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도 일단 학폭 신고, 소송도 일단 끝까지⋯생기부가 만든 '법정화된 교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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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다툼도 일단 학폭 신고, 소송도 일단 끝까지⋯생기부가 만든 '법정화된 교실'의 민낯

로톡뉴스 2026-05-28 13:34: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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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와 생기부 부담이 커지면서 학교폭력 갈등이 행정심판과 소송, 보험 영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셔터스톡

학교폭력이 교실 안 갈등을 넘어 어른들의 밥그릇 싸움인 법적 소송전, 심지어 보험 영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기재를 피하기 위해 사소한 말다툼이나 감정싸움마저 일단 소송부터 걸고 보는 것이다.

28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권은택 변호사(로엘 법무법인)가 출연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학교폭력 소송의 실태와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짚었다.

교육 대신 법이 지배하는 교실⋯"일단 소송으로 끝까지 가보자"

최근 학교폭력 분쟁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법적 대응이다. 가해 학생 측은 생기부 기록을 피하기 위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총동원하며 시간을 끈다.

권은택 변호사는 "예전 같으면 학교 안에서 풀렸을 감정싸움이나 말다툼까지 생기부와 입시 문제 때문에 곧바로 학폭 신고와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늘었다"며 "실제로 서울행정법원에서도 학폭 사건이 계속 늘어서 전담 재판부를 2배로 늘렸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의 중재 역할은 사실상 실종됐다. 화해를 권유했다가 자칫 "사건을 덮으려 한다"거나 "편파적"이라는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학생들의 갈등은 고스란히 법률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기분 나쁘면 다 학폭? 법원의 판단 기준은

신고가 남발되다 보니, 법원 역시 어디까지를 학교폭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엄격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고 있다.

법원은 최근 1살 많은 학생에게 "싸가지 없다"고 말하거나, 외모를 두고 "실물과 사진이 달라 사기다"라고 지적한 사안에 대해 학폭 처분을 취소했다.

권 변호사는 "법원은 그때그때의 말실수나 일회적 감정 표현을 무조건 학폭으로 넓게 포섭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보인 것"이라며 "말의 수위만 볼 게 아니라 반복성, 공개성, 관계의 맥락, 실제 피해 정도를 함께 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사이버 폭력의 경계도 한층 명확해졌다. 권 변호사는 "피해 학생과 주고받은 문자를 SNS에 올려 외부에 퍼뜨린 경우는 명예훼손이자 집단적 배제 행위로 보아 징계가 정당하다고 봤다"고 했다.

반면, "학생 둘이 1대1 인스타그램 DM으로 피해 학생 험담을 주고받은 것은 피해자에게 도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비밀스러운 대화였고 전파 가능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집단 따돌림' 역시 둘 이상의 학생이 지속해서 배제하거나 공격하는 구조가 있어야 성립한다. 단, 혼자 한 괴롭힘이라도 따돌림이 아닐 뿐 모욕이나 명예훼손 등 다른 유형의 학폭으로는 충분히 처벌될 수 있다.

선제 신고가 유리하다? 악의적 허위 신고의 역풍과 '학폭 보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먼저 신고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 목적으로 허위·과장 신고를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권 변호사는 "상대를 압박하려고 사실을 과장하거나 캡처를 편집하는 방식으로 악의적으로 신고한 경우엔, 오히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나 모욕, 또 다른 학교 폭력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등장한 '학폭 보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변호사 선임비나 치료비를 보장해주는 이 보험이 분쟁 비용 부담을 낮춰 오히려 소송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 '일단 끝까지 가보자'는 요인이 더 커질 수 있다"면서도 "보험이 있다고 해서 없는 사실이 진짜가 되거나 불리한 사건이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의적인 폭력 행위는 보장받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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