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동통신3사가 유통망에게 지급하는 보조금, 즉 판매장려금(리베이트)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다른 통신사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번호이동’ 고객에게 막대한 보조금이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오히려 기존 가입자를 붙잡기 위한 ‘기기변경’ 장려금이 더 많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가입자 유치 경쟁보다 이탈 방어 경쟁이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갤럭시S26 시리즈 판매 과정에서 일부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번호이동보다 기기변경 고객에게 더 높은 판매 장려금이 지급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이통3사의 번호이동 장려금은 보통 5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지만 일부 채널에서는 기기변경 장려금이 60만원을 넘어 최대 70만원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장려금의 일부가 이용자에게 지급되고 여기에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까지 더해질 경우 갤럭시S26이 사실상 ‘공짜폰’ 수준까지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과거 이동통신 시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전에는 번호이동 고객 확보가 곧 시장 점유율 확대와 직결됐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경쟁사 가입자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입자 규모 자체보다 고가 요금제 등을 사용하는 우량 가입자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사실상 포화 상태에 가까워 신규 가입자 확대 여력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오는 것보다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막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이후 시장 경쟁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고가 요금제 유지 고객의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단순 가입자 수보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방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판매점에서는 갤럭시S26 구매 조건으로 월 9만~10만원대 고가 요금제를 일정 기간 유지해야 높은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통신사의 수익성 중심 전략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G 투자 부담이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고도화, 6G 준비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가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경쟁보다 ARPU가 높은 장기 가입자를 확보하는 전략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지원금이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 집중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저가 요금제와 고가 요금제 간 지원금 차별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경우 사실상 단통법 규제를 우회적으로 부활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단통법이 시행될 당시 과도한 요금제 차별 지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번호이동 수치 자체가 시장 경쟁력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장기 가입자 유지와 ARPU 방어가 훨씬 중요해졌다”며 “단통법 폐지 이후 시장 자율성이 커지면서 유통 현장에서도 기기변경 중심 경쟁이 강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혜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번호이동 경쟁이 약해질 경우 과거처럼 대규모 가입자 쟁탈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과열 경쟁 완화와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LTE·5G 통합요금제 도입과 중저가 스마트폰 확대, 알뜰폰 시장 재편 등이 이어지면서 이동통신 시장 경쟁 방식도 더욱 복합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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