2호기 폐쇄되는 올해부터 유휴인력이 대거 발생해 현장에서는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전환기금을 통해 임금보전을 하는 잡셰어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염 노무사는 "잡셰어링을 할 경우, 인력이 많아지므로 원활한 교육훈련 및 안전한 일터 확보가 가능하다"며 "다만 잡셰어링으로 근무시간이 단축되면서 줄어드는 임금으로 기존 노동자들의 반발이 심해질 것이기에 이를 막기 위해 정의로운전환 기금을 통해 임금을 보전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