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구치소서 '항의 단식' 활동가에게 "다이어트 하냐" 조롱한 한국 영사 논란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이스라엘 구치소서 '항의 단식' 활동가에게 "다이어트 하냐" 조롱한 한국 영사 논란

프레시안 2026-05-28 20:04:05 신고

3줄요약

가자지구 구호 선박에 탑승했던 한국 국적 활동가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알몸 수색을 당하고 테이저건 등을 이용해 폭행을 당했다면서, 이스라엘의 폭력이 체계적이고 구조적이었다고 증언했다. 활동가들이 구금되지 않았으며 특별 대우를 받았다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해진 대목이다.

28일 서울 녹색병원에서 팔레스타인해방을위한한국본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팔레스타인긴급행동 주관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증언에 나선 활동가 해초 (본명 김아현) 씨는 "여권이 만료된 채로 이스라엘에 구금당했다. 이스라엘은 총을 겨누며 위협했고 몸수색 명목으로 몸을 뒤졌다"라고 진술했다.

해초 씨는 당시 이스라엘 군이 옷을 벗기고 얇은 옷만 걸치게 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했던 활동가 동현(김동현) 씨도 알몸 수색을 당하고 여권과 소지품을 모두 빼앗긴 이후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이를 촬영하며 기록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활동가 승준(이승준) 씨 역시 여권 및 신원확인을 하고 난 이후 진행된 절차는 구타였다면서 이스라엘의 폭력이 체계적이었다고 밝혔다.

해초 씨는 이스라엘 군에 의해 붙잡힌 이후 크치오트 군사 수용소를 거치지 않고 이스라엘 아슈도드 항구로 보내졌는데 이곳에서도 이스라엘군의 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초 씨는 항구 내 컨테이너에 도착해 뺨을 여러 차례 맞았는데, 두 번째 뺨을 맞을 때 귀에 이상 소리가 들렸고 세 번째 뺨을 맞을 때 코피가 났다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해초 씨는 이 폭행으로 고막 천공 진단을 받았다.

이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한국 국적 활동가들을 구금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지난 20일 이타마르 벤 그비르 이스라엘 국토안보부 장관이 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아슈도드 항구 시설에서 수십명의 활동가들이 손발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영상과 사진을 공개해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 한국 국적 활동가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도 이와 비슷한 취급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해초 씨는 항구의 컨테이너에서 제공된 것은 하루 500밀리리터의 물과 손바닥만한 빵 하나가 전부였으며, 거의 모든 남성이 테이저건에 맞았고 여성들은 성추행,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수감돼 있던 활동가들의 머리와 가슴에 총구 끝에서 나오는 레이저가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승준 씨는 테이저건을 맞고 군화로 발길질을 당하는 등의 폭행으로 인해 갈비뼈가 골절됐다. 그는 같이 수감된 다른 활동가들이 물이나 식량을 요구하자 이스라엘군이 섬광탄을 쏘는 등 폭력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동현 씨의 경우 지속적인 이스라엘군의 폭력으로 인해 횡문근융해증 소견을 받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횡문근융해증은 근육의 성분이 혈액으로 방출되면서 나타나는 질병으로, 보통 운동을 과도하게 하거나 산업재해 또는 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큰 부상을 당하는 경우에 볼 수 있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임 원장은 동현 씨의 경우 혈액검사상 근육 손상을 나타내는 CK 수치가 정상 수치의 30배가 넘는 5620이 나왔다면서 폭행 및 심한 구타가 의심되는 손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수액치료 및 안정을 통해 26일 기준 수치는 정상 수준보다 약간 높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 원장은 "활동가들이 20일에 추방됐는데 하루만이라도 늦어져서 더 구타가 더 이어졌다면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굉장히 큰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라며 "병원에서 퇴원하고 남은 기간 동안 심리 상담이나 마음의 안정을 찾는 조치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현 씨는 이스라엘군이 테이저건을 쏘고 손을 케이블타이로 묶는 등 체포 당시부터 폭력이 가해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붙잡힌 이후 이틀 정도 감금됐는데, 감금 시설 및 환경이 비인도적이었다고 전했다.

동현 씨에 따르면 2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6개의 컨테이너에 갇혀 있어 공간이 매우 부족했으며, 12개 가량의 이동식 화장실이 비워지지 않아 비위생적인 상태가 이어졌다고 한다. 또 알몸 수색을 하고 나서 옷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빵이 들어 있던 푸른 비닐 봉투를 몸 위에 바람막이처럼 걸쳐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동현 씨는 "항구로 이동하면서 다시 손이 묶였고, 몸수색을 당하고 이동하는 5~10분 간 주먹과 발로 구타를 당했다. 이후 손이 뒤로 묶인 채 머리와 두 무릎을 땅에 고정시키는 고문 자세를 2~3시간가량 유지했다"라며 "손목이 강하게 묶인 탓에 계속 피가 났고 손에는 감각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동현 씨의 동의 없이 지문을 채취하기도 했다.

▲ 28일 서울 녹색병원에서 팔레스타인해방을위한한국본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팔레스타인긴급행동 주관으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 활동가 해초(김아현), 동현(김동현), 승준(이승준)씨. ⓒ프레시안

이같은 활동가들의 증언은 한국인에 대한 구금 없이 즉각 추방했다는 한국 정부 및 주한이스라엘 대사관의 입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지난 21일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우리 국민 탑승 선박 나포 전후로 각 급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구금 없이 즉각 석방·추방되도록 해줄 것을 요청해 왔으며 이스라엘측은 이를 감안하여 특별히 한국 국민 2명은 구금시설을 거치지 않고 바로 추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구금시설을 거치지 않고 추방했다는 게 이스라엘이 우리나라 국민한테만 해 준 특별한 대우냐는 질문에 "특별히 그렇게 조치가 된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28일 입장 자료를 통해 "우리 국민 2명의 경우에는 20일 별도의 구치소 구금 없이 바로 추방 조치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활동가들을 대했던 이스라엘 한국 공관의 대처도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초 씨는 "(이스라엘) 구치소를 찾은 한국 영사는 이스라엘 점령군이 주는 빵을 거부하는 저에게 다이어트를 하냐고 조롱했고 제가 폭행당했음을 알렸을 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라며 "전화를 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했던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활동가 민희 씨는 "한국 영사는 해초와 동현을 처음 만났을 때 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한국의 활동가나 가족, 의사에게 이 상황(이스라엘의 구타)을 전하기 위해서 전화를 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한국으로 연락을 할 수 있도록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동현 씨가 추방된 이후 비행기를 기다리며 유치장에 있었을 때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 부영사가 "이스라엘에서 먹을 것을 제공했는데 왜 안먹는 것이냐, 이스라엘 경찰관이 궁금해한다"고 물었고, 이에 동현 씨는 불법 나포와 구금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먹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 건이 불거진 이래로 여러 조치를 했고 관련되는 당사국들과 출입국당국에도 협조했었다. 특별히 이스라엘 당국에 대해 수 차례 걸쳐 우리 국민의 구금없이 석방되도록 요청했다"라며 정부가 최선을 다해 재외국민 보호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이날 별도의 입장 자료에서 "엄중한 상황에서 (주이스라엘대사관) 영사가 우리 국민에게 '다이어트하냐'고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전화기를 빌려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당시 영사접견 장소가 공항 경찰서 내부라서 어려울 것 같다고 했고 당시 해당 국민도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교부는 활동가들이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에 대해 "영사가 경위를 묻고 기록했으며, 우리 국민의 설명 내용 등을 즉시 본부에 보고했다"면서 "영사는 우리 국민 출국 다음날 아침 (이스라엘 시간 8시) 김아현 부친과 통화하고 김동현 모친에게 문자를 보내 영사접견 후 안전하게 출국했다는 사실을 전했으며, 해당 부모는 각각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본부는 대사관 보고 내용과 우리 국민 2명이 귀국 후 언론을 통해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주한이스라엘대사대리를 불러 철저한 사실관계 조사 및 책임자에 대한 필요한 조치 등을 요구했으며, 앞으로도 이스라엘 측과 동 사안 관련 필요한 소통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활동가들은 오는 6월 2일 외교부와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해초 씨는 동현 씨 및 여권 무효화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와 함께 외교부 당국자와 면담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활동가 민희 씨는 "외교부 해외위난대응과에서 연락을 줬다. 가혹행위 상황과 관련해 면담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만나게 됐다"라며 "약속을 잡은 이후 외교부에서 (해초 씨가) 가자지구에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면 여권 발급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만나자고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일하게 한국만 이 사안(가자지구 구호 선박 참여)을 이유로 (해초 씨의) 여권을 말소(무효화)했다. 얼마나 심각한 시민권 침해인지 외교부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정부가 가자지구 활동가들의 구호 선박 탑승을 막기 위해 여권을 무효화하고, 이스라엘이 한국 국적의 활동가들을 구금했음에도 이들이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평가하는 배경에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유엔 무역통계(COMTRADE)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월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그 다음해인 9월까지 한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많이 판 국가 8번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동현 씨는 "전직 공군 참모총장을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로 올해 초 임명하고 보호를 명목으로 여권을 취소해 자국민이 불법 이민자 신분으로 잡히거나 최악의 경우에 이스라엘 감옥 내에서 어떤 영사 보호도 받지 못할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일은 저에게는 하나로 보인다"라며 "우리에게 제공된 외교적인 도움은 한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이 맺고 있는 경제적, 군사적 동맹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활동가들을 포함해 기자회견을 주체한 단체들은 한국 정부의 이같은 행태를 두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해 온 이재명 정부 아래에서 (이러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 권력으로 팔레스타인 연대와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강력히 규탄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