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악’의 몽타주 이희준, ‘허수아비’의 ‘어는점’으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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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악’의 몽타주 이희준, ‘허수아비’의 ‘어는점’으로 [인터뷰]

스포츠동아 2026-05-28 09:00: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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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BH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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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장은지 기자] 정확하고 사려깊은 관찰은 때론 애틋한 마음일 수 있다.

‘허수아비’의 박준우 감독은 ‘탐사보도 PD 출신’으로, 작품의 모티브가 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가까이서 취재한 외부인이다. 뉴스 보도가 여과한 얼굴들을, 돌이킬 수 없다면 정확히 관찰하고 꾹꾹 눌러 쓸 뿐이었다. 이 드라마가 호평을 얻는 배경에는 픽션으로 양감을 채웠지만 인물들의 복잡한 사정들을 영웅적으로도, 때론 악하게도 압축해 그려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ENA 드라마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한 ‘허수아비’는 전국민을 사회적 트라우마로 몰고 갔던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드라마의 제목은 극 중 범인의 범행 수법을 뜻하지만 동시에 가려진 진실과 공포, 숱한 것들 앞에서 무기력했던 얼굴들의 자화상으로도 읽힌다. 박해수와 이희준이 그 ‘허수아비’에서 치열하게 무력했던 시대의 얼굴을 대변했다.

사진제공 | BH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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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주가 끓는점이라면 검사 차시영은 어는점이다.

펄펄 끓는 강태주의 걸음마다 기어이 냉각수를 끼얹어 발을 붙든다. 사람들의 선의와 버티고 지킨 귀한 마음들도 그의 저열함 앞에 힘을 잃고 다시금 얼어붙는다. 물론 작품의 절대악은 따로 있다. 범인이다. 차시영은 절대악의 반대 진영에 있으면서도, 권력욕과 인정욕에 눈멀어 진실을 교묘히 가리고 위장한다. ‘차악’의 얼굴이다.

차시영을 연기한 이희준은 다만 그를 평면적인 악인으로 뭉뚱그리지 않았다. 서자의 열등감, 태주와의 해묵은 과거사 등 겹겹이 쌓인 결핍은 차시영을 지독하리만큼 입체적인 인물로 만든다. 그리하여 선과 악의 경계, 그 으슥한 틈새를 시시각각 비집고 나오는 차시영의 요철을, 이희준은 집요하게 줄타기 했다.


“아, 이 작품은 좀 다르구나 싶어 흥분됐죠”

서사를 이끄는 두 개의 축은 강성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과 사건 만큼이나 비중 있게 다뤄지는 강태주와 차시영 두 인물의 관계성이다. 두 사람은 사건으로 재회한 형사와 검사이면서도 학창 시절 철천지원수이기도 하다. 여기서 ‘공조를 통한 혐관(혐오 관계)에서 브로맨스로 나아가는’ 기존 수사물의 클리셰는 보기 좋게 전복된다.

“처음 받았던 대본에서는 시영이 태주를 미워했던 이유를 고백하는 장면까지가 다였어요. 앞으로 감동적인 공조를 펼치겠다 하는 생각이었는데 끝까지 어긋나는 중후반 전개를 알고 나선 너무 충격이었죠. ‘아 이 작품은 좀 다르구나’ 싶어 더 흥분되던 걸요.” 

그는 차시영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독특한 성장환경 때문에 심리적, 무의식적으로 무수한 겹으로 쌓인 캐릭터라며 “때론 괴물 같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불쌍한 아이”라고도 했다.

그가 전한 캐릭터 비화는 태주와 시영의 지독한 관계성에 설득력을 더한다.

“완전 기획 초기 단계에서는 차시영과 강태주가 한 인물이었대요. 비교적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떼서 둘로 나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사진제공 | BH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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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수와 앞으로 열 작품은 더 같이하고 싶어요.”
이희준과 박해수는 20년도 더 된 절친이자,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동료이기도 하다. 벌써 네 작품을 함께했다. 이희준은 “소속사 대표가 이번 작품이 잘 안되면 더는 둘이 같이하지 말자는 농담도 했다”며 “‘허수아비’가 잘 돼서 앞으로 열 작품은 같이해야 할 듯 하다”고 웃었다.

이희준은 얼마 전 중편 영화 ‘직사각형, 삼각형’을 스크린에 건 연출가이기도 하다. 드라마가 공들여 설계한 ‘반전’이기도 한, 범인이 공개된 문제 장면의 연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7화 말미엔 범인의 정체가 아무 전조 없이 기습 공개된다. 

“흔히 무슨 ‘티업’(골프의 준비 동작)도 없이 그냥 ‘빵’하고 공개된 게 너무 좋던데요. 때마침 배우들끼리 맥주를 마시며 방송을 보고 있었거든요. 정말 깜짝 놀랐죠. 범인(정문성)조차 놀랐을 정도였다니까요.”

박준우 감독의 리더십에 크게 감화한 후일담도 전했다. 푹푹 찌는 해남의 여름, 범죄 현장이 묘사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배우의 상태가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됐다. “매일 가장 더운 1시부터 4시까지 쉬는 시간을 가졌어요. 제작비 낭비가 될 수 있는 부분인데도 배우의 안전을 세심하게 신경써주신 점이 정말 인상 깊었죠.”

이희준은 디즈니+ ‘코리언즈’와 ‘무빙3’, 연극, 뮤지컬까지 올 한 해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행보를 예고하고도 있다.

“이거는 거절했으면 내가 좀 몸이 편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해요. 그래도 촬영하다 밤새고 공연 연습을 가도 너무 피곤한데 재밌는 거죠. 10년 전에도 그랬고, 몇 년 뒤에도 계속 이럴 것 같아요.”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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