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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6.3 지방선거를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선거전에 본격 뛰어들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불릴 정도로 바람몰이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비교적 청빈한 사생활 때문인지 보수층은 이상하리만치 ‘박근혜’에 열광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2017년 3월 10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국정농단 사건 등과 관련해 탄핵을 받고 사면돼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지방선거를 일주일 여 앞두고 전국을 누비며 사실상 당 대표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장동혁 대표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져 침체에 빠져 있던 국민의힘에도 화색이 돌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악수행렬이 이어지면서 당직자들도 오랜만에 고무된 모습입니다. 국민의힘의 한 고위 당직자는 이에 대해 “선거 때마다 박근혜를 모시려는 후보들이 줄을 이었다. 실제로 그가 바닥을 한번 훑고 가면 표심이 들썩였다는 무용담이 일종의 신화처럼 회자되곤 했다. 박 전 대통령만이 가지는 선거의 아우라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파괴력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박근혜’의 위력이 등장할까요.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정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이번 선거 등판을 계기로 뭔가 작심한 듯 철저하게 정치인 모드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26년 5월 말에 선거판을 휘젓고 다니는 것은 결코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탄핵당한 대통령이 선거에 나온다’며 혀만 끌끌 차면서 국민모독이라고 비판하지만 ‘박근혜’에 담긴 함의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먼저 박 전 대통령의 등판은 ‘박근혜 탄핵 잔존 세력’과 ‘윤석열 비상계엄 세력’의 결합과 연대라는 점에서 퇴행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여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적 이해관계와 정치 영향력 확대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장동혁 대표가 단식을 했을 때 그것을 ‘강제종료’ 시킨 장본인이 박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당시는 장 대표의 리더십 불신이 극에 달했을 때입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이 달려가 단식을 중지시켰습니다.
장 대표로서는 ‘친박세력’을 통해 궁지에 몰린 자신의 탈출로를 확보한 셈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뒤 이렇다 할 정치 복귀의 명분을 찾지 못하다가 장 대표 방문을 통해 존재감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윤 어게인’을 등에 업고 대표가 된 장동혁과, 탄핵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찐보수’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탄핵 잔존 세력을 등에 업은 박근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또한 ‘국민의힘에서는 우리가 대주주다’라는 장 대표와 박 전 대통령의 공통인식도 양측의 결합을 부추겼습니다.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주변으로부터 2028년 총선에 적극 참여해 ‘제 2의 친박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유영하 의원이 그 ‘연결 창구’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아직도 박근혜는 죽지 않았다’는 보수층 일각의 퇴행적 사고가 뒷받침된 결과입니다.
이런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방선거 전국 유세와 ‘장동혁 연합군과의 연대’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차기 총선과 대권까지도 염두에 둔 정략적인 행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지분 확보를 할 수 있고 장동혁 대표는 당권과 다음 총선 공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양쪽을 서로 강하게 잡아당기는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보수 혁신과는 정반대 방향이라는 점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영원히 반성과 성찰을 하며 보수정당 재편의 자양분이 되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은 다시 친박 탄핵 잔존 세력과 장동혁 비상계엄 세력의 정략적 연대 구도로 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보수를 다시 시궁창 정치로 끌고 간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선거에 개입해 국민의힘의 기사회생을 도울 경우 이는 단순한 선거 지원 이상의 정치적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큽니다. 비상계엄과 내란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성과 성찰이 아닌 재결집과 저항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내란의 완전한 청산’이 그 시대정신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보수세력이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다시 재결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그들의 자생적인 동력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잘못된 선거 전략과 느슨한 대응이 빚은 결과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박빙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보수의 결집으로만 설명될 수 없습니다.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 진영 전체의 지지 동력이 예상보다 약하게 작용하고 있는 점이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민주당은 선거 초반 광역단체장 ‘13대1 우세’ 분위기에 지나치게 몰입돼 사실상 선거를 방치한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위기감 속에서 빠르게 결집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것에 불을 당긴 장본인이 바로 ‘박근혜’였던 것입니다.
기댈 곳이 없던 보수세력은 장동혁에게는 손이 가지 않았지만 탄핵에다 감옥까지 갔다온 ‘박근혜’에 대한 동정심이 지지의 명분과 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보수층이 ‘장동혁-박근혜’에 표를 몰아줘 지방선거 결과가 여야의 대등한 승부로 끝난다면 탄핵과 비상계엄 세력이 계속 보수정당의 주류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퇴행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애를 쓰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지방선거의 의미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배경이 됩니다. 사실 민주당도 이번 선거에서 내란 청산을 부르짖고는 있지만 비상계엄과 탄핵 직후의 열띤 분위기와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이렇게 진보진영이 느슨하게 내란 이슈에 대응하는 사이 ‘박근혜’라는 반탄핵, 친계엄 세력 우두머리가 장동혁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슬그머니 등장한 것입니다. 결국 최근 보수 결집 흐름은 보수 자체의 힘이라기보다 민주당의 전략 미스와 진보 진영의 안일함이 만들어낸 반사효과에 가깝습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현상 역시 단순한 정치적 향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 안에는 현 정권과 집권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가 내란을 일종의 흥미유발 소재로 활용하며 가볍게 접근한 것도 보수의 반작용을 부른 이유가 됩니다. 정청래 대표는 유세 현장에서 “노상원 수첩이 현실화됐으면 죽었을 수도 있었다”는 식의 가십성 메시지만을 쏟아낼 뿐 내란에 대한 심각한 국정 농단 폐해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후보들도 지역 현안에만 매달려 ‘내란’이라는 또 다른 정치적 의미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보수는 ‘박근혜’라는 과거의 선거 아이콘이 전격 등장하면서 손길이 가지 않던 투표행위에 상당한 동기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보수가 무섭게 결집해 예상 외의 선전을 하게 될까요.
아직은 그런 시그널은 포착되지 않습니다. 국민의힘이 기대하는 ‘샤이 보수 대결집’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보수 유권자들의 정치 효능감 자체가 크게 약화된 상태라고 진단합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 의향도 상대적으로 낮고 최근 보수 상승세 역시 ARS 조사 특유의 보수 과표집 현상이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보수는 아직도 탄핵과 내란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비상계엄과 내란 논란에 대한 입장, 그리고 탄핵 이후 보수가 무엇을 반성했고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과 성찰 없이 다시 정치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역사를 과거로 되돌리는 심각한 퇴행적, 반역사적 행위입니다.
전직 대통령이 개인의 정치 영향력 확대 욕망을 풀기 위해 갈 곳 없는 보수층의 손을 무작정 이끄는 것은 쇄신과 혁신 없이 다시 과거의 ‘탄핵, 계엄 정당’으로 내모는 무책임한 행위일 뿐입니다. 박근혜가 살아나는 순간 내란 청산은 완결될 수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향수 정치가 아니라 계엄과 탄핵 이후 한국 보수의 쇄신과 재정립입니다. 이를 해결해줄 열쇠는 역설적이게도 민주당과 진보진영 유권자들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한국 정치의 반역사 세력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리하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무조건 투표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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