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고양/김민영 기자]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만 두 차례 정상에 올랐던 조건휘(웰컴저축은행)가 이번엔 우리금융캐피탈 우승컵까지 들어 올리며 프로당구 PBA 개인 통산 3승을 달성했다.
조건휘는 지난 24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6-27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 2026' 결승전에서 조재호(NH농협카드)를 세트스코어 4-3으로 꺾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왕중왕전인 'PBA 월드챔피언십' 결승 진출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승 무대를 밟은 조건휘는 이번 우승으로 명실상부한 '대세' 반열에 올랐음을 입증했다.
◆ "사실 오늘 컨디션 최악…진념으로 쥐어짜며 버텼다"
대회 후 취재진과 만난 조건휘는 기쁨 속에서도 냉정한 자기 성찰을 먼저 꺼내놓았다. 그는 "지난 시즌 월드챔피언십에 이어 이번 시즌 개막전부터 우승을 차지해 너무 기쁘고, 부상까지 받아서 정말 좋다"면서도 "하지만 오늘 솔직히 4강 때부터 컨디션이 정말 안 좋았다. 눈에 공도 잘 안 들어오고 팔에 감각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조건휘는 결승전 초반 1, 2세트를 조재호에게 연달아 내주며 패색이 짙은 상황을 맞이했다. 밖에서 보기에 '오늘은 어렵겠다' 싶던 순간, 그를 버티게 한 것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진념'이었다.
"저는 128강 때부터 상대 선수와 악수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마음으로 칩니다. 0-2로 지고 있을 때도 '끝까지 불고 늘어져 보자, 버텨보자'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매일 하루살이처럼 '오늘 하루만 살아남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 것이 원동력이 됐습니다."
◆ "예전엔 예민하고 다혈질…나를 바꾼 건 아내"
조건휘는 자신의 완벽주의 성향과 멘탈 관리에 대해서도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아직 꽃이 폈다고 보기엔 이르다. 연습해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그는 "컨디션이 좋을 땐 잘 몰랐는데, 안 좋을 때는 저도 모르게 정신이 왔다 갔다 하더라. 공 하나 맞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배치까지 생각하는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짚었다.
과거 조급하고 예민했던 성격을 바꾼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예전에는 성격이 많이 다혈질이었습니다. 스스로 너무 예민해지다 보니 주위에 있는 와이프가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인드를 바꿨습니다. 시합에서 지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짜증 나는 감정은 길어야 5분입니다. 이미 지나간 버스인데 미련을 가져봐야 나만 손해니까요. '오늘 안 맞으면 내일 잘 맞겠지, 이번 대회 안 되면 다음 대회 때 잘 되겠지' 하며 웃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1억 원과 함께 중형 전기 SUV 1년 이용권을 부상으로 받게 된 조건휘는 "전부 고생한 아내에게 줄 계획"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어릴 때는 명품도 좋아했는데, 지금은 딱히 나를 위해 필요한 게 없다. 항상 연습장에만 있기 때문에 비싼 옷은 세탁비만 더 나온다"며 털털한 면모를 보였다.
◆ SK렌터카 해체 아픔 딛고 '웰컴맨'으로…"빨간색 유니폼 잘 맞아"
이번 시즌을 앞두고 SK렌터카가 해체되면서 팀을 잃을 뻔했던 조건휘는 웰컴저축은행의 1라운드 지명을 받으며 극적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SK렌터카 남자 선수 중 가장 먼저 행선지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조건휘는 "사실 내가 그렇게 일찍 뽑힐 줄 몰랐다"라며 "새 팀의 컬러인 빨간색이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개인 투어만큼 팀리그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도 "이전 팀 선수들을 상대 팀으로 만나면 좀 어색할 것 같다. 경기 때 팀 벤치를 헷갈릴까 봐 벌써 긴장된다"며 인간적인 걱정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시즌 개막전부터 최고의 스타트를 끊은 조건휘의 시선은 이미 다음을 향하고 있다. 조건휘는 "시즌 초반에 뜻깊은 우승을 거둔 만큼, 남은 시즌 동안 더 갈고닦아 후반기에 한 번 더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달리겠다"며 힘찬 포부를 밝혔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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