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스] "트레이딩 스타워즈…인간 없는 로봇 쩐의전쟁 곧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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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톡스] "트레이딩 스타워즈…인간 없는 로봇 쩐의전쟁 곧 온다"

연합뉴스 2026-05-29 08:03: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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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탁탁 탁탁탁" 손가락이 바삐 움직인다. 초당 수십번. A씨는 온종일 손가락 터치로 매일 수익을 올린다. 2000년대 초 한국 증시는 스캘퍼(Scalper·초단타 매매자)들의 시장이었다. 스캘퍼들은 강남, 여의도 일대 부티크나 트레이딩룸에 모여 살면서 매일 마우스 전쟁을 벌였다. 스캘퍼 매매는 '인간의 눈과 손가락'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다. 이들은 매매 속도를 0.01초라도 줄이기 위해 반응 속도가 빠른 마우스와 키보드 구매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머니톡스] "트레이딩 스타워즈…인간 없는 로봇 쩐의전쟁 곧 온다" - 1

2000년대 중후반 손가락이 빛의 속도로 계산하는 컴퓨터를 이길 수 없게 되면서 인간 스캘퍼들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2008년 국내에서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HFT)를 최초로 도입한 공학도 트레이더 출신의 김지건(51) 한국 LIT(라인 인베스트먼트 테크놀로지스) 대표는 "매매는 매수 아니면 매도이다. 내가 버는 수익이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느냐를 알아야 한다. 남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흉내 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업력이 쌓이고 디테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LIT(라인 인베스트먼트 테크놀로지스) 사무실 한국 LIT(라인 인베스트먼트 테크놀로지스) 사무실

# 영화 '스타워즈'에서는 인간 비행사인 루크 스카이워커 옆에 내비게이션과 계산을 담당하는 로봇 'R2-D2'가 탑승해 함께 전투기를 조종한다. 현재 전 세계 트레이딩 시장도 인간과 인공지능(AI) 협업 시대에 있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계량 분석해 전략을 제안하면 인간 펀드매니저가 투자 결정을 내리는 협업 방식이다.

전문 운용사 LIT는 국내에선 아직 드물지만, 기계와 인간이 협업하고 기술과 금융이 융합하는 실험을 한다. 알고리즘 트레이딩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들이 설립해 언뜻 보면 정보기술(IT) 회사처럼 보인다. 데이터 기반의 계량화 시스템은 인간이 할 수 없는 미세한 시장 흐름과 체결 오차를 잡아낸다.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의 탐욕과 공포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매일 전 세계 100개 선물시장을 들락거리며 데이터를 분석한다. 물론 시스템상에서다. 매매 프로그램 모델은 인공지능(AI)을 포함해 30개에 이른다.

특히 AI는 많은 시장 데이터를 실시간 학습하면서 서로 다른 자산 간의 '관계 변화'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탐지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가격이 오르면 매수하고 하락하면 매도하는 추세 추종(Trend Following) 전략을 보자. AI는 단순 가격 흐름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 패턴, 시장 간 연결 구조, 변동성 변화까지 분석해준다. 날씨 변화와 계절성, 공급망 구조와 같은 복합적인 요인들로 변화무쌍한 원자재 시장에서도 AI는 이런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인간이 발견하기 어려운 '패턴'을 뽑아내 전략에 반영한다.

LIT, 매매 프로그램 모델 개발 LIT, 매매 프로그램 모델 개발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시장이다.

김 대표는 "철저한 제로섬 구조인 파생시장에서 기존 프로그램을 단순히 모방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우위를 점할 수 없다"며 "자체 개발 알고리즘과 고성능 매칭 기술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전문 운용사들이 늘고 기술이 계속 진화하면 국내에서도 트레이딩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런던 등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에선 헤지펀드들과 트레이딩 기업들이 수학과 물리학, 컴퓨터공학 박사들을 고용해 매매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며 트레이딩을 하나의 '첨단 기술 산업'으로 정착시켰다.

# 지금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곧 다가올 미래의 트레이딩 시장이 어떤 모습일까가 화두이다. 로봇들이 군대를 이뤄 전쟁을 벌인 스타워즈 속 장면을 떠올려보자. 미래의 트레이딩 시장도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 AI 군단끼리 0.000001초 단위로 돈을 뺏고 빼앗기는 이른바 '쩐의 전쟁터'가 될 수 있다. 인간 트레이더는 모니터를 지켜보면서 AI 시스템을 감독하고 방향을 조율하는 사령관 역할만 하면 된다.

미래에는 누가 더 뛰어난 AI 모델을 개발했나, 누가 압도적인 컴퓨팅 파워를 가졌는가의 싸움이 될 것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미 인간의 개입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트레이딩'이 우리 앞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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