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이 28일(이하 현지시간) 서로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5일 미군이 이란에 공습을 한데 이어 이날 이란 내 드론기지에 대한 공격을 가하자 이란은 쿠웨이트에 있는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날렸다.
이처럼 양국이 공격을 주고 받으면서 종전 협상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현재 양국은 고농축 우라늄 폐기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동결자산 해제 등의 조건을 놓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금까지 협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휴전 파기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미군, 이란 내 드론 군사기지 타격…"휴전유지"
로이터 통신과 CBS 등에 따르면 미 당국자는 27일 미군이 미군 병력과 호르무즈 해협 상선 항행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이란 내 군사 기지를 겨냥해 새로운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보도는 직전 이란 매체가 호르무즈 인근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한 데 이어나왔다.
이란 현지 시간으로는 28일 새벽 1시 30분께 이란 남부 항구 도시인 반다르아바스 동쪽에서 세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이후 몇 분간 이란 방공망이 가동됐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당국은 폭발음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후속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남부 지역에서 폭음이 울린 것은 지난 25일 이후 사흘 만이다.
당시 미 중부사령부는 "자위권 행사"를 주장하며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남부 지역의 일부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란은 즉각 보복을 예고했으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군이 이틀 만에 다시 공습을 감행한 것이다. 폭스뉴스는 이날 미군이 이란 공격용 드론 4대를 격추했으며, 이란이 5번째 드론을 출격시키려 한 이란 남부 항구 도시 반다르아바스의 지상관제소에 공습을 했다고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이번 공격에도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미국 정부 당국자가 CBS에 밝혔다.
폭스와 인터뷰한 미 정부 당국자도 이날 미군의 조치들은 순전히 방어적인 것이자 절제된 것으로, 휴전 유지에 그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란 "미 공군기지 공격…결과는 침략자 책임"
쿠웨이트, 미사일·드론 피격…"적대적 공격에 방공망 가동"
미군의 공격에 이란도 반격에 나섰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미 공군기지를 표적 타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미군의 공격을 "침략"이라 규정하며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더 결정적인 대응이 이어질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침략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공격 대상 기지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같은 날 미군 기지가 위치한 쿠웨이트 영공에서 미사일 공격이 포착되면서 이란의 공격 표적이 쿠웨이트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AF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앞서 쿠웨이트군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쿠웨이트 방공망이 현재 적대적인 미사일·드론 공격에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서 들리는 어떤 폭발음이든 방공 시스템이 (적의) 공격을 요격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쿠웨이트는 미군 주둔 기지인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가 있는 곳으로,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공격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표적 중 하나로 꼽혀왔다.
휴전 살얼음판…무력충돌 vs 외교해법 최대기로
트럼프 "협상 지금까진 만족못해…어쩌면 끝장내야 할 수도"
'합의 임박' 분위기까지 갔던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은 다시 갈림길에 서게 됐다.
양측은 지난달 8일부터 아슬아슬한 휴전 상황을 이어오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종전 협상 타결에 가까워졌다는 메시지를 나란히 내놓았다.
당시 합의 임박 분위기를 띄우던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태세를 바꿔 "서둘러 합의를 보려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거나 "대단하고 의미 있는 합의가 되거나 아예 '노딜'이 될 것"이라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이는 올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공화당 강경파가 이란 핵 문제를 추후 논의 대상으로 돌린 MOU 초안을 두고 "양보가 과도하다"고 비판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군은 지난 이틀간 두 차례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다시 강경 모드로 전환한 모습이다.
그는 27일 내각회의에서 "이란은 매우 협상을 성사시키고 싶어 한다"면서도 "지금까지는 그들이 우리가 만족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족할 만한 합의에 이르게 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그냥 일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돌아가 끝장내야 할 수도 있고, 당장은 그럴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끝장낸다'는 표현은 이란 발전소와 교량 등 민간 인프라까지 파괴하는 대규모 공세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휴전 전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민간 인프라까지 파괴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종전 합의를 위한 미국의 필수 요구사항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국제수로'임을 강조하며 "모든 국가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국제 규정상 아무도 통제할 수 없다. 우리가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협상 조건으로 요구해온 동결자산 해제나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우리는 제재 완화나 돈을 주는 것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들이 주장하는 돈을 우리가 통제하고 있으며, 올바르게 행동할 때 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고농축우라늄(HEU) 처리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를 맡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그건 내가 불편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HEU를 미국으로 가져가지 않더라도 이란 내부 또는 제3국에서 적절한 감독하에 폐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에 맡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오만은 다른 나라들처럼 행동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토적 권리를 이란과 공유하는 오만에 대해, 이란의 해협 통제 시도에 동참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결국 미국의 요구 조건이 충분히 반영된 합의가 아니면 공습을 재개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외교가 언제나 첫 번째 선택지"라며 대화를 통한 합의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외교가 효과가 없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겠지만, 핵심은 우리가 외교적 경로를 선호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특히 협상에서 진전이 있다며 "향후 몇 시간, 혹은 며칠 사이에 추가 진전이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미-이란, 핵·호르무즈·동결자산 등 핵심쟁점 이견
미국과 이란은 고농축우라늄 폐기와 호르무즈해협 개방, 동결자산 해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란이 보유한 440㎏의 60% 고농축 우라늄(HEU)은 이란 내부나 제3국에서 적절한 감독하에 폐기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반면 이란 측은 미국과 협상 중인 '종전 양해각서(MOU)' 단계에서는 핵 관련 사안은 논외라고 주장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관련해서 미국은 조건 없는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미국과 무관하며, 이는 연안국들 사이의 사안이라며 통행료 부과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미국은 제재 완화나 동결자산 해제 문제에 대해 핵포기, 호르무즈 해협 개방 이후에 논의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종전 MOU 체결과 동시에 동결된 120억 달러가 먼저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입장 차가 크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당국자들은 지난 주말 종전 합의 직전이라고 주장했지만, 최근 며칠간 합의가 임박했다는 신호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호르무즈 해협 조기 재개방을 위한 잠재적 합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미국과 이란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외교적 돌파구 마련 가능성은 흐릿해졌다"고 분석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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