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누적예산 최대 200억 추산…통계조차 없어
영국 NHS·싱가포르처럼 국민 중심 ‘원앱’으로 통합 시급
스마트폰 하나로 자신의 건강정보를 확인하고 병원진료기록을 조회하는 본격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 산하기관의 공공앱 체계는 심각한 혼란과 비효율의 늪에 빠져있습니다. 현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산업 육성을 핵심국정과제로 천명했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기관 중심의 행정편의주의로 인해 공공복지앱들이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중복개발과 낮은 활용률, 높은 유지보수비용 등으로 국민 혈세가 새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공공복지앱 난립 실태와 예산낭비 문제를 짚고 국민 중심의 ‘원앱’ 통합플랫폼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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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하나로 진료기록과 건강정보를 확인하는 시대. 하지만 정작 국민은 ‘어떤 공공앱을 써야 할까’부터 헷갈린다.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이 비슷한 앱을 따로따로 운영하면서 기능은 겹치고 예산은 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파편화된 예산을 수요자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예산절감과 효율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이 일상에서 자주 쓰는 공공 건강앱은 이와는 정반대로 달리고 있다.
■쪼개진 서비스, 겹치는 기능…국민 피로 가중
현재 대표적인 공공복지앱은 ▲보건복지부 ‘나의건강기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e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25시’ 등이다. 나의건강기록은 공공의료데이터 통합조회, 건강e음은 병원·약국 및 진료내역 조회, 건강보험25시는 건강검진·보험료·자격확인서비스를 핵심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서비스 중복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진료기록과 건강검진결과 조회, 주변 병·의원 검색 등 핵심기능은 3개 앱 모두에서 중복으로 제공된다. 반면 세부기능은 분산돼 있어 국민들은 매번 여러 앱을 번거롭게 오가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앱을 실행할 때마다 반복되는 로그인과 본인인증절차 역시 번거롭기 그지없고 피로도를 가중시킨다.
실실적인 수요 측면에서도 양극화현상이 뚜렷하다. 앱 다운로드 수 기준으로 보면 보험료 조회 등 생활 밀착형 기능이 모인 ‘건강보험25시’는 1000만회 이상 기록하며 이용자가 집중된 반면 ‘나의건강기록’은 10만회 수준에 그쳐 활용률이 극히 저조하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공급자 시각에서 설계된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석재은 교수는 “많은 노인이 건강관리에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복잡한 기능 탓에 실제 사용하는 건 단순 운동량측정 정도에 불과하다”며 “다양한 기능 나열이 아니라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앱 화면과 구조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복된 지적에도 정확한 예산 파악조차 불가능
이런 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본지가 보건복지부에 2025년 신규 개발 및 유지보수 예산을 문의한 결과 나의건강기록 앱 유지보수 비용은 2025년 2600만원·2026년 3400만원으로 확인됐지만 부처·산하기관 전체를 통합한 예산 자료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관별로 사업이 흩어져 있어 전체적인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는 것이다.
예측해 볼 만한 자료는 있다. 2022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관 건강 관련 앱 현황’ 자료에 따르면 당시 복지부와 산하기관이 개발·운영한 앱은 총 28개로 개발비 약 80억원, 유지보수비 약 38억5000만원 등 총 12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다.
업계에서는 최근 공공 SW사업단가 상승과 유지보수비용 증가 등을 고려하면 예산규모가 과거보다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발자는 “최근 공공앱은 단순제작이 아니라 클라우드서버 운영, 개인정보 암호화, 보안인증 유지까지 포함되면서 비용구조 자체가 과거보다 크게 증가했다”며 “특히 의료·복지앱은 개인정보 민감도가 높아 일반 민간앱보다 유지보수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임도빈 교수는 “기관마다 비슷한 앱을 따로 운영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로그인 체계와 서버, 인증, 유지보수를 기관마다 각각 별도로 가져가다 보니 사실상 같은 예산이 반복 투입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복지부에 있다. 산하기관의 사업과 예산을 총괄 관리해야 할 주무부처가 산하기관별로 비슷한 앱이 우후죽순 생기는데도 공공앱 예산현황조차 집계하지 못하고 있는 것. 총괄관리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의미다.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김학주 교수는 “정부가 기초통계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각 기관이 이처럼 유사한 앱을 계속 따로 유지할 경우 정책효과에 착오를 일으킬 뿐 아니라 추후 국가예산편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각 기관별 앱은 서비스 목적과 운영주체가 서로 다르며 국민 건강정보 접근성과 행정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구축된 것"이라며 "향후에도 이용자 편의와 데이터 연계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트렌드는 ‘원앱’…행정편의주의 탈피해야
우리 정부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해외에서는 이미 ‘원앱(One-App)’ 형태의 통합플랫폼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NHS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진료 예약과 처방, 의료기록조회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역시 ‘헬스허브(HealthHub)’를 통해 건강기록과 예방접종, 병원예약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동한다. 국민은 어느 기관의 서비스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사실상 우리 국민의 공공복지앱 선택은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다운로드 수 기준으로 보면 건강보험25시는 1000만회 이상, 건강e음은 100만회 이상, 나의건강기록은 10만회 이상 수준으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생활밀착형 기능과 상대적으로 높은 통합성을 갖춘 플랫폼에 이용자가 집중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25시는 보험료 조회와 건강검진, 자격확인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한 앱에 모아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분산된 건강 공공앱을 하나로 묶어 ‘국민 중심의 통합플랫폼’을 구축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진정한 디지털 헬스케어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급자 중심의 행정편의주의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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