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교사들의 사고 책임 부담과 학부모 민원 우려가 커지면서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이 잇따라 축소·취소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부가 학교 현장 지원 방안을 내놨다.
교원단체들은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안전법) 개정 추진, 전담 변호사 지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사고 발생 시 교사가 형사책임 대상이 될 여지가 남아있다며 현장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단체는 현장체험학습을 국가가 책임지는 보편적 교육과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28일 안전한 체험활동 환경을 조성하고 교사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 골자인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의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과도하게 전가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나 재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자체를 기피하거나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실제 지난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공개한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숙박형 체험학습 실시율은 53.4% 수준에 머물렀다. 또 응답 교사 89.6%는 사고 발생 시 개인이 감당해야 할 형사책임에 큰 부담과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요새 소풍, 수학여행도 안 가고 그런다더라”며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이 위축된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현한 뒤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후 교육부는 이달 내 현장체험학습에서 교사의 면책권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와 관련한 교사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추진된다.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현저히 위반한 수준의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민사상 책임과 ‘형법’ 제268조상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학교안전법’ 개정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안전사고관리 지침에는 사전 예방조치 사항도 포함하도록 할 방침이다.
안전사고 발생 시에는 교육청 전담팀이 즉각 사고 수습을 지원하고 사고 초기 단계부터 전담 변호사를 지정해 법률 상담부터 소송 대응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또한 교원보호공제사업 등을 통해 교원의 소송 비용과 배상 책임 부담을 지원하고 실질적인 보상 지원 규모도 확대한다.
교사와 학생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조인력 배치 기준도 강화된다. 기존 ‘학생 50명당 1명’ 수준이던 기준을 ‘학급당 1명’으로 확대하고 교육지원청이 보조인력 배치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국 교육지원청에 현장체험학습 전담 인력을 배치한다. 해당 인력은 기존에 교사가 맡아왔던 계약 업무, 보조인력 배치, 안전점검 등을 지원하게 된다. 더불어 숙식·차량·프로그램 운영뿐 아니라 안전관리까지 민간업체가 통합적으로 책임지는 현장체험학습 패키지 상품 확대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교원단체는 현장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법원의 해석에 따라 교사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는 데다 ‘안전사고관리 지침’이 사실상 처벌 기준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전교조는 성명을 내고 “지속적으로 요구한 내용이 일정 부분 수용되긴 했지만 법 개정 이후에도 교사는 여전히 수사·기소·형사재판의 공포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앞으로 교사의 책임 범위를 ‘고의·중과실’로 한정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전교조는 개정안에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표현이 완전 면책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들은 “문구만 봐서는 법적으로 무죄인지, 형 면제인지, 감경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며 “형사 처벌에 대한 판단이 결국 판사의 재량에 맡겨질 수 있고 중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 역시 수사기관과 법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안전사고관리 지침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부 행정규칙인 안전사고관리 지침이 현재 학교안전법상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입장문에서 “교육부의 방안은 교원이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고의나 중과실이 없었음을 교사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이중 책임 구조”라고 지적했다.
안전사고와 관련한 소송 대리 등 법적 분쟁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행정 지원안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며 “분쟁 발생 시 관할청이 소송 주체가 되는 형태로 대응하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고 이를 체험학습 안전사고뿐만 아니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포함한 정당한 교육활동 전반으로 확대 적용하는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단체는 이번 방안이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이 책임을 떠안는 불합리한 구조를 국가책임형으로 개선했다고 봤다. 더 나아가 현장체험학습을 국가가 책임지는 정규 보편 교육과정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가책임형으로 개선해 학생들에게 현장체험학습의 기회를 보장하려는 교육당국의 의지가 엿보인다”며 “학부모들은 교사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학교 밖 교육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의 안전과 성장을 돌보는 민주적인 교육 거버넌스로의 전환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현장체험학습의 국가 교육과정 필수 시수 지정 및 제도화 △수익자 부담 원칙 폐지 및 100% 무상 의무교육 실현 △소외 없는 참여를 위한 보편적 설계 교육 인프라 구축 등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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