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돼요”에 솔깃?…비급여 유인 광고에 칼 뽑은 정부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실손 돼요”에 솔깃?…비급여 유인 광고에 칼 뽑은 정부

투데이신문 2026-05-28 10:26:34 신고

3줄요약
수액의 실손 보험 청구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병원 안내문 ⓒ투데이신문
수액의 실손 보험 청구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병원 안내문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실손보험 됩니다”

병·의원 광고에서 흔히 쓰이던 이런 문구가 정부 규제망에 들어왔다.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는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적용 가능성을 사실상 보장하는 듯한 방식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정부는 실손보험 누수 차단의 전선을 보험금 청구 이후의 심사 단계에서, 환자가 진료를 결심하는 ‘진료 유입 단계’로 앞당기고 있다. 그간의 실손보험 대책이 보험금 심사 강화, 보험사기 조사, 자기부담률 조정 등 사후 관리와 상품 구조 개편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에는 환자가 병원 문턱에서 접하는 광고 문구까지 규제 대상에 올랐다.

28일 보건복지부는 실손보험 적용 가능성을 내세운 허위·과장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이에 대한 행정처분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령 및 의료 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기관이 실손보험의 적용 범위, 대상, 환자 부담액 등을 거짓으로 부풀리거나 불명확하게 안내해 환자의 오인을 유발하는 광고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를 유인한 경우 기존 의사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은 최대 6개월까지 강화된다. 실손보험 관련 광고 금지 및 강화된 행정처분 기준은 공포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보험 안내와 환자 유인의 아슬한 경계

이번 규제의 본질은 단순히 광고 표현의 적절성을 따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주목한 핵심은 의료기관이 보험금 지급 가능성을 사실상 보증하는 듯한 마케팅 구조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손보험금 지급 여부는 보험사가 약관, 치료의 의학적 목적성, 세부 진료 내용, 청구 서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한다. 의료기관은 전문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주체일 뿐,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거나 보증할 주체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 병·의원들은 ‘실손 가능’, ‘보험 처리 가능’, ‘본인부담 적음’, ‘보험금 청구 가능’ 등 단정적인 문구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워 왔다. 이 같은 광고는 소비자가 진료의 의학적 필요성보다 ‘사후에 보험금으로 보전받을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따지게 만들어, 비급여 진료 선택 과정에서 비용 부담에 대한 인식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금융위원회도 의료기관의 실손보험 광고가 소비자 오인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개혁 과제로 지목한 바 있다. 이번 보건복지부 개정안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의료법상 제재로 구체화해, 병원이 보험사 심사에 앞서 실손 처리 가능성을 내세우는 구조를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그간 실손보험 관리는 보험금 청구 이후의 사후 대응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보험금 지출이 늘면 보험사는 심사를 강화하고, 과잉진료가 의심되는 사례는 보험사기 조사로 넘기며, 손해율 악화는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은 진료가 이미 이뤄진 뒤에야 작동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자는 병원의 안내를 믿고 비용을 지불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험사는 약관상 지급 대상이 아니거나 치료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 분쟁과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 대상을 광고 단계로 넓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손보험 누수는 보험금 청구서가 접수되는 순간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보험 처리 가능성을 근거로 비용 부담을 낮게 인식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특히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비급여 주사제, MRI, 백내장 수술 등은 환자가 진료 필요성을 스스로 판단하기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힌다. 병원의 설명과 광고가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실손보험 적용 가능성이 함께 제시될 경우 실제 비용 부담에 대한 인식이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급여 가격 신호 흐리는 실손 광고

정부가 의료광고까지 들여다보는 데에는 최근 단행된 5세대 실손보험 개편이라는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위는 이달 6일부터 5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며 보장 체계를 급여 의료비와 중증 질환 치료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필수적인 중증 질환 보장은 유지하되, 과잉 진료 논란이 잦은 비중증 비급여 항목의 보장 한도와 자기부담률을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국이 제시한 통계 자료도 구조 개편의 배경을 뒷받침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실손 비급여 보험금 규모는 2017년 4조8000억원에서 2023년 8조2000억원으로 6년 만에 약 70% 증가했다. 비급여 진료비 지출이 빠르게 늘면서 실손보험 손해율과 보험료 인상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험금 지급이 일부 가입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2024년 상반기 기준 다수 가입자 65%는 보험료만 납부하고 보험금을 거의 받지 못한 반면, 전체 보험금 지급액의 약 80%는 상위 9% 가입자에게 집중됐다.

당국은 이 같은 쏠림 구조가 결국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보고, 비급여 과잉 이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실손보험 개편을 추진해 왔다.

5세대 실손보험이 소비자 측면의 비용 부담 구조를 조정하는 조치라면, 이번 의료광고 규제는 의료 공급자 측면의 유인 구조를 관리하는 보완 장치로 볼 수 있다.

자기부담률을 높이더라도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처리 가능성을 앞세워 비급여 진료를 권유할 경우, 소비자의 선택은 다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 구조 개편만으로는 실손보험의 과잉 이용 문제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당국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셈이다.

보험금 분쟁, 진료 전부터 줄인다

보험업계는 이번 조치를 실손보험 관리 방식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는 청구서가 접수된 이후에야 개입할 수 있지만, 정부가 의료광고 규제를 통해 그보다 앞선 단계에 차단막을 세웠다는 평가다.

실손보험은 소비자, 의료기관,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구조다. 소비자는 납부한 보험료만큼 보장을 기대하고,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지급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이 구조 속에서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처리 가능성을 먼저 강조하면, 소비자는 실제 진료비 부담을 낮게 인식할 수 있다. 이후 보험금 지급 단계에서 소비자는 병원의 안내를 믿었다고 주장하고, 보험사는 약관상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이번 광고 규제는 이 같은 분쟁의 씨앗이 생기는 기대 형성 단계부터 개입해 소비자 오인을 줄이겠다는 조치로 해석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 문제는 이제 청구 이후의 심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지점에 이르렀다”며 “의료기관이 보험금 지급 가능성을 먼저 언급하는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실제 본인 부담과 보장 범위를 정확히 인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5세대 실손보험이 보장 구조를 조정하는 조치라면, 이번 의료광고 규제는 비급여 진료가 유입되는 통로를 관리하는 보완 장치에 가깝다”며 “향후 단속 현장에서 얼마나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단속 기준의 구체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단순한 청구 안내와 환자 유인성 광고를 어떻게 구분할지, 병원 홍보 블로그와 SNS 상담 문구까지 제재 대상으로 볼 수 있을지에 따라 규제의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다.

실손 가능이라는 직접 표현이 줄어든 뒤에도 부담 완화나 청구 지원, 보상 사례 등 우회 표현이 활용될 여지가 있어 세부 기준 마련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