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중도보수, 국민의힘은 보수를 표방한 가운데, 6.3 지방선거 구도도 양당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속 독자적 진보정치의 도약을 꾀하는 이들이 있다. '신호등 연대'를 이뤄내고 이번 선거에 50여 명의 후보를 낸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다. 묵묵히 길을 내는 진보3당 후보들의 고군분투를 조명한다. - 편집자
"우리 버스 노동자들, 서울시에서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사모펀드가 시내버스를 운영하며 노동자의 임금은 비용으로 취급되고, 시민 안전과 공공성보다 수익성이 우선되고 있습니다."
윤정현 노동당 강북구청장 후보를 동행취재한 26일, 서울 강북의 한 버스 차고지 앞에 선 유세차량에서 서울 시내버스 완전 공영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말을 하며 마이크를 잡은 이는 버스기사인 박상길 민주버스본부 서울지부 수석부지부장이었다.
난개발 반대를 중심으로 한 전날 유세에서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세입자가 유세차에 올랐다. 27일 돌봄을 주제로 한 유세일에는 돌봄 노동자들에게 마이크를 내줄 계획이었다.
지난 21일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래 윤 후보는 유세현장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려주려 노력해 왔다. 당선 뒤에도 주민의 목소리, 어려움에 처한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정을 꿈꾸는 윤 후보를 만났다.
윤정현의 주요 공약…강북구민 직접정치와 공공성 강화
당사자에게 자리를 내준 유세현장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윤 후보의 1번 공약은 '강북구민 직접정치'다. 지난 4년의 구정을 직접 겪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2020년 노동당 강북구지역위원장을 맡고, 같은 해 결성된 강북 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며 지역 내 노동자와 주민의 삶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구청을 상대로는 늘 "불통"의 벽을 느껴왔다고 그는 말했다.
"강북구직접정치주민대회를 열고 지역에 필요한 일을 투표에 붙이고 이를 구청에 요구하는 일을 매년 함께했어요. 지난해에는 6000명이 넘게 참여해 공공도서관 확충 및 개선, 노인 통합 돌봄체계 구축, 어린이 전문병원 건립 같은 의제가 상위에 올랐죠. 구청이 이런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요."
뿐만 아니다.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이 인력 부족에 따른 고강도 장시간 노동의 고통을 호소하며 원청격인 구청에 개선을 요구할 때 전임 구청장이 보인 태도는 "모르쇠"와 "탄압"이었다. "연예인 중심의 축제나 신청사 건립을 목표로 많은 예산을 들이면서 학생이나 노인, 주민 자치를 위한 예산은 깎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윤 후보는 말했다.
그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윤 후보가 구상한 것이 민주구민위원회 설립이었다. 이를 구청장 직속 강북구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만들고 예산 편성, 집행, 관리 등을 구민들과 함께 결정하고 싶다는 구상이다. 노동자, 여성, 자영업자,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이들을 위원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윤 후보가 강조하는 구정의 또 다른 방향은 공공성 강화다. 사모펀드가 소유한 마을버스의 공영화, 동네 1차 의원과 구청 간 협약을 통해 정기 진료상담 등을 제공하는 우리동네주치의제도, 동별 돌봄센터 설치, 필수업무 간접고용 노동자 구청 직접고용 확대, 강북구 표준임대료 시행 및 준수 주택 공시 등이 그의 약속이다.
올해로 11년째인 강북 생활과 지난해 6월부터 출마를 준비하며 파악한 지역 실정으로 몇 가지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예컨대, 마을버스 공영화는 노선 개편과 병행할 계획이다. 지금 강북의 마을버스 노선은 출퇴근 직장인을 중심으로 짜여 있는데, 어디서든 보건소로 갈 수 있는 노선을 만들고 싶다는 게 윤 후보의 구상 중 하나다. 지역 내 곳곳에 눈에 띄는 빈 집을 활용해 동별 돌봄센터를 만들면, 주민 모임 공간도 겸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그는 말했다.
"민주당 긴장시키기 위해서라도 다른 목소리 보여줄 것"
출마를 준비하기 전 윤 후보는 노동이나 여성, 지역 문제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런 그가 노동당이라는 소수정당 후보로 출마를 마음먹은 이유를 물었다.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는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강북은 선거 때가 되면, 민주당이 내리꽂은, 지역을 잘 모르는 후보들이 오곤 하는 곳이에요. 지난 지방선거 때도 그랬고, 당선 뒤에는 '불통' 행정을 했어요. 이번 지방선거 때도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후보가 전략 공천됐죠. 주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지역에 다른 목소리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이런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강북에도 할 말은 하는 독자적 진보정치가 필요하다고 윤 후보는 강조했다. 과거 진보정당에서 활동한 이들의 노력이 현재에 흔적을 남긴 것처럼, 자신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함께였다.
"내란 이후 탄핵 광장에서 노동당 깃발을 보고 입당한 청년이 많았어요. 그런 분들에게 당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보여주고, 그 일을 같이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저도 앞서 지역에서 활동하신 분들의 수혜를 받았어요. 지역에 돌아다녀 보면, 의외로 노동당을 알아보시는 분이 많았어요. '옛날에 참 열심히 했는데, 열심히 해봐'라고 격려해주시는 분들도요. 사실 민주노동당의 활동을 기억하시는 거였죠."
견제의 원리가 작동하는 지역정치와 이의 뼈대를 이룰 독자적 진보정치의 도약,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공성을 확장하는 구정을 위해 윤 후보는 매일 오전 7시 출근인사를 시작으로 저녁 10시까지 일정을 소화하며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마을버스 공영화에 집중해 유세를 한 26일에도 그는 오후 내내 마을버스 정류장을 돌며, 공약을 알렸다. 직접 마을버스를 타 수년째 제자리인 임금, 짧은 휴식시간 등 버스기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듣기 위해 애썼다.
거대양당 중심 정치 속 소수정당 후보가 벌이는 선거전은 녹록지 않다. 그러나 윤 후보가 선거 기간 들은 목소리와 그가 마이크를 내어준 이들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이어질 노동당의 지역 활동 속에 남을 것처럼 보였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윤 후보는 다시 강조했다. "민주당을 긴장시키기 위해서라도 저에게 표를 주시면 강북구가 변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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