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장관 제재 해제로 관계개선 가능성…ASML 등 수출통제, 핵심 의제 관측
中윙테크, 자회사 반도체업체 넥스페리아에 1조7천억원대 손해배상 소송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과거 중국으로부터 제재받았던 네덜란드 장관이 오는 7월 방중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방중을 통해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의 대중국 수출 통제와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업 넥스페리아 경영권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보도에 따르면 스요르드 스요르즈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장관은 오는 7월 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한다.
그가 베이징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과 만나고 상하이에서는 천지닝 상하이시 당서기와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익명의 소식통은 전했다.
스요르즈마 장관이 이끄는 무역 대표단이 어떻게 꾸려질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 외교 당국은 이번 방중과 관련해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가 방중하게 되면 지난 2월 출범한 네덜란드 새 정부에서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하는 장관이 된다고 SCMP는 짚었다. 앞서 이달 중순에는 실비오 에르켄스 네덜란드 농수산·식량안보·자연부 장관이 방중한 바 있다.
과거 스요르즈마 장관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인권 침해 의혹과 관련된 비판을 제기하면서 중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적 있다.
그에 대한 제재가 해제됐다고 SCMP가 지난달 보도한 바 있으나 중국 당국의 공식 확인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의 방중은 중국 기업 윙테크의 자회사 넥스페리아의 경영권 분쟁과 미국 측 압박에서 비롯된 ASML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둘러싸고 양국 사이에 지속돼온 긴장 관계를 조율해가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네덜란드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으나 네덜란드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양국은 상호 교류 의사를 확인하며 긴장이 다소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이번 네덜란드 무역장관 방중을 통해 반도체를 둘러싼 이같은 양국 간 갈등이 봉합될지 주목된다.
네덜란드 컨설팅회사 차이나지오폴리틱스의 창립자인 프란스-폴 반 데르 푸텐은 '하드웨어 기술 통제 다자 동조법'(Multilateral Alignment of Technology Controls on Hardware Act·MATCH, 이하 매치법)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미국 의회에 제출된 매치법은 미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제한을 동맹국에도 확대해 중국이 네덜란드나 일본 등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부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미국은 2022년 반도체 및 과학 법안을 통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은 바 있다. 7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 수출을 제한해 중국의 기술 추격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됐다.
매치법과 관련해 스요르즈마 장관은 이달 12일 네덜란드 의원들에 대한 서면 답변을 통해 "모든 국가는 자국의 수출통제 법제에 책임이 있다"며 매치법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광범위한 제한은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과 시장 지위를 해칠 위험이 있으며 무역 투자 안정성에도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미국의 추가 통제 조치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 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윙테크가 넥스페리아를 상대로 80억위안(약 1조7천억원) 규모의 손해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해 양국 간 분쟁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윙테크 측은 자회사와 함께 넥스페리아 B.V. 등에 대해 넥스페리아 통제권이 계속 제한돼 경제적 손실을 봤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넥스페리아는 "윙테크 측이 윙테크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에게 이익이 되는 해결책에 도달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윙테크 측이 대화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윙테크 측은 앞서 지난해 순손실이 87억위안(약 1조9천억원)으로 전년(28억위안 손실) 대비 많이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넥스페리아는 자동차 부품에 필수적인 범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로 2019년 중국 스마트폰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윙테크에 인수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확대에 따라 지난 9월 핵심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윙테크의 넥스페리아 경영권을 박탈했고, 중국은 자국 공장에서 대부분 생산되는 넥스페리아 제품 수출을 금지하며 맞대응했다. 이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미중이 지난해 상호 수출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하기로 하면서 중국도 넥스페리아 칩 수출금지를 풀어 개별 기업 단위로 허가를 내주고 있지만 ASML 수출 통제 문제까지 더해지며 중국과 네덜란드 간 긴장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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