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작동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효율과 편리함을 확장하는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위험과 윤리적 과제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AI 논의의 핵심은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니라 올바른 사용과 책임 설계에 있다. 명확한 기준과 통제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AI는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불평등과 불신을 심화시킬 수 있다.
투데이신문의 [AI&윤리] 기획연재는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룬다. AI가 사회 곳곳에 남기는 여파와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짚고, 책임·공정성·투명성 등 윤리 원칙이 왜 필요한지,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돼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지난 6일 종로구 조계사 경내에서 이례적인 수계식이 거행됐다. 갈색 승복을 걸친 휴머노이드 로봇이 국내 최초로 등장한 것이다.
인공지능(AI)은 수천 년의 종교의 영역을 불과 몇 년 사이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반야심경 독송 음성을 AI로 구현하는 것부터 로봇이 종교 의례의 주체로 등장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신앙의 공간이 첨단 기술과 교차하는 가운데 종교계 안팎에서는 ‘영성의 확장’이라는 기대와 ‘종교 본질 훼손’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불교에 귀의한 이들이 계를 받는 의식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로봇, ‘가비’는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모델 G1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한화로 약 1900만원 수준의 이 로봇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합장과 응답·보행 등의 동작을 수행했다.
가비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지난 2월 AI 로봇 승려 ‘붓다로이드’가 공개됐다. 교토대학교 연구팀이 올해 초 교토 쇼렌인 사원에서 선보인 이 로봇은 불교 경전을 학습시켜 개인의 고민과 사회적 문제에 관한 영적 조언을 제공하는 로봇으로 개발됐다.
‘AI 예수’에 고해성사까지…“영성까지 대신할 수 있나”
국내 교회 현장에서도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설교 준비 과정에서 성경 주석 분석을 AI에게 맡기거나 찬양 선곡, 기도 제목 분류에 AI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실시한 ‘목회자의 챗GPT에 대한 인식과 사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목회 현장에서 AI를 사용하는 비율이 2023년 3월 41%에서 2025년 5월 80%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실험도 이뤄졌다. 스위스 루체른 성 베드로 성당은 지난 2024년 8월 고해성사실에 AI 예수를 설치하는 ‘Deus in Machina(기계 속의 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두 달간 전 세계 1000명 이상이 고해성사실을 찾았으며 방문자의 3분의 2가 ‘영적 경험에 도움이 됐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은 종교별 교리와 신학에 따른 수용 방식 차이에 대해 언급했다.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는 “불교계가 개방적으로 AI 퍼포먼스를 수용하는 반면 기독교와 천주교는 설교를 인간 사제와 목회자를 통해 전달되는 말씀이라는 본질이 있다”며 “인간 성직자를 통한 예배와 설교를 ‘영적 전달’의 영역으로 보기에 AI가 이를 대체하는 것에 있어 큰 거부감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종교 활동을 보조하는 교육·행정·미디어 제작 등의 영역에서는 AI 활용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소장은 “종교계 역시 인력과 재정, 아이디어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AI가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AI는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사람이 부족해 하지 못했던 영역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 품은 AI, 축복일까 침범일까...종교계 선택은
이슬람권 역시 AI 기반 종교 서비스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메카 대사원에서 순례객의 종교적 질문에 다국어로 답하는 AI 로봇 ‘마나라(Manara)’를 선보였으며, 아랍에미레이트도 AI를 기반으로 한 이슬람 상담 플랫폼과 이슬람 율법을 해석하는 파트와(Fatwa) 서비스를 제공했다. 민간 영역에서도 이슬람교 경전인 꾸란을 낭독하는 AI 앱과 교리나 신앙 생활에 대한 답변과 조언을 제공하는 AI 이맘 서비스 등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종교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앞서 언급한 ‘목회자의 챗GPT에 대한 인식과 사용실태 조사’에서 설교문 준비와 작성 과정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긍정 응답이 늘었지만 실제 AI가 설교문을 직접 작성하는 데 대해서는 응답자의 65%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종교학자 이종우 교수는 종교계 내부에서도 AI 활용을 두고 긍정과 부정 시각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AI를 새로운 선교·포교 도구로 보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는 반면 AI가 종교의 본질적 영역까지 침투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역시 분명 존재한다”며 “특히 설교나 신앙 상담처럼 인간의 영성과 경험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 종교계의 AI 활용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신도 감소와 인력 부족, 디지털 환경 변화 속에서 종교계 역시 기술 활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핵심은 AI와 로봇이 종교를 대체하느냐가 아닌 종교가 AI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신학적 논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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