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정부의 자치분권 기조 속에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비수도권 이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에 이어 대형 국적 해운사인 HMM이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하기로 공식 결정하면서 균형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제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본사 소재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10곳 중 7곳은 여전히 수도권에 밀집해 있어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발표한 ‘2025년 매출 1000대 상장사 법인 소재지 현황 분석’에 따르면, 매출 1000대 기업 중 70.0%(700개사)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광역지자체별로는 서울특별시가 405개사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 263개사, 인천광역시 32개사 순이었다. 서울과 경기도에만 1000대 기업의 3분의 2 이상(66.8%)이 몰려 있는 셈이다.
특히 외형이 큰 대기업일수록 서울 선호 현상이 뚜렷했다. 지난해 매출 ‘10조원 클럽’ 슈퍼기업 40개사 중 75%인 30개사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현대자동차·기아, 강남구의 현대모비스·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매출 1위인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시, 매출 3위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시, 현대제철은 인천 동구에 각각 법인 주소지를 두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비수도권에서 가장 강세를 보인 지역은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부울경’ 권역으로, 총 111개사(11.1%)의 본사가 위치했다. 이 중 경상남도는 50개 기업을 유치하며 전국 광역지자체 중 세 번째로 많았다. 거제시의 한화오션이 대표적이다. 부산광역시는 37개사를 보유해 HJ중공업, 성우하이텍 등이 지역 경제를 이끌어왔으며, 최근 HMM의 이전 확정으로 매출 10조 원 넘는 슈퍼기업을 품게 됐다. 울산광역시는 HD중공업을 필두로 24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어 충청권이 87개사를 보유하며 선전했다. 충남의 코웨이, 충북의 현대엘리베이터, 대전의 KT&G, 세종의 한국콜마 등이 지역 대표 기업으로 꼽혔다. 대구·경북 권역은 총 59개사(경북 33곳, 대구 26곳)가 속했으며, 경북의 POSCO홀딩스와 대구의 한국가스공사 등이 활약 중이다. 반면 호남권(29곳), 강원(8곳), 제주(6곳)는 대기업 본사 유치 실적이 저조해 지역 간 격차를 드러냈다. 호남권에서는 매출 2위인 한국전력이 전남 나주시에 위치해 있으며, 전북에서는 하림이 유일한 매출 1조 클럽이었다.
기초지자체별로는 ‘서울 강남구’가 89개사로 전국 1위였다. 이어 분당과 판교를 아우르는 경기도 성남시와 서울 중구가 각각 63개사로 공동 2위를 차지했고, 서울 서초구(47곳), 영등포구(46곳), 경기도 화성시(41곳) 순으로 대기업 본사가 집중됐다.
비수도권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경남 창원시’가 25개사로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 창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위아, 두산에너빌리티 등 방산·중공업 분야의 1조 클럽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이어 충북 충주시(15곳), 충남 천안시(14곳), 경북 구미시·포항시(각 11곳) 등이 본사를 10곳 이상 보유한 주요 산업 도시로 조사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주요 대기업들이 수도권에 편중되다 보니 비수도권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구조”라며 “HMM 같은 사례가 확산되려면 정부가 기업에 단순히 이전을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 세제 혜택이나 행정적 프리미엄 등 명확한 인센티브를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이고 일관된 균형발전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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