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삼성 계열사에 근무했다가 일본의 IT 기업으로 이직한 한국인 엔지니어가의 솔직한 평가다.
지난 22일 일본 매체 IT미디어 비즈니스 온라인은 한국인 40대 남성 류모씨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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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류씨는 홍익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2010년 삼성 계열사인 IT 서비스 기업 삼성SDS에 인턴을 거쳐 입사했다. 삼성SDS 시절 류씨의 주 업무는 방송 시스템이나 회의용 시청각(AV) 시스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SI(시스템 통합) 업무였다.
이곳에서 약 9년간 커리어를 쌓으며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았던 류씨는 8년 전 돌연 일본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GMO 페파보’로 이직을 결심했다. 한국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에서 GMO 페파보를 접하게 됐고, 몇 달간의 전형을 거쳐 합격하게 됐다.
류씨는 33세의 나이에 아내, 아이들과 함께 후쿠오카에서 두 번째 인생을 맞이했다. 현재 류씨는 GMO 페파보에서 인프라 엔지니어로 근무 중이다.
류씨는 안정적이었던 삼성SDS의 삶을 버리고 일본행을 결심한 데에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류씨는 “먼저 유저들의 생생하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느끼며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 직장에서는 기업 간 거래(BtoB) 업무가 중심이다 보니,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의 반응을 피부로 체감하며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밝혔다.
더불어 기술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순수한 IT 분야의 일을 추구하고 싶었다는 게 류씨의 설명이다.
류씨는 일본에서도 잘 알려진 한국 사회의 ‘스펙 지상주의’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삼성SDS 재직 시절 신입사원 연수 지도를 맡았을 때 신입들의 이력서를 볼 기회가 있었다”면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3개 국어 구사는 기본이고 심지어 스킨스쿠버 다이빙처럼 업무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자격증까지 빼곡히 적혀 있었다”고 떠올렸다.
류씨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학 성적과 어학 점수는 기본이었고, 류씨는 면접관에게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과거 자동차 운전전문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던 이력까지 적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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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환경이 익숙했던 류씨에게 일본 기업의 문화는 신선함을 넘어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꼈다고 밝힌 류씨는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사내 행사 때 사장님이 직접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돌아다니며 직원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던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동시에 나이 제한을 받지 않고 엔지니어로 뛸 수 있는 환경, 투명한 인사고과 프로세스도 일본 기업의 장점으로 뽑았다.
류씨는 한국과 일본 기업의 차이에 대해 한국은 ‘결과주의’, 일본은 ‘과정주의’라고 정의했다. 그는 “한국은 무엇보다 속도와 성과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일단 목표가 떨어지면 전체적인 큰 틀과 레이아웃을 누구보다 빠르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직장은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집요할 정도로 정중하고 꼼꼼하게 다룬다고 한다. 그는 “일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무작정 속도부터 내기보다는, 필요한 정보를 철저히 수집해 전원이 공유하고 검토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생활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류씨는 일상생활에서 한국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느린 디지털화 때문에 답답할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류씨는 “일본에 처음 왔을 때 은행 계좌를 만들고 핸드폰을 개통하는 데 애를 먹었다. 계좌를 개설하려면 현지 핸드폰 번호가 필요하다고 하고, 핸드폰을 개통하려면 또 일본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며 “종이 통장 하나를 만드는 데도 창구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발급받기까지 몇 주를 기다려야 했다. 한국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몇 분이면 끝날 일이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사회를 바꾸는 속도는 확실히 일본보다 한국이 앞서 있다는 게 류씨의 평가다. 류씨는 “일본이 글로벌 인재를 계속 유치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성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해당 인터뷰를 접한 일본 누리꾼들은 류씨의 의견에 대부분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일본이 변화를 극도로 싫어하는 거 인정”, “기업마다 다르지만, 일본은 구성원의 의사결정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한국에서 곧바로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게 더 놀랍다”, “AI 때문에 세상은 결과와 속도를 더 중시하도록 변하고 있는데, 일본인들도 깊이 생각해볼 지점” 등의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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