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건강을 바꾼다…차별·불평등과 건강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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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가 건강을 바꾼다…차별·불평등과 건강 격차

프레시안 2026-05-28 10:44:48 신고

3줄요약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가 집에 도착했다. 이번 선거에서 뽑아야 할 자리가 도지사, 시장, 교육감, 지역구 도의원·시의원·비례대표 등 많아서 그런지 각양각색의 홍보물이 든 봉투도 무척 두툼하다. 지금 사는 곳에 전입신고를 하고 처음 맞이하는 지방선거라 그런지 후보자 중에 아는 얼굴보다 모르는 얼굴이 더 많았고, 지역구 후보들은 특히 더 낯설었다. 지방선거는 나의 삶에 직결된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고민할 사람을 뽑는 중요한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이 덜하다. 그래서인지 내가 속한 선거구는 후보자 수와 의원 정수가 같아 시의회의원 투표 자체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벌써 무투표 당선자만 여럿이다.

사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인에게 선거일은 투표보다는 주중에 쉴 수 있는 귀중한 휴일로써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만들어질 "정치적 맥락"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중 개인이 쉽사리 바꿀 수 없는 구조적 요인에 해당한다는 점(그림1)과 선거 결과가 향후 몇 년간 우리의 삶과 건강의 지형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이번 선거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그림 1. WHO-CSDH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개념틀. 출처 :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에 대한 조치를 위한 개념적 프레임워크(WHO)

그런 의미에서 정치적 맥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사회정치적 우려(sociopolitical concerns)"를 어떻게 측정하고 분석할지 고민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논문 바로가기: 맥락이 중요하다 - 차별과 건강에 관한 인구 건강 연구에서 사회정치적 우려를 측정하는 도구의 타당성과 신뢰성).

이 연구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3개 마을건강센터를 2020년 5월부터 2022년 7월 사이에 방문한 25~64세 성인 699명을 대상으로 사회정치적 우려 지표를 검증하고 차별 경험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사회정치적 우려와 관련된 문항은 미국의 대표적인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Gallup) 설문조사 중 '걱정(worry)' 하위 항목에서 가져왔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보건 의료 서비스의 가용성 및 비용, 범죄와 폭력, 연방 지출 및 재정 적자, 총기 사용 가능성, 약물 사용, 기아와 노숙 문제, 사회 보장 제도, 환경의 질, 연방 정부의 규모와 권력, 향후 미국 내 테러 공격 가능성, 인종 관계, 경제 상황, 불법 이민, 에너지 가용성 및 비용, 그리고 실업 문제의 총 15가지 사회적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를 4점 척도로 답변하도록 했다. 매우 많이 걱정하면 3점, 전혀 걱정하지 않으면 0점으로 점수를 매겼다.

차별 경험(Experiences of Discrimination Scale, EOD)은 아래 질문과 같이 차별의 이유와 차별이 발생한 구체적인 장소와 상황에 관해 묻고 각각에 대해 '예/아니오'로 응답하도록 했다.

당신은 다음의 이유 (①연령, ②인종/민족/피부색, ③성별, ④성 정체성, ⑤성적 지향, ⑥체중) 으로 인해 다음 상황에서 (①학교에서, ②채용 과정 또는 일자리를 구할 때, ③직장에서, ④집을 구할 때, ⑤의료서비스를 받을 때, ⑥상점이나 식당을 방문했을 때, ⑦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⑧거리 혹은 공공장소에서, ⑨경찰, 법원 또는 공공기관에서 법적 문서를 수정/발급할때, ⑩집에서) 차별을 경험하거나, 무언가를 하는데 제약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하거나, 열등감을 느끼게 된 적이 있습니까?

분석 결과 사회정치적 우려와 관련된 문항의 내적 일치도는 0.87로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이는 15개 설문 문항이 사회정치적 우려라는 개념을 일관되게 측정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타당도 검증을 위해 탐색적 요인 분석 및 이미 검증된 심리적 고통 측정 도구 케슬러(Kessler)-6와 비교했다.

사회정치적 우려가 클수록 심리적 고통도 유의미하게 높았고, 사회정치적 상황과 관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려동물 보유 여부에서는 아무런 통계적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회정치적 우려가 개인의 차별 경험과 연결이 되는지 검토한 결과, 모든 유형의 차별에 대해 3개 이상의 영역에서 차별을 경험한 사람들은 사회정치적 우려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를 통해 사회정치적 맥락과 관련된 문항이 실제 사회적 차별 및 불평등을 겪는 이들의 우려를 민감하게 잘 포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정치적 맥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새롭게 살펴볼 길이 생겼다. 그간 건강과 질병을 다루는 많은 연구에서는 정치적 맥락과 같이 쉽사리 개념화하거나 측정할 수 없는 요인보다 음주, 흡연 등과 같은 생활습관 및 개인 수준에서 측정 가능한 지표와의 연관성을 주로 다뤘다. 이를 통해 개인 수준에서 많은 위험요인을 발견했고 이에 대해 열심히 중재했지만, 여전히 건강 격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개인 수준의 중재 요인을 넘어 건강 불평등을 만드는 구조적 요인에 개입할 차례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행사하는 투표권은 단순히 내가 사는 곳의 정치인을 뽑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인 사회정치적 맥락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집 안 구석에 치워둔 선거공보를 다시 꺼내보자. 그리고 형광펜을 들고 찾아보자. 내가 사는 지역을 대표하고자 하는 분들이 시민들의 건강에 대해 어떤 기획과 구상을 하고 계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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