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오의 시조 풍경-17] 몽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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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의 시조 풍경-17] 몽 돌

중도일보 2026-05-29 00:00:01 신고

3줄요약
폭풍우가 물어뜯어 사나워진 바닷가

날개 꺾인 파도가 파들대는 외딴 섬

싱싱한 달빛 그물망

반짝이는 저 눈망울



넘어져 알을 낳는 바다의 비명소리

바람이 덮어주고 어둠이 품어주면

등대 불 손잡고 자라

재주넘는 몽돌들



새가 된 소녀는 꿈의 날개 휘젓고

갯마을 야생화 추억을 피워 물면

몽돌은 뽀얀 젖 내놓고

지친 파도 물린다



<시작노트>

깨지고 모난 돌이 몽돌이 되는 것은 사람이 성불하는 것과 같다.

불가에서 선재동자가 53인을 만나 온갖 체험을 다하고 최후 53번째 보현보살을 만나 최고의 깨달음 즉, 아뇩다라 삼먁 삼보리를 얻는 것과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의 마음 그 자리라 하더라도 깨달을 때까지 갈고 닦아서 그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요즈음 대승불교의 전통인 참선이 불가에서 대대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종래에 일반적으로 참선을 좌선(坐禪) 위주로 인식하는 것이 속인들의 인식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나 진정 몽돌과 같은 참선의 과정은 선재동자의 53인을 만난 것에 비하면 5억 3천을 넘어 만나고 부딛고 갈고 닦아서 이루어진 모습이 아니랴. 그렇게 생각하면 한 알의 몽돌이 얼마나 오묘한 인과응보(因果應報)의 결과이겠는가. 그렇게 바닷가에 놓인 몽돌의 모습을 묘사하고 그 뜻을 상상하고 느끼며 진술한 한 편의 시조이다. 최종의 종장에 몽돌이 뽀얀 젖을 내놓고 지친 몸으로 찾아와 쓰러지는 파도에게 젖을 물리는 모성의 보시를 찬탄하는 것이다.

박헌오/한국시조협회 5대 이사장, 초대 대전문학관장

박헌오박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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