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정치권 유세 현장이 떠들썩하다. 일부 유세 현장에서는 청년 여성을 동원해 논란이 되는 한편, 다른 현장에서는 ‘오빠’ 발언이 잇따라 등장하며 여성계의 지탄을 샀다.
28일 취재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강기윤 경남 창원시장 후보가 짧은 반바지 차림의 여성 선거운동원들을 내세워 선거운동에 나서 여성계의 강한 비판을 샀다. 강 후보는 지난 23일 자신의 SNS에 경남 창원시 의창구 길거리 유세를 진행한 사진을 올렸다가 논란이 됐다.
지난 26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비판 성명을 통해 “선거운동원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며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선거의 주체이자 노동자”라며 “그러나 강 후보 캠프가 보여준 유세 기획은 이들을 후보의 이목을 끌기 위한 ‘시각적 장식’ 수준으로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풍경은 일부 정치권이 여성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성평등한 지역사회를 만들고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해야 할 자치단체장 후보가 공적 영역에 참여한 여성들의 노동을 여전히 남성중심적 시각에 맞춘 ‘볼거리’로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같이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유세 현장의 구시대적 문화는 특정 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오빠라고 해 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 역시 부산에서 지원 유세 도중 10대 여학생들을 향해 “여기 잘생긴 오빠들 많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세 사례 모두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시대착오적 성별 고정관념 인식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시민사회의 비판을 샀다.
이는 여성 유권자의 높은 정치 참여도를 반영하지 못한 구시대적 관행임이 분석됐다. 실제 청년 여성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는 탄핵 시국의 ‘빛의 광장’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당시 촛불집회 등으로 모인 광장에 모인 인원 중 약 60%는 여성이었던 것으로 추정돼 여성들의 적극적 정치 참여가 사회적 이목을 끌었다.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여성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는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최근 주요 선거에서 여성 전체 투표율은 남성 투표율을 소폭 앞서고 있다.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는 여성 투표율이 77.5%로 남성 76.8%보다 0.7%p 높았고 직전 제19대 대선에서도 여성 77.3%, 남성 76.2%로 여성 투표율이 1.1%p 앞섰다.
청년 여성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와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진 현실에 비해 정치권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세 현장의 성별 고정관념 행태뿐만 아니라 후보자 공천에서도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6·3 지방선거 전체 후보 7719명 중 여성은 2444명으로 31.7%를 기록했다. 그러나 예산·인사권을 가진 단체장 선거에서는 여성 후보 비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지역구 선거에서도 여성 대표성은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제9회 지방선거 공천 결과에 대해 광역단체장 여성 후보 비율 9.3%, 기초단체장 7.2%, 광역의원 지역구 23.7%, 기초의원 지역구 26.3%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양성평등연구본부의 김은경 선임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유권자들의 인식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며 “정말 여성 유권자를 중요하게 인식했다면 여성 후보 공천 비율부터 지금처럼 저조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선거운동 과정에서 반복되는 여성 대상화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여성들을 선거에서 소모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여성들을 정치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 분위기를 만드는 존재처럼 소비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이런 문제는 정치권 내부 의사결정 구조와도 연결된다”며 “정당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들이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 실제로는 각 정당의 여성 고위당직자 비율이 여성 국회의원 비율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 문화는 여전히 매우 남성 중심적”이라며 “구시대적 관행을 벗어나 성평등한 선거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언론도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고 정치권 내부의 여성 대표성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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