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와인 산지 보르도에서 동쪽으로 30여 분 달리면 도착하는 작은 마을 루프(Loupes). 지난 4월 10일, 이 조용한 도시는 에르메스의 25번째 가죽 공방이 들어서며 새로운 이정표를 맞이했다. 켈리와 콘스탄스 같은 시그너처 백과 승마용 제품이 생산될 이곳은 장인정신의 계승과 지속 가능한 고용 창출이라는 에르메스의 핵심 가치가 구현되는 공간이다. 공방은 주변 숲 지형과 자연스럽게 호흡하도록 설계되었다. 외관은 경관을 거스르지 않으며 빗물의 흐름을 고려한 이중 곡선 지붕이 구조적 기능과 조형미를 동시에 드러낸다. 5700m² 규모의 내부는 대형 유리 파사드를 통해 숲의 풍경과 자연광을 온전히 끌어들이며 작업 공간 전반에 고요한 개방감을 형성한다. 화려함보다 디테일 속 진정성을 중시하는 에르메스의 철학이 건축 전반에 정교하게 적용된 셈이다. 이곳에서는 프랑스 교육부로부터 인증받은 무료 교육기관 ‘에르메스 기술 트레이닝 센터(Ecole Hermes des savoir-Faire)’를 수료한 약 260명의 장인이 근무하게 된다. 세대를 이어온 기술과 감각이 새로운 인력과 결합되며 공방은 장인정신을 지속하기 위한 기반으로 기능한다. 오프닝을 맞아 루프를 찾은 CEO 악셀 뒤마(Axel Dumas)는 여전히 한 명의 장인이 제품 하나를 완성하는 에르메스 고유의 장인 중심 제작 철학을 언급하며, “모든 산업혁명을 따르지 못한 유일한 브랜드”라는 유쾌한 농담을 건넸다. 이어 그는 장인들에게 자신의 손끝에서 완성된 제품이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공방 앞마당을 가득 메운 장인들의 표정과 그의 얼굴에는 공통된 온기가 스며 있었다. 속도보다 방식, 효율보다 의미를 선택해온 에르메스의 시간은 그렇게 또 하나의 공방 위에 축적된다. 루프 공방은 그 긴 흐름 속에서 브랜드가 지켜온 철학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임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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