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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기업 경영진이 인공지능(AI)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압박이 커지는 반면, 정작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AI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과 신뢰는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한국 시장은 글로벌 평균을 크게 웃돌며 AI 성과 책임론이 최고경영자(CEO)의 직무 안정성을 직접 위협하는 강력한 경영 리스크로 부상했다.
AI 플랫폼 기업 데이터이쿠(Dataiku)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해리스 폴(Harris Poll)과 함께 한국,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대기업 CEO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글로벌 AI 실태 보고서: CEO 에디션’을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한국 시장의 강한 압박감이다. 한국 CEO의 95%는 AI 성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고 답해 글로벌 평균(87%)을 상회했다. 임기와 직결된 위기감은 더 구체적이다. 한국 CEO의 93%는 2026년 말까지 가시적인 AI 비즈니스 성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본인의 직위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미국(81%)과 글로벌 평균(80%)을 모두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한국 CEO의 58%는 이미 이사회로부터 측정 가능한 AI 성과 달성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79%는 지난 1년간 AI 관련 의사결정에 대한 본인의 참여도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반면 AI에 대한 전략적 평가는 매우 공격적이다. 한국 CEO의 95%는 ‘AI 에이전트가 현재 경영진보다 더 나은 전략적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답해 글로벌 평균(80%)과 APAC 평균(89%)을 모두 크게 앞질렀다.
◇이사회 압박 가중되나 “최종 판단은 여전히 인간 몫”
전 세계적으로 AI는 이미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 체계에 깊숙이 통합됐다. 글로벌 CEO들은 매년 40건 이상의 핵심 의사결정에서 AI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94%는 AI가 전략적 판단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이사회에 공유하는 데 부담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활용도가 높아진 만큼 시스템에 대한 확신은 오히려 약해지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를 실제 업무 환경에 대규모로 도입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해 “매우 자신 있다”고 답한 글로벌 CEO 비율은 지난해(41%) 대비 올해(31%)로 감소했다. AI가 경영진보다 더 우수한 전략 수립 역량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한 비율 역시 지난해 89%에서 올해 76%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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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권한을 기술에 완전히 넘기는 것에 대한 경계감도 뚜렷하다. CEO의 80%는 AI가 제시한 권고안의 근거를 검증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51%)은 핵심 비즈니스 결정 과정에서 인간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실제로 데이터 책임자 중 AI 에이전트가 기본적인 의사결정 감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확신한 비율은 34%에 그쳤고, CIO 중 AI 에이전트 운영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5%에 불과해 조직 내 실무진과의 인식 차이도 컸다.
◇‘섀도우 AI’·벤더 종속 경계…기술 성능보다 거버넌스 1순위
AI 투자 기조 역시 무조건적인 확장보다는 리스크 관리로 선회하고 있다. 글로벌 CEO의 65%는 AI 투자 확대 자체보다 특정 벤더에 과잉 투자해 종속되는 위험을 더 우려했다. 이미 CEO의 76%는 소수의 AI 공급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했으며, 67%는 지난 1년간 실무 조직이 내린 공급업체·플랫폼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검토를 요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내부 통제를 벗어난 보안 및 규제 리스크도 수면 위로 올랐다. CEO의 96%는 회사 승인 없이 임직원들이 임의로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하는 ‘섀도우 AI(Shadow AI)’ 문제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또한 79%는 AI 에이전트 도입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우려했으며, 51%는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실제 프로젝트 추진을 지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CEO들은 AI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로 인재 확보(34%)나 시스템 오케스트레이션(28%)보다 ‘거버넌스(39%)’를 1순위로 꼽았다. 기술의 성능보다 안전한 통제와 설명 가능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는 분석이다.
플로리앙 두에토 데이터이쿠 최고경영자는 “기업 간 차별화 요소는 AI의 성능 자체보다 이를 신뢰 가능한 비즈니스 의사결정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에 있다”며 “경영진이 지는 무거운 책임과 AI 결과값에 대한 통제력 사이의 간극을 빠르게 해소하는 기업이 향후 책임 있는 AI 체계를 구축하고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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