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유통 (CG) /연합뉴스
성평등가족부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의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 유포된 성범죄물을 직접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해당 제도의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방미심위 체제에서 요구되던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줄이고 신속한 권리 구제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이나, 입법 과정에서 풀어야 할 법적·현실적 과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타 부처 선례와 차단 방식의 타당성
성평등부의 권한 이관 시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의 핵심 근거는 타 부처의 선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26년 5월 11일 시행된 개정 저작권법(제133조의4)을 근거로, 방미심위를 거치지 않고 불법복제물 유통 사이트에 대한 긴급차단을 실시하고 있다. 행정부 소속 부처가 독자적인 접속차단 권한을 행사하는 입법적 선례가 이미 마련된 셈이다.
또한 성평등부가 구상하는 ‘개별 URL 차단’ 방식은 법리적 관점에서 비례성 원칙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다.
불법정보가 포함된 일반 커뮤니티의 경우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가 될 수 있다.
과거 접속차단 시정요구 취소 소송에서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등은 웹사이트 내 정보 전체가 유통 금지 정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 및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특정 게시물의 URL만 기간통신사업자에게 보내 차단하는 방식은 과잉 규제 논란을 피할 수 있는 타당한 접근으로 해석된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가 이미 피해자 식별과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실무적 인프라도 갖춰진 상태다.
관련 법령 정비와 헌법적 쟁점
반면, 제도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여러 법적·절차적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가장 큰 과제는 관련 법령의 포괄적인 정비다. 성평등부가 기간통신사업자(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에게 직접 URL 차단을 강제하려면, 단순히 성폭력방지법을 개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 법령의 동반 개정이 필수적이다.
표현의 자유 제한과 독립적 심의기관 우회에 따른 헌법적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
방미심위와 같은 독립적 합의제 기구를 거치지 않고 독임제 행정관청(성평등부)이 직접 표현물에 대한 차단 조치를 내리는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이나 행정 편의주의에 의한 과도한 사후 검열 논란을 낳을 수 있다.
문체부의 긴급차단 제도 역시 차단 후 즉각적인 통지와 이의제기 절차, 손해배상 청구 근거를 법률에 명시하여 위헌 소지를 줄였다.
성평등부의 개정안 역시 차단 대상자의 이의제기를 보장하는 등 촘촘한 적법절차를 마련해야만 입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부처 간 권한 분산에 따른 중복 문제
부처 간 권한 조정도 난관이다.
현재 일반 불법정보는 방미심위, 저작권 침해는 문체부가 담당하는 가운데 성범죄물 차단 권한까지 성평등부로 분산될 경우, 동일한 URL을 두고 복수 기관의 심의가 중복되거나 상충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방미심위 내부에서는 위원회 고유의 업무를 타 부처가 가져가는 현상에 대해 설립 취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성평등부의 차단 기능 직접 수행은 입법 기술적으로 충분히 구현 가능한 모델이나, 관련 법령의 유기적 개정과 사후 구제 절차의 충실한 설계가 전제되어야만 현실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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