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수(數)의 읽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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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수(數)의 읽기 外

연합뉴스 2026-05-28 14:00: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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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본인 제공]

◇ 수(數)의 읽기

숫자 읽기의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고유어식과 한자어식 읽기의 결합이다. 주로 장·노년층이 본인의 나이를 말할 때, 종종 발생한다.

"연세(춘추)가 어떻게 되세요?"

(84세라면) "나? 팔십넷."

주로 이런 경우다.

고유어식이라면 여든넷/여든네 살, 한자어식이라면 팔십사 세라야 맞다.

젊은이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일본 자동차 광고에 나오는 '192개 사양'을 [백(배)꾸십두개]로 읽는 '영맨'을 접한 기억이 난다.

더불어 향년은 "향년 82[여든둘]"이 정확하다. '향년 82세'처럼 '세'(歲)를 붙이지 않는 게 원칙이다.

'30여 개'는 [서르녀개]로 발음하면 안 된다. [삼시벼개]가 맞다. '여'(餘) 앞에서는 한자어식으로 읽는다.

한자어식으로 읽어야 할 단어 중 '~개국'(個國), '~개사'(個社)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개국)도 한자어식으로 읽는 게 일반적이다. '26개국'을 [스물려(서)섣깨국]으로 읽어선 안 된다. [이:심뉴깨국]이 맞다. '~개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말식으로 날짜를 숫자로 읽는 사례도 있다.

"1일 앞으로 다가왔다", "2일 남았다" 등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틀 남았다"가 전달력과 고유어 사용 면에서 더 낫다.

'3일→사흘', '4일→나흘', '5일→닷새', '6일→엿새' 등 이런 식으로 읽어야 한다. 그러나 7일은 '이레'와의 비교에서 전달력과 고유어식 가치가 충돌한다. 이럴 땐 전달력을 우선시해야 한다.

8일도 같은 이유에서 '여드레'보다 우위다. '아흐레'도 길고 어려워 9일이 좋다. 10일은 다시 '열흘'이 비교 우위다. 10일은 음성화했을 때, 11일과 헛갈린다.

기본적으로, 수가 작으면 고유어식이 편하고 듣기 좋다.

"사과 네 개"를 발음할 때 "사과 4(사)개"라고 할 수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12곳' 같은 것도 [시비곧]은 어색하다. [열뚜곧]이 맞는 표현이다. 수가 커져 버리면 한자어식이 편하다. '점이지대'가 백(百) 단위다.

이럴 땐, 원칙은 없으나 전달력을 좇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111표'는 [백씨빌표]보다 [뱅녈한표]가 잘 들린다. 368명은 [삼뱅뉵씹팔명]이 [삼뱅녜순여덜명]보다 헛갈림이 덜하고 명확하다. 물론 '케이스바이케이스'다.

뒤에 오는 의존명사(불완전명사)가 고유어면 숫자도 대개 고유어식이 어울린다. '곳/군데' 등이 그렇다. 반대로 의존명사(불완전명사)가 한자어면 숫자도 대개 한자어식이 입에 붙는다.

비행기는 단위별로 따로 읽고, 배는 합쳐 읽는다. '보잉747'은 [칠싸칠], '부성2580'호는 [이:처노백팔씨포]로 읽어야 한다.

기관이나 단체 고유의 읽기 관습은 존중하는 게 원칙이다. 군부대는 부대 앞의 숫자를 한자어식으로 읽는다. '2/3개 중대'는 [두/세개] 중대가 아니라, [이/삼개] 중대다. 정확한 열차 시각인 '23:46'은 [이:십삼시사:심뉵뿐]이다. 문학 작품 이름 '25시'도 [이:시보:시]다.

'116' 같은 건 자주 나오며, 따라서 한 단어로 친다. 음운현상이 적극 개입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뱅녈려섣]으로 읽는 것이 [배결려섣]보다 감각적인 읽기다.

'19' 같은 경우 [시꾸]로 소리 나지 않도록 유의한다. [십꾸]다.

◇ 말사스? 맬더스?

'인구론'으로 유명한 이 학자는, 그 이름이 우리나라에서 한참 동안 왔다갔다 했다. '말사스'가 맞는지, '맬더스'가 맞는지 꽤 오랫동안 헷갈렸다. 세월이 흘러 이제서야 정착했다. Thomas Malthus는 '맬서스'다.

[θ]의 발음은 꽤 오랜 시간을 두고 한국인을 괴롭혀왔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유는 '관용에 따르는 예외 존중'을 헛갈리기 때문이다. 'ㄷ' 'ㅆ' 'ㄸ' 'ㅌ'이 맞물려 혼란스럽다. 기억할 것은 [θ]은 [ㅅ] 로의 대응이 원칙이라는 점이다.

먼저 'ㄷ'을 보자. '아더왕'(King Arthur)이 이제는 '아서왕'이다.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홍콩 '캐세이퍼시픽'(Cathay Pacific)항공이나 '매카시즘'(McCarthyism)은 진즉 제 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맥아더 장군(Douglas MacArthur)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맥아더를 '매카서'로 되돌리기엔 늦은 것이다.

마거릿 대처(Margaret Thacher) 총리도 이름이 이 땅에서 왜곡되는 불운을 맞았다. 그녀의 이름은 '새처'가 돼야 마땅했지만, 모 신문 편집국에서 초기에 '대처'로 적는 바람에 결국 굳어졌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명작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도 같은 경우다. '셀마'가 맞는 이름이다. 사족으로 1997년, '접속'이라는 영화로 우리를 사로잡은 장윤현 감독은 1999년 후속작을 발표했는데 제목이 감 떨어지게 '텔 미 썸딩'이었다. 심은하/한석규를 풀고도 전작 '접속'만큼은 흥행을 못 했다! '텔미 섬싱'이었다면 어땠을까.

'ㅆ'도 버리기 힘든 유혹이다. '씽크빅' '씽크큐' 등이 강력하다. 하지만, 'ㅅ'이라는 정도(正道)로 자꾸 가야 한다. '스로인'(throw-in), '스루패스'(through-pass)를 보라.

'ㄸ'은 많이 사라졌다. '땡큐'가 강력히 버티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땡큐'를 들여다보면 그 사나움/촌스러움/배고프던 시절/어쭙잖은 허세 등 잿빛 기억이 선연하지 않나?

'땡큐'건 '생큐'건 안 쓰는 게 좋지만, 쓰려거든 '생큐'로 바꾸자. '생큐'가 맞다!

'ㅌ'도 눈에 띈다. '마라톤'이 대표적 예외다.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하던 때는 '마라손'이었다. 탁견이었다! 그런데 못난 후배들이 'marathon'을 'maraton'인 줄 알고 '마라톤'이라 적었다는 일화도 있다.

영어 표준 표기대로 적자면 '매러손'이지만, 너무 급진적이라 '마라손'으로 하려다 '마라톤'을 그냥 두기로 했다. 유명인의 'ㅌ'을 전격적으로 'ㅅ'으로 바꾼 예 중 빛나는 것은 바로 킹 목사다. Martin Luther King을 우리는 오래도록 '마르틴 루터 킹'으로 배웠다. 이제는 마틴 루서 킹이다. 가히 혁명적이다!

철자 'th'가 그대로 't'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Thompson이다. 이건 [탐슨]이나 [톰프슨]이다. 그대로 [t]다. 헛갈리지 말아야 한다. 배우 '에마 톰슨'(Emma Thompson)은 '톰프슨'이 정착되기 전 이미 유명해져서 에마 톰슨을 유지한다.

또 한 사람, 미녀 배우 Charlize Theron이 있다. '샤를리즈 테론'(미국식)과 '샤를리즈 시어런'(영국식)이 겨뤘는데 남아공 출신이라는 점이 '샤를리즈 시어런'의 손을 들어줬다.

강성곤 현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 전 KBS 아나운서 ▲ 정부언론공동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어특위 위원 ▲ 전 건국대·숙명여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 현 가천대 특임교수

* 더 자세한 내용은 강성곤 위원의 저서 '정확한 말, 세련된 말, 배려의 말', '한국어 발음 실용 소사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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