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산맥이 가까워질수록 창밖 풍경도 조금씩 달라진다. 맑은 날 취리히행 항공기에서는 구름 사이로 스위스 특유의 산악 지형과 호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면 정돈된 도심과 녹지, 호수 주변 풍경이 이어지고, 유럽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는 교통 허브 특유의 분주한 움직임도 눈에 띈다. 스위스 최대 도시인 취리히는 국제금융 중심지이면서도 동시에 알프스 관광과 유럽 철도 이동의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다. 취리히 공항 역시 유럽 주요 항공·철도 네트워크가 맞물리는 거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한항공 보잉787-10 항공기 /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취리히 노선 취항 50주년을 맞았다. 대한항공은 27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 비더 호텔(Widder Hotel Zurich)에서 취리히 노선 취항 5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지난 반세기 동안 이어진 한국과 스위스 간 항공 교류의 의미를 되짚었다.
행사에는 대한항공의 최정호 영업총괄 부사장과 이석우 여객영업부 담당 상무, 신우식 주스위스 대한민국 대사 대리, 스테판 그로스 취리히 공항 최고책임자 등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대한항공의 유럽 노선 확장 과정과 함께 취리히 노선이 한국과 스위스를 연결하는 핵심 축 역할을 해온 과정을 돌아봤다.
대한항공은 27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 비더 호텔에서 취리히 노선 취항 5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 대한항공
취리히는 흔히 스위스 최대 도시이자 금융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여행자들에게는 유럽 이동의 관문에 더 가까운 도시다. 취리히 중앙역은 유럽 최대 규모 철도망 중 하나인 스위스 연방철도(SBB)의 핵심 거점으로 연결된다. 이곳에서 루체른과 인터라켄, 체르마트, 생모리츠 같은 스위스 대표 관광지로 이동할 수 있고 독일 뮌헨이나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이탈리아 밀라노로 향하는 국제 열차도 이어진다.
도시 자체의 매력도 크다. 취리히 호수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와 리마트강 주변 구시가지는 중세 도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로스뮌스터 성당 첨탑과 자갈길 골목, 명품 브랜드 매장이 밀집한 반호프슈트라세는 취리히를 대표하는 풍경으로 꼽힌다.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본사와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 있는 동시에 미술관과 클래식 공연장, 미쉐린 레스토랑이 공존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유럽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며칠 머물며 호흡하는 도시’로 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실제로 취리히 서부 지역은 과거 공업지대에서 문화 공간과 레스토랑, 디자인 숍이 밀집한 복합 문화지구로 탈바꿈했다. 오래된 벽돌 공장 건물 안에 현대식 바와 갤러리가 들어섰고, 호숫가에서는 수영과 보트, 야외 식사가 일상처럼 이어진다.
취리히 / 스위스관광청
대한항공 취리히 노선은 이런 도시를 한국과 직접 연결해왔다. 대한항공은 1976년 7월 14일 서울~취리히 노선에 처음 취항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과 유럽을 잇는 장거리 항공망은 지금처럼 촘촘하지 않았다. 취리히 노선 개설은 한국 항공업계의 유럽 네트워크 확장을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당시 스위스는 한국 기업과 유럽 시장을 연결하는 주요 거점 가운데 하나였다. 이후 취리히 노선은 관광뿐 아니라 금융, 제약, 시계 산업, 국제기구 관련 수요까지 흡수하며 양국 교류 확대에 기여해왔다. 최근에는 대한항공이 스위스 연방철도와 협력해 항공·철도 연계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취리히 공항 도착 이후 스위스 각 지역으로의 이동 편의성도 높아졌다.
취리히 공항 역시 유럽 내 대표 허브 공항으로 꼽힌다. 공항 내부에서 장거리 국제선과 철도 플랫폼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로 설계돼 있고 환승 동선이 비교적 짧은 편이다. 유럽 주요 도시뿐 아니라 스위스 산악 관광지 접근성도 뛰어나 유럽 자유여행객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2일부터 인천~취리히 노선에 차세대 주력 기종인 보잉 787-10을 투입한다. 기존보다 연료 효율과 탄소 배출 저감 성능을 대폭 개선한 기종으로, 대한항공이 최근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항공기다.
보잉 787-10은 ‘드림라이너’ 계열 가운데 가장 긴 동체를 가진 모델이다. 동체 길이는 약 68m 수준으로 중대형 장거리 항공기 가운데서도 수송 능력이 큰 편에 속한다. 기존 광동체 항공기 대비 복합소재 비율을 높여 기체 무게를 줄였고, 이를 통해 연료 효율성을 개선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전 세대 동급 항공기 대비 연료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약 20% 수준 절감할 수 있는 기종으로 평가한다.
탑승객 체감 변화도 적지 않다. 보잉 787 시리즈는 일반 항공기보다 기내 기압과 습도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장거리 비행에서 피로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구조다. 창문 크기도 기존 항공기보다 커 유럽 장거리 노선에서 알프스와 유럽 대륙 풍경을 보다 넓게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내 소음 감소 기술도 특징 중 하나다. 엔진과 동체 설계를 개선해 기존 기종보다 기내 소음을 줄였고 LED 무드 조명을 적용해 장거리 비행에서 시간대 변화에 따른 피로감을 완화하도록 구성했다. 대한항공이 취리히 노선에 투입하는 보잉 787-10은 프레스티지클래스 36석과 이코노미클래스 289석 등 총 325석 규모로 운영된다.
최근 항공업계에서는 장거리 노선 경쟁력이 단순 좌석 공급을 넘어 기내 환경과 친환경성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럽 주요 공항들이 탄소 배출 감축 정책을 강화하면서 항공사들도 연료 효율이 높은 신형 항공기 도입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역시 보잉 787-10 투입을 통해 취리히 노선 경쟁력 강화와 함께 지속가능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취리히 노선은 대한항공이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노선이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올해 하계 시즌인 지난 3월 31일부터 오는 10월 24일까지 인천~취리히 노선을 주 3회(화·목·토) 운항한다. 인천발 KE917편은 오전 11시 5분 출발해 현지 시각 오후 5시 25분 취리히에 도착한다. 취리히발 KE918편은 오후 7시 30분 출발해 다음 날 오후 2시 10분 인천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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