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EU 외무장관 회의서 관련 의제 논의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5년째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유럽이 러시아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럽 내부에서 커지고 있지만,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맹폭을 퍼붓자 러시아와 직접 협상에 대한 회의론에 좀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중동 전쟁 와중에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뒷전으로 밀리자 유럽연합(EU) 내부에서는 특사를 임명해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 유럽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부쩍 거론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주 앉을 특사로 누가 적합한지에 대한 하마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극초음 탄도미사일까지 동원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러시아가 외교관들과 국제기구 직원들에게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철수하라는 으름장까지 놓자 러시아와의 직접 협상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라고 유럽 전문 매체 유로뉴스는 전했다.
28일 키프로스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한 EU 관계자는 "당신을 죽이려는 상대와 대화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말로 내부 기류를 전했다.
EU의 한 외교관도 현시점에서 대러 협상에 나설 인물을 논의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다"고 논평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퍼붓고, 강경 발언을 내놓는 것은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수세에 몰린 러시아의 초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러시아와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와의 직접 협상에 거듭 회의적인 입장을 밝혀 온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날 키프로스 외무장관 회의에 앞서 유럽이 러시아가 파놓은 '함정'에 빠지면 안된다고 밝히며 재차 경계감을 드러냈다.
칼라스 대표는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우리로 하여금 누구를 협상 대표로 내세울지를 두고 논쟁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누가 적합한지까지 직접 선택하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런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유럽 내 일부 국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러시아와 협상에 나설 유럽 측 대표를 임명하는 데까지 나아갈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과 안보 체제를 논의할 생각이 있다며, 유럽 측 협상 상대로 유럽 내 대표적 친러 인사이자 자신과 가까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최근 지목했다. 이를 계기로 유럽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등이 자천타천으로 러시아와 협상에 나설 특사 후보로 거론돼 왔다.
유로뉴스는 이날 키프로스에 모이는 유럽 외무장관의 상당수는 현시점이 러시아와 대화를 논할 때가 아니라, 더 큰 압박을 가할 방법을 궁리할 때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고 짚었다.
마르구스 차흐크나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EU가 중립적 중재자 역할로 방향을 바꾸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유럽은 러시아와의 대화 대신 '전략적 인내'를 통해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dpa통신은 러시아와의 직접 대화 문제, 중동 전쟁 등이 논의될 이날 키프로스 회의에서 러시아의 금융 부분과 방산 업체를 겨냥한 제21차 대러 제재안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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