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빅뱅/①]KAI, 민영화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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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빅뱅/①]KAI, 민영화가 필요한 이유

비즈니스플러스 2026-05-28 15:58: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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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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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6.17%까지 끌어올리며 '인수 로드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한 데 이어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KAI 노조의 거센 반발과 국내 방산 시장 독과점 논란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씨다. K-방산 지형도가 격변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비즈니스플러스> 는 국내 점유율 다툼이 아닌 글로벌 체급 확대라는 관점에서 KAI의 민영화 및 K-방산의 미래를 다시 묻는다. [편집자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6.17%까지 끌어올리며 'KAI 인수 로드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시장에서는 한화의 행보를 단순한 지분 확대가 아닌 KAI 민영화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KAI는 민간 상장사이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이 26.41%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실상 준공기업 성격을 띤 방산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정부 입김 아래 운영되는 현재 구조로는 글로벌 방산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진단이 잇따르는 이유다.

공기업의 한계는 의사결정 구조에서부터 드러난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방산안보실장은 "공기업 형태의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도전적 기술개발이나 마케팅에서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대표이사로 누가 선정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대표이사는 그냥 공무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을 통해 성패를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한데, 현재 KAI는 '현재에 안주하는 모습'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진단이다. 활력을 불어넣고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엄 실장의 결론이다.

장기 전략 부재의 구조적 원인도 사장 임기와 직결된다. 윤상용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KAI 사장이 2~3년 단위로 갈리다 보니 장기 목표를 세울 수가 없고, 사장은 2~3년간 주로 잿밥에 관심을 갖다가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다 갈리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짚었다. 이어 "선거판에 나가거나 중앙정부로 이동하는 것이 목표인 사장이 다수"라며 사실상 KAI 최고경영자(CEO) 자리가 정치권 진출의 디딤돌로 활용돼 왔음을 시사했다. 사장의 임기가 짧고 정치적 진로를 우선시하는 구조에서는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 같은 장기 프로젝트가 추진력을 받기 어렵다.

공기업 체질의 한계는 이미 시장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KAI가 미국 록히드마틴과 함께 추진해 온 미 해군 차세대 고등훈련기(UJTS) 216대 수출 사업이 무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록히드마틴은 지난 4월 미 군 당국에 UJTS 입찰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75%라는 미 해군의 엄격한 현지 생산 조건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규제 강화로 한국에서 기체를 제작해 납품하는 협력 구조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미 간 상호조달협정(RDP-A)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BAA 조건을 맞추려면 대규모 현지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KAI는 이를 감당할 의지도 체력도 보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한화였다면 저렇게 쉽게 물러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 현지에 최종조립, 생산, MRO(유지보수) 거점을 설립하는 식의 현지화 전략을 즉각 가동할 수 있는 곳은 한화 정도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화는 이미 미국 내 투자 및 공급망, 현지화 실행력을 갖춘 그룹이다. 공기업 체질로는 BAA 같은 보호무역 장벽 앞에서 좌초될 수밖에 없지만, 민간 대기업의 자본력과 결단력이 결합되면 우회로를 뚫을 수 있다.

KF-21 이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KAI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윤 교수는 "KF-21 문제로 가자면, 사실 이미 10년 전에 KF-21의 다음 제품 구상이 되었어야 지금쯤 그 다음을 생각했을 것"이라며 "공기업의 '미래를 고려할 수 없는 구조' 때문에 전혀 그런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KF-21의 이후가 불분명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KF-21은 4.5세대 전투기로 F-35 같은 5세대 스텔스기가 아니지만 타깃 고객에 따라 판로는 얼마든 열려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항전이나 레이더 전문기업들과의 협력과 연계가 필수적이다. 한화시스템이 항공 레이더와 전자광학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와의 결합은 KF-21의 수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로 평가된다.

정치권에서도 KAI 민영화 논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군용만 가지고는 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반드시 민영화해야 책임경영이 가능하고 해외 시장에도 더 적극적으로 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박정희 정부 시절 조병창을 인수한 뒤 동파이프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풍산, 열차와 전차를 동시에 생산하는 현대로템을 사례로 들며 "KAI를 군수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키우려면 국가가 손을 놔야 한다"고 못박았다.

대외 환경도 더 이상 KAI의 안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일본이 살상 무기 해외 수출을 허용하면서 한국 방산업계는 강력한 새 경쟁자를 마주하게 됐다. 

엄 실장은 "현재 KAI 경영상태로는 더 나은 미래를 결코 스스로 만들어 갈 수가 없고, 결국 도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부로부터의 혁신과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대기업으로의 인수합병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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