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영민 기자] 미국과 멕시코가 북미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공동검토를 앞두고 원산지 기준과 경제안보를 다루는 양자 협상에 들어간다.
미국이 멕시코산 자동차와 산업재에 적용하는 관세 우대 조건으로 북미산 또는 미국산 부품 비중 확대를 요구하면,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둔 국내 기업의 미국향 공급 조건도 달라질 수 있다.
멕시코는 유럽연합(EU)과 새 무역협정을 체결하며 판로 다변화에도 나섰다. 미국향 수출에는 원산지 기준 강화 부담이 커지는 반면, 유럽향 물량에는 새 협정 적용 이후 관세 조건 변화가 변수로 떠올랐다.
◇美·멕시코, 원산지 기준 협상 착수…자동차·산업재 쟁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는 28일부터 29일까지 멕시코시티에서 첫 양자 협상을 진행한다. 협상은 오는 7월 예정된 USMCA 첫 공동검토를 앞두고 마련됐다. 첫 회의에서는 경제안보와 핵심 산업제품의 원산지 기준을 의제로 다룬다.
양국은 다음 달 16~1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농업과 공정무역 조건을 논의하고, 7월 셋째 주 멕시코시티에서 세 번째 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번 협상 일정에는 캐나다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USMCA 검토 과정에서 북미 공급망 내 역외 제품 유입을 줄이고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멕시코와의 기술 협의 착수를 발표하며 경제안보 협력과 원산지 기준, 보완적 무역 조치를 논의 대상으로 제시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도 자동차와 산업재의 원산지 기준을 강화해 제품 내 미국산 비중을 높이는 방향을 언급했다. 구체적인 요구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행 USMCA는 자동차와 주요 부품이 협정상 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북미산 가치 비중 75%를 충족하도록 규정한다. 미국이 자동차와 산업재의 원산지 기준을 추가로 강화하면,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은 부품 조달과 관세 적용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멕시코 생산거점 둔 韓기업…대미 수출 조건 변화 촉각
국내 기업 가운데 기아와 삼성전자, LG전자는 멕시코에서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기아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 공장에서 K3와 K4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40만대다.
가전업계도 멕시코를 북미 공급거점으로 활용해 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미국의 멕시코산 제품 관세 압박이 커지자 멕시코 가전 생산 일부를 미국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멕시코 공장의 건조기 생산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LG전자는 멕시코산 냉장고 생산 일부를 미국 테네시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협상에서 미국이 자동차와 산업재의 원산지 기준을 강화하면 멕시코 생산품을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기업은 다시 관세 적용 조건을 따져야 한다. 생산라인 이전뿐 아니라 부품 조달 구성과 미국산 비중 산정 방식도 비용 부담을 가르는 요인이 된다.
◇EU 협정 서명한 멕시코…미·유럽 수출 조건 갈림길
멕시코는 미국과 협상을 앞두고 EU와 새 자유무역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은 기존 산업재 중심 협정에서 서비스와 디지털 무역, 정부조달, 투자, 농산물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상품 대부분에는 무관세가 적용된다.
멕시코 경제부는 새 협정이 적용되면 멕시코의 대EU 수출액이 연간 약 240억달러에서 2030년 360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EU 의회 승인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적용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기아는 지난해 9월 멕시코 페스케리아 공장에서 생산한 K4 해치백의 유럽 수출을 시작했다. 첫 선적지는 영국이며, 포르투갈과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으로 수출 대상을 넓힐 계획을 공개했다. 새 EU·멕시코 협정의 적용 시점과 자동차 원산지 기준은 향후 멕시코 생산 차량의 유럽향 수출 조건을 가를 변수다.
반면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원산지 기준 강화 여부에 따라 부품 조달과 관세 적용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미국과 멕시코의 첫 협상은 원산지 기준과 경제안보를 논의하는 단계다. 자동차·산업재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기준 강화 폭, 관세 우대 조건도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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