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반도체 여왕' 허팅보 "타우 법칙, 제재 뚫은 고속도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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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반도체 여왕' 허팅보 "타우 법칙, 제재 뚫은 고속도로"(종합)

연합뉴스 2026-05-28 17:31: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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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법칙' 극복 패러다임 전환 시도…"원점서 다른 길 찾아"

EUV없이 2031년 1.4나노 공정 도전…"또다른 '딥시크 모멘트' 기대감"

화웨이 반도체사업부 허팅보 총재 화웨이 반도체사업부 허팅보 총재

[화웨이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무어의 법칙'의 한계 극복을 위한 '타우 법칙'(the Tau Scaling Law)을 제시한 가운데,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화웨이 임원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제재에 직면한 중국 반도체 업계가 타우 법칙으로 새 돌파구를 마련할 경우 이는 '가성비' 인공지능(AI) 모델로 충격을 줬던 딥시크처럼 또다른 '딥시크 모멘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화웨이 반도체사업부 허팅보 총재는 28일 보도된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물리적 한계뿐만 아니라 화웨이가 (2019년 5월 미국의)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동종업체들보다 더 빨리 (무어의 법칙에 따른) 벽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무어의 법칙의 본질은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이는 게 아니라 그에 따른 신호 전달 속도·거리 개선 등에 있음을 깨닫고 "원점으로 돌아와 다른 길을 찾았다. 성능을 개선하면서 비용은 낮췄다"고 설명했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의 이름을 딴 것으로 반도체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 수가 약 2년마다 2배로 늘어나 성능도 2배가 된다는 내용이다.

허 총재는 미국 제재 직후 회사 내부 서신을 통해 '스페어 타이어'(플랜B)로 바꾸자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지난 6년을 돌아보면 그 길의 어려움이 수두룩했다. 직접 겪어본 사람만 아는 것"이라며 "퇴로가 없는 게 승리의 길"이라고 말했다.

또 회사가 이를 담당할 수만 명 규모의 '모예'(막야) 공작소조를 만드는 등 적극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모예는 고사성어 '간장막야'와 관련 있다. 중국 고사에 따르면 대장간 장인 간장이 오나라 왕의 명으로 검 2자루를 만들려고 했지만 3년이 지나도 청동이 녹지 않았다. 이후 아내인 막야가 머리카락·손톱을 잘라 가마에 넣고 소녀 300여명에게 풀무질을 시키자 비로소 청동이 녹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만든 명검을 각각 '간장', '막야'로 이름지었다는 내용이다.

이와 유사하게 무어의 법칙이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드는 '기하·공간적 축소'에 초점을 맞춘 반면, 타우 법칙은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해 신호가 전달되는 시간을 줄이는 '시간 축소'에 주목한다.

화웨이는 이를 통해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없이 칩 제조 역량을 끌어올리고, 2031년까지 트랜지스터 밀도를 높여 공정 수준을 1.4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에 대해 "'평면 도시'를 '입체 도시'로 바꾸는 것과 같다"면서 "구역 사이에 수백만 대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직통 거리를 크게 단축했고, 이를 통해 시간을 절약하고 성능을 높였다. 로직폴딩 기술의 핵심은 전체 시스템이 더 빨리 임무를 완수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무어의 법칙 제시 후 업계에서 받아들여지는 데 10년이 걸렸다면서 "향후 5∼10년간 반도체 산업이 병목에 직면하면 반드시 타우 법칙을 진지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허 총재는 인민일보 인터뷰에서는 플랜B를 제안했던 2019년 당시 밤잠을 설쳤다며 현 상황에 대해서는 "6년 중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있다"고 밝혔다.

이어 "방향만 맞으면 조금 늦는 것은 상관없다. 계속 앞으로 가면 결국 다리와 길을 찾을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기초이론 연구에 대한 실천으로 우리는 길을 뚫었을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를 건설했다"고 말했다.

또 기술·공정 측면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는 지나갔다면서도 자만하지 말고 다른 어려운 요인도 극복해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7년 전 우리는 길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퇴로가 없는 게 승리의 길'이라는 것은 매우 큰 결심이자 비전이었지만, 여전히 기술적 경로가 필요했다"며 "타우의 법칙은 우리가 구한 답"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미국 국기를 배경으로 한 반도체 기판 중국과 미국 국기를 배경으로 한 반도체 기판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화웨이의 '반도체 여왕'(허팅보 총재)이 중국의 반도체 계획을 새로 쓰려한다"면서 "(허 총재의 이번 발표는) 화웨이가 '무엇을 구매할 수 없는지'에서 '무엇을 여전히 만들 수 있는지'로 화제를 옮기려 함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화웨이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대중적 주목도가 낮았던 허 총재가 이번 발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며 1996년 화웨이 입사 후 반도체 부문에서 일해온 그의 경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른 매체 홍콩01은 "화웨이 타우 법칙의 배경에는 '반도체 여왕' 허팅보가 있다"면서 "30년간 (반도체 분야를) 깊이 갈았고 '스페어 타이어'로 미국의 제재를 이겼다"고 봤다.

한편, 신화통신은 타우 법칙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며 미국매체 마켓워치가 번스타인 보고서를 인용해 "타우 법칙이 또 다른 딥시크 모멘트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중국매체 펑파이는 "최근 몇 년간 딥시크의 굴기부터 화웨이의 타우 법칙에 이르기까지 분명한 추세가 있다"면서 "중국 과학기술 산업이 더는 기존 구조에서의 격차 축소에 만족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길을 찾기 시작했다. 기술 추격자에서 규칙 정의자로 바뀌고 있다"고 봤다.

이어 타우 법칙으로 경쟁의 좌표가 '누구의 공정이 더 선진적인가'에서 '누구의 시스템 성능이 더 우수한가'로 바뀐다고 말했다.

화웨이 로고 화웨이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밖에 SCMP에 따르면 베이징대 연구진은 최근 칩 설계 소프트웨어에서 주요한 진전을 거뒀다면서, 이를 통해 화웨이 반도체 부문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툴이 화웨이 로직폴딩과 호환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EDA를 위한 시제품 형태로 공개됐으며, 기존 EDA 시장을 시놉시스 등 서방 기업이 주도하는 만큼 중국으로서는 이 분야에서의 자립도 절실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기존 EDA가 고층 건물을 층별로 설계하는 것처럼 각각의 2차원(2D) 층을 만들어 쌓는 식이라면, 시제품은 '진정한 3D'이며 설계 과정에서 여러 층의 칩을 하나의 구조로 다루며 이를 통해 칩 내부의 배선 길이를 30%가량 줄이고 성능·발열도 개선했다고 소개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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