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법률을 따뜻한 서사로 번역하는 방배동 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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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법률을 따뜻한 서사로 번역하는 방배동 행정사

이슈메이커 2026-05-28 09:14: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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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차가운 법률을 따뜻한 서사로 번역하는 방배동 행정사

 

 

국가 기관을 상대로 마주하는 행정의 장벽은 일반 개인이나 기업에 유난히 높고 차갑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만난 ‘라운드 행정사사무소’의 권기혜 대표행정사는 그 경직된 장벽에 부드러운 온기를 불어넣는 다정한 설계자였다.  대형 증권사 본사 리서치센터와 인사팀에서 5년간 치열하게 근무한 그는, 제2의 인생을 위해 행정사라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권 대표는 한 건의 인증이 기업의 다음 자금 라운드를 결정하고 비자 한 건이 한 사람의 1년을 좌우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슴에 깊이 품고 있었다. 대표님들이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본업의 속도를 잃지 않게 돕는 것이 행정사로서 그가 정의하는 진짜 역할이다.

둥근 소통으로 장벽을 허물다
대형 증권사 본사 리서치센터와 인사팀에서 5년간 치열하게 근무한 그는, 제2의 인생을 위해 행정사라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공무원 분들이 이런 세계가 있다고 귀띔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1년 동안 공부에 매진해 합격한 뒤, 선배 사무소에서 1년간 소속 행정사로 근무하며 실무를 익혔다.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라운드도 없었을 것이라 말하는 그는 마침내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사무소를 열었다. 그의 사무소 이름인 ‘라운드(Round)’에는 복잡한 인증이나 비자 한 건을 해결해 기업의 다음 단계를 함께 열겠다는 의지와, 여성 행정사 특유의 부드러운 소통으로 행정의 딱딱한 인상을 덜어내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실제로 그는 가족들 중에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화장품 인허가와 식약처 업무를 자연스럽게 주력 분야로 구축해 냈다. 여기에 과거 증권사에서 매일 다루었던 기업 분석 경험을 살려 유사투자자문업이나 NPL 대부업 같은 까다로운 금융 인허가 영역까지 업무를 확장했다. 단순히 서류를 대신 작성해 제출하는 대필업자에 머무르지 않고, 한 기업의 설립부터 성장 단계까지 필요한 무기를 적재적소에 쥐여주는 것이 그가 현장에서 찾은 직업적 매력이다.
  그가 현장에서 부딪치며 깨달은 가장 큰 자산은 거창한 전문 지식보다 의뢰인의 불안감을 즉시 해소해 주는 소통의 태도였다. 권 대표는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는 남들이 못 하는 특별하고 엄청난 기술을 잘해야만 능력 있는 행정사인 줄 알았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하지만 3년 차 행정사가 된 지금 그가 내세우는 원칙은 ‘당연한 것을 매번 다시 하는 사람이 되자’는 미련할 정도의 우직함이다. 전화를 받으면 그날 바로 즉답을 주고, 약속한 기한 내에 정확히 자료를 전달하는 사소한 원칙이 무너지면 결국 신뢰 전체가 깨진다는 것을 수많은 케이스를 보며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도 의뢰인이 불안해하며 "다음에 뭐 하면 되냐"고 먼저 묻기 전에, 현재 진행 상황과 다음 단계를 선제적으로 안내하라고 매번 강조한다. 무조건 다 해결해 주겠다는 과장 광고로 수임료만 챙긴 뒤 연락이 두절되곤 하는 업계의 보수적인 관행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자 경계이기도 하다. 심지어 매출 구조나 시기상 지금 인증을 받는 것이 무의미한 기업에는 "지금 받아봐야 돈만 낭비하니 다른 준비부터 하라"고 솔직하게 거절하는 정직함을 발휘한다. 당장은 섭섭할지 몰라도 결국 이러한 정직함과 즉각적인 피드백이 의뢰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한 번 온 고객이 다른 대표들을 줄줄이 소개해 주는 진짜 원동력이 되었다.

시간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하고 AI가 행정 서식을 쉽게 만들어주는 시대에 왜 비용을 들여 전문 행정사를 써야 하느냐는 질문에 권 대표는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기업 행정은 단순히 서류 한 장 제출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법령과 담당 공무원의 성향, 실무 기준을 종합적으로 읽어내야 하는 치열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식이 완벽해도 한 글자, 한 줄의 근거가 어긋나면 담당 기관으로부터 보완 요청이 떨어지기 일쑤고, 이 때문에 사업 일정이 한두 달 밀리면 기업에는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한다. 한 번 반려되면 다음 시도까지 걸리는 시간적 리스크가 너무나 크기에, 처음부터 전문가와 함께 가장 합리적이고 빠른 길로 설계를 마치는 것이 결과적으로 가장 비용을 아끼는 길이다. 실제로 그는 일정이 극도로 촉박했던 작년 
서울시 오페라 공연 당시, 해외 배우 30명의 단기취업 비자를 밤낮없이 매달려 보름 만에 해결해 내기도 했다. 정작 주최 측이 고맙다고 쥐여준 공연 티켓을 들고도 밀려드는 다음 업무를 처리하느라 공연장엔 직접 가지 못했지만, "행정사님 덕분에 잘 처리됐다"는 대표님들의 한마디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정보의 격차 때문에 문턱을 넘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블로그에 알기 쉬운 인허가 가이드를 올리고, 결식아동을 위한 도시락 후원을 이어가는 것 역시 사람을 돕는 이타적인 직업이라는 초심을 지키기 위함이다.
  매일 아침 가방을 메고 새로운 마음으로 현장으로 출근한다는 권기혜 대표는 올해 행정사 사무소를 넘어 또 하나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돌파구는 결국 200조 원 규모의 공공조달 시장이라는 판단하에, 조달청 업무에 특화된 별도의 연구소 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그는 다수공급자계약(MAS)이나 벤처나라, 혁신장터 등록 등 조달 행정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여 기업의 확실한 판로를 열어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후배 행정사들에게도 단순히 자격증 취득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말고, 현장에서 담당 공무원들과 치열하게 부딪치며 강한 실무 경험을 먼저 쌓아야만 의뢰인에게 부끄럽지 않은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초기에 의뢰인이 묻지도 않은 온갖 가능성을 구구절절 늘어놓다가 오히려 고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제는 가장 명쾌한 선택지를 좁혀주는 노련함까지 갖췄다. 그의 최종 목표는 서초구 최고라는 거창하고 번지르르한 타이틀이 아니라, 자신이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방배동에서 가장 일 잘하고 속 시원한 행정사’가 되는 소박하고도 단단한 뚝심이다. 인증 따로, 조달 따로, 비자 따로 알아보는 번거로움 없이 라운드라는 공간 안에서 ‘한 회사의 5년 치 행정 로드맵’을 함께 그려나가는 종합 플랫폼을 향해 그의 발걸음은 오늘도 쉼 없이 굴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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