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5월 27일 15시에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의 재무지표가 겉보기와 달리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채총액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1조원이 넘는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이 사실상의 잠재 채무로 작용하면서 실질적인 재무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불황으로 해외 자회사들의 기업가치 회복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지면서 향후 파생상품부채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PRS 계약 규모는 총 1조3137억원이다. 루이지애나 LCC 지분 40%를 기초자산으로 한 6637억원 규모 계약과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25%를 활용한 6500억원 규모 계약으로 구성됐다.
PRS는 기업이 보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파생거래다. 통상 정산 시점의 기업가치가 계약 기준보다 낮아질 경우 차액을 원보유자인 기업이 현금으로 보전해야 한다. 반대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추가 이익을 얻는 구조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의 기초자산 가치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법인 가치 하락에 따라 2430억원 규모의 PRS 파생상품부채를 인식했다. 향후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 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루이지애나 LCC 역시 안심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글로벌 석유화학 공급 과잉과 에틸렌 시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만기 시점인 2029년 11월까지 업황 반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 파생부채 발생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해외 자회사들은 비상장사인데다 최근 실적 흐름도 좋지 않다”며 “정산 시점에 기업가치가 계약 기준을 웃돌 수 있을지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같은 석유화학 업종인 LG화학 역시 PRS를 활용하고 있지만 시장 평가는 다소 다르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기초자산으로 2조원 규모 PRS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시가총액과 시장 유동성이 충분한 상장사 지분을 활용한 만큼 롯데케미칼 대비 가치 훼손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롯데케미칼이 PRS 조달에 나선 배경에는 막힌 회사채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석유화학 업황 침체 장기화로 신용등급이 하향되면서 공모 회사채 시장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업어음(CP) 등 단기 조달 수단만으로는 대규모 만기 대응이 쉽지 않자 해외 자회사 지분을 활용한 구조화 조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PRS가 재무제표상 ‘착시 효과’를 만든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일반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은 부채로 인식되지만 PRS는 투자자의 지분 투자 형태를 띠면서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조달 자금으로 기존 차입금을 상환할 경우 부채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까지 나타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PRS 계약은 자본성 인정 요건을 모두 충족한 구조로 체결됐으며 회계 기준에 따라 자본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케미칼의 연결 부채총액은 감소 흐름이다. 올해 1분기 부채는 13조77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액 역시 13조4889억원으로 전년도보다 7% 감소했다.
다만 신용평가업계는 PRS를 단순 자본성 조달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신평사들은 롯데케미칼 신용도 평가 과정에서 PRS의 ‘실질 차입금 성격’을 주요 모니터링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PRS는 만기 시 주가 변동 리스크를 회사가 사실상 전부 부담하는 구조”라며 “실질적으로는 원리금 상환 의무를 가진 차입 성격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A+ 미만 등) 아래로 하락할 경우 조기 정산 의무가 발생하는 조건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경우 PRS가 유동성 방어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잠재 리스크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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