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조선의 대표적인 건축 자산인 궁궐과 종묘는 수백 년의 세월 동안 풍파를 견디며 우리 고유의 미적·역사적 격조를 증명했다. 그러나 목조 건축물의 화려한 단청과 구조에 가려 이들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기단과 석축 등 석조 부재에 대한 학술적 접근은 상대적으로 정밀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영구적일 것만 같은 암석 역시 대기 오염과 자연 풍화로 인해 끊임없이 미세한 균열과 성질 변화를 겪는 만큼 석재의 광물학적 성분을 정밀 분석해 디지털 데이터로 체계화하는 작업은 보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28일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유산의 지속 가능한 보존 관리 기반을 다지고자 전통 건축용 부재의 정밀 성분을 분석한 ‘세계유산 창덕궁과 종묘에 사용된 석재의 과학정보’ 보고서가 발간됐다.
보고서에는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들의 석조 기단, 계단, 석축 등에서 채취한 시료의 광물 조성과 조직적 특성이 상세히 기록됐다. 육안에 의존하던 기존의 양식 중심 조사 방식에서 탈피해 암석학적 분석 기법을 통해 조선 시대 궁궐 축조에 사용된 석재의 산지와 물리적 특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제작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창덕궁 축조에 사용된 석재는 주로 화강암류로 총 4가지 유형으로 세분된다. 주석재인 담홍색 화강암은 석영, 장석, 흑운모가 주성분이며 장석의 비율이 높아 전체적으로 밝고 붉은 색조를 띤다. 진홍색 화강암은 장석 내 산화철 함량이 높아 적색조가 뚜렷하며, 중립~세립질 흑운모 화강암은 회색 계열로 조직이 치밀해 광물 경계가 불분명한 특징을 보인다. 우백질 화강암은 조암 광물의 종류는 동일하지만 흑운모 함량이 현저히 적은 독자적인 조직감을 나타낸다.
종묘의 석재 특성은 다소 상이한 양상을 띤다. 종묘 역시 대부분 담홍색 화강암을 기반으로 축조됐으나 극히 일부에 우백질 화강암과 흑운모 화강암이 혼재돼 있으며, 전반적으로 유색 광물의 비중이 적고 상대적으로 풍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임이 확인됐다. 일부 담홍색 화강암 시료는 흑운모 함량이 높아 암석 표면의 명도와 색상 대비가 뚜렷하게 관찰되며, 국부적으로 장석 반정이 분포해 조직적으로 비균질한 양상을 보인다.
정밀 암석학 분석을 통해 동일한 화강암 계열이라도 물리적 강도와 미적 색조에 따라 쓰임새를 달리했던 선조들의 공학적 지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특정 유물이 과거 어느 산지의 채석장에서 조달됐는지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발간된 과학 정보 보고서는 향후 예기치 못한 재해나 노후화로 인해 창덕궁과 종묘의 석조 구조물을 보수·복원해야 할 때 데이터로 활용될 전망이다. 원형 석재와 광물 조성 및 풍화도 특성이 일치하는 대체 암석을 선별해 이질감 없는 복원을 가동할 수 있게 된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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