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스테이지] 백조와 지젤 뒤편, 무용수의 진짜 얼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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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스테이지] 백조와 지젤 뒤편, 무용수의 진짜 얼굴이 나온다

뉴스컬처 2026-05-28 14:02: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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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노와 함께하는 렉처퍼포먼스 '통제속의자유,정제의미학'. 사진=영화의전당
발레리노와 함께하는 렉처퍼포먼스 '통제속의자유,정제의미학'. 사진=영화의전당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완성된 발레는 아름답다. 그러나 무대에 오르기 전 무용수의 몸에는 수많은 질문이 쌓인다. 왜 춤을 추는가, 몸은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가, 한 장면의 아름다움은 어떤 훈련과 통증을 지나 도착하는가. ‘발레리노와 함께하는 렉처 퍼포먼스 : 통제 속의 자유, 정제의 미학’은 춤이 태어나는 과정이다.

목적은 ‘춤의 본질을 다시 묻는 시도’에 있다. 안무와 연출을 맡은 이주호 부산아이디발레단 대표는 무용을 형식과 동작의 예술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몸의 언어로 제시하려 한다. 클래식 발레가 오랜 시간 아름다움, 형식, 완성된 움직임을 향해 달려왔다면, 무용수 개인의 생각과 과정, 몸이 만들어내는 언어를 앞세운다.이주호 대표는 “무용수와 안무가가 무대에서 직접 자신이 생각하는 춤에 대해 말하고, 몸으로 응답하는 과정을 통해 말과 춤의 언어가 교차하는 감정적·철학적 울림을 만들어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발레가 정제된 서사와 캐릭터를 전달하는 공연이 아닌 현장에서 사건처럼 발생하는 예술적 탐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공연은 고전 발레의 줄거리나 극적 인물보다 무용수의 실제 경험을 앞으로 끌어낸다. 관객이 만나는 대상은 ‘지젤’이나 ‘백조의 호수’ 속 캐릭터가 아니다. 캐릭터를 연기했던 실제 인간, 무용수와 안무가다. 무대 위 실수와 사고, 사랑, 수입, 훈련 과정, 부상 위험, 왜 춤을 계속 추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말과 움직임의 형식으로 펼쳐진다. 객석은 완성된 발레보다 만들어지는 발레를 보게 된다. 발레리노가 연습복과 몸, 말로 서는 순간, 공연장은 발레의 해부실에 가까워진다. 음악이 흐르기 전 호흡을 고르고, 다리를 들어 올리기 전 중심을 찾고, 한 번의 회전을 위해 실패를 반복했던 시간이 무대 앞으로 나온다.

발레리노와 함께하는 렉처퍼포먼스 '통제속의자유,정제의미학'. 사진=영화의전당
발레리노와 함께하는 렉처퍼포먼스 '통제속의자유,정제의미학'. 사진=영화의전당

 

핵심은 ‘말’과 ‘몸’이 한 무대에 서는 구조다. 이주호 대표는 “완성된 이야기를 보여드리는 무대라기보다, ‘춤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관객과 나누고자 시작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 이면에 있는 무용수의 생각과 과정, 몸이 만들어내는 언어를 더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해설은 춤의 보조 장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춤은 말에 응답하고, 말은 움직임의 맥락을 다시 세운다. 이주호 대표는 “말과 몸을 무대 위에 올려 춤을 설명하고, 동시에 춤으로 응답하는 공연”이라며 “어쩌면 ‘발레 토크 콘서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관객은 발레를 감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발레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직접 목격한다.

발레 수업의 기본 구조도 무대에 오른다. 바워크와 센터워크는 보통 연습실 안에 남겨지는 시간이다. 바를 잡고 몸의 균형을 확인하는 과정, 턴아웃과 발끝, 무릎, 골반, 척추의 방향을 맞추는 훈련, 공간 안에서 스스로 중심을 세우는 움직임이 관객 앞에 펼쳐진다. 화려한 도약보다 작은 플리에와 탕뒤가 필요한 이유도 장면 속에서 드러난다. 센터워크에서는 무용수가 바의 도움 없이 균형을 잡는다. 회전, 점프, 이동, 포즈, 파트너링의 감각이 살아난다. 발끝 하나, 팔의 높이, 목의 방향, 시선 처리, 착지의 소리까지 훈련의 흔적이다. 동작을 완성된 결과물로만 제시하지 않는다. 실패와 조정의 시간을 드러낸다.

발레리노와 함께하는 렉처퍼포먼스 '통제속의자유,정제의미학'. 사진=영화의전당
발레리노와 함께하는 렉처퍼포먼스 '통제속의자유,정제의미학'. 사진=영화의전당

 

무대가 다루는 질문은 현실적이다.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무대 위에서 겪는 실수와 사고, 부상, 사랑, 수입, 생계까지 공연의 재료가 된다. 발레는 아름다운 실루엣과 완벽한 장면으로 기억되지만, 무용수의 삶은 훨씬 거칠다. 몸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통증은 일상이다. 작은 실수 하나가 긴 시간의 경력을 흔들 수 있다. 현실을 폭로하듯 소비하지 않는다. 발레라는 예술이 왜 높은 통제와 절제를 요구하는지 보여준다. 몸은 계속 흔들리고, 무대는 매번 다르다. 음악은 늘 다른 호흡으로 흐른다. 무용수는 불안정한 조건 속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 부제 ‘통제 속의 자유, 정제의 미학’은 발레의 모순적 감각을 압축한다.

이주호 대표는 “조금은 편안하게 웃으시고, 조금은 새롭게 발견하시며,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져가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무대가 누군가에게는 낯설게, 또 누군가에게는 즐겁고 새로운 경험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발레를 어렵게 느끼는 관객도 몸과 말이 만드는 감각을 따라가도록 설계한 셈이다. 손민지, 권도현, 염다연 등 국내외 콩쿠르에서 성과를 낸 무용수들이 무대에 오른다. 손민지는 2024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클래식 듀엣 부문 우승과 솔로 3위 이력을 갖고 있다. 권도현은 2023 제20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1위에 오른 무용수다. 염다연은 2026 제54회 로잔 발레 콩쿠르 2위에 올랐다.

세 무용수의 존재는 발레의 기술적 성취, 젊은 몸의 가능성, 콩쿠르를 거쳐 성장하는 무용수들의 현재를 보여준다. 관객은 기초 훈련의 설명을 들은 뒤, 훈련이 무대적 완성도로 바뀌는 순간을 확인하게 된다. 렉처와 퍼포먼스가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피아니스트 조수지의 연주도 현장의 밀도를 만든다. 발레에서 피아노는 무용수의 호흡을 잡아주는 동반자에 가깝다. 피아노는 동작의 속도와 질감을 결정하고, 공연 장면에서는 움직임의 감정선을 밀어 올린다. 무용수가 호흡을 늦추거나 중심을 다시 잡는 찰나에도 음악은 장면의 긴장을 붙든다.

발레리노와 함께하는 렉처퍼포먼스 '통제속의자유,정제의미학'. 사진=영화의전당
발레리노와 함께하는 렉처퍼포먼스 '통제속의자유,정제의미학'. 사진=영화의전당

 

부산아이디발레단은 클래식 발레의 신체 언어를 토대로 컨템퍼러리 발레와 창작 레퍼토리를 실험하는 단체다. 이주호는 무용수 개인의 경험을 공연 형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지속했다. 지난해 금정문화회관에서 선보인 ‘발레, 숨겨진 얼굴을 만나다’ 역시 무용수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훈련 과정을 전면에 세운 렉처형 공연이었다. ‘통제 속의 자유, 정제의 미학’은 해당 문제의식을 더 큰 무대와 넓은 출연진 구성으로 확장한 결과에 가깝다.

‘발레리노와 함께하는 렉처 퍼포먼스 : 통제 속의 자유, 정제의 미학’은 오는 30일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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