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한국박물관협회는 ‘뮤지엄×만나다’에 참여하는 기관 중 일부가 소장품 전시를 6월까지 이어간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와 함께 추진 중인 ‘2026 박물관·미술관 주간’은 △뮤지엄×즐기다 △뮤지엄×거닐다 △뮤지엄×만나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문화 경험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 ‘뮤지엄×만나다’는 전국 50개 박물관·미술관이 참여해 각 기관의 대표 소장품 등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해 관람객들의 호응 속에 운영되고 있다.
‘뮤지엄×만나다’의 올해 주제는 ‘최초, 그리고 시작’으로, 처음 사용된 기술, 최초로 기록된 순간,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어낸 창작물 등 우리 문화의 뿌리이자 출발점이 된 소장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전국 50개 참여 기관은 각 소장품을 중심으로 교육·체험·특별 전시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운영한다. 소장품에 담긴 역사적·과학적·문화적 이야기를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함안박물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말이산고분군 13호분에서 출토된 ‘별자리 덮개돌’을 대표 소장품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5세기 후반 아라가야 최전성기 무덤의 석실 천장을 덮었던 이 판석에는 총 191개의 성혈(性穴)이 새겨져 있다. 한반도 남부에서 확인된 유일한 고대 별자리 유물로 아라가야의 높은 천문·과학 지식을 실증한다. 가야 고분에서 별자리 표현이 확인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크다. 당시 아라가야인들의 천문 사상과 동아시아 천문 문화의 교류 양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별 헤는 방’을 조성해 별자리 형상을 화면으로 구현한 몰입형 연출을 선보이고 있다.
함안박물관 김혜민 학예연구사는 “‘별 헤는 방’을 조성하면서 관람객 한 분 한 분이 조용히 덮개돌에 새겨진 별자리를 바라보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라가야 사람들이 1500년 전 바라보았던 별과 오늘 우리가 바라보는 별은 결국 같은 하늘 아래 이어져 있다”며 “‘별 헤는 방’이 과거의 하늘과 현재의 하늘,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장욱진 화백이 덕소 화실 벽면에 직접 그린 ‘동물가족’을 대표 소장품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소·닭·돼지·개가 가족처럼 모여 있는 벽화는 장욱진 특유의 순수하고 소박한 감성을 잘 보여준다. 철거 예정이던 덕소 화실의 벽에서 떼어내 보존했다는 사실이 작품에 각별한 의미를 더한다. 평온한 동물들의 모습 속에는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따뜻한 관계가 담겨 있다. 홀로 그려진 개의 형상에서는 가족과 떨어져 작업에 몰두하던 작가의 고독과 내면이 느껴진다. 실제 소코뚜레와 워낭이 작품과 함께 전시돼 당시의 생활 정서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점도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김명훈 학예사는 “‘동물가족’은 예술과 일상이 함께했던 장욱진 화백의 삶의 태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이라며 “덕소 화실 벽면에서 옮겨져 온 이 작품에는 화백의 생활과 작업의 흔적이 함께 담겨 있으며, 소박한 동물들의 모습은 평범한 일상 속 따뜻한 정서를 전해준다”고 소개했다. 이어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한 시대의 삶과 기억에 공감하고, 가까이 있었지만 쉽게 지나쳤던 가족과 일상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 느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자연사박물관은 2023년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지정된 ‘학봉장군미라’를 대표 소장품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기후 특성상 자연미라 형성이 매우 드문 가운데, ‘국내 최고(最古)의 미라’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약 600년 전 조선 초기(1400년대) 무관으로 추정되는 미라는 독특한 회곽묘 구조와 이중목관을 통해 당대의 엄격한 장례문화와 유교적 질서를 생생하게 고증한다. 미라와 함께 수습된 약 40여 점의 출토복식은 조선 전기 복식사 연구의 결정적 기준을 제시한다. 한국 자연미라의 형성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과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한국자연사박물관 송안나 학예팀장은 “관람객이 직접 ‘600년을 걷는 시간 여행자’가 되는 역동적인 경험이 되길 바란다”며 “미라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해 박물관 곳곳의 단서를 추적하고 스탬프를 획득하는 미션 수행형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역사와 과학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꼬마 인류학자’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융합적 사고를 기르고, 박물관이 살아있는 탐험과 기록의 공간임을 직접 체감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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