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플룸네트워크는 2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토큰증권·RWA 교육 세션을 열었다. 강사로 나선 김수민 한국 총괄은 블록체인 기초부터 한·미 규제 체계까지 한 시간가량 강의했다. 플룸네트워크는 미국·아부다비·버뮤다에서 RWA 관련 라이센스를 보유한 RWA 토큰화 전문 블록체인 기업이다.
▲ 등기소가 전국에 복사된다
김 총괄은 강의 첫머리에서 블록체인의 특성을 분산성·투명성·불변성 셋으로 소개했다. 분산성은 등기소가 전국에 동시 복제된 상태, 투명성은 주식 HTS 체결 내역처럼 모든 거래가 실시간 공개되는 것, 불변성은 관보에 실린 법령처럼 한 번 새기면 고칠 수 없는 성질에 비유됐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통용되는 '온체인'과 '오프체인' 개념도 함께 설명했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상태가 온체인, 기존 은행·증권사 시스템에서 처리되면 오프체인이다. 김 총괄은 "국채든 부동산이든 실물 자산은 현실에 그대로 두고 권리와 거래 기록만 블록체인 장부에 올리는 것이 RWA 거래의 구조"라고 강의에서 밝혔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은행 적금 만기 자동 연장에 빗댔다.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짜놓은 코드라는 것이다.
▲ 2017년, 살 사람이 없었다
RWA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시점은 2017~2019년이다. 탈중앙화 금융 프로젝트 메이커다오 백서에서 처음 쓰였고, STO 개념도 이 시기 함께 나왔다. 그러나 시장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규제도, 유동성도,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김 총괄은 "토큰을 발행해도 거래할 곳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변곡점은 2022년 테라·루나 붕괴였다. '스테이블코인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시장을 덮쳤지만, 김 총괄은 "테라·루나와 현재의 USDT·USDC는 작동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띤 것은 2024년 3월이다.
운용 자산 10조 달러인 블랙록이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을 출시하면서다. 미국이 지니어스 액트와 클래리티 액트를 통과시켰고, 한국도 STO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3년 새 RWA 시장 규모는 6배로 확대됐다고 김 총괄은 전했다.
▲ RWA 가격 체계 좌우하는 '오라클'
블록체인 생태계에도 증권시장처럼 역할이 나뉜 플레이어들이 있다고 김 총괄은 강의에서 소개했다. 업비트·빗썸·바이낸스처럼 운영 주체가 명확한 곳이 중앙화 거래소(CEX), 스마트 컨트랙트로 운영되는 곳이 탈중앙화 거래소(DEX)다. 마켓메이커는 증권사 LP에 해당한다. 매수·매도 호가를 동시에 제시해 거래를 받쳐주며, 점프트레이딩·윈터뮤트·GSR이 대표적이다. 수탁사는 한국예탁결제원의 보관 기능과 같다. 앵커리지디지털·비트고·파이어블록스가 이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총괄이 특히 강조한 개념은 '오라클'이다. 현실 자산의 가격을 블록체인으로 전달하는 역할로, 블룸버그 터미널처럼 현실과 블록체인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이 시장의 70%는 체인링크 한 회사가 점유하고 있다. 김 총괄은 "국채·회사채 가격을 실시간으로 토큰 자산에 공급하기 때문에, RWA에서 오라클이 흔들리면 가격 체계 전체가 무너진다"고 진단했다.
▲ 435조 원, 한국만 무법지대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에 값을 고정시켜 놓은 디지털 화폐다. 투자자가 원화를 넣고 USDC를 사면 발행사 서클은 달러와 국채를 준비금으로 묶어두고 그 비율만큼 코인을 발행한다. 환매 때는 코인을 소각하고 준비금을 돌려주는 구조다. 시장 규모는 3200억 달러, 약 435조 원으로 한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7~8%에 해당한다.
테더와 서클 두 회사가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고 김 총괄은 전했다. 규제 측면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격차가 뚜렷하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스테이블코인 전용 연방법 지니어스 액트를 발효시켜 발행사에 준비금 100% 유지, AML·KYC 의무, 정기 감사를 부과했다.
반면 한국은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국내에서는 합법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김 총괄은 "한국에는 합법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한다고 내세울 수 있는 국내 사업자가 현재 없다"고 밝혔다.
▲ 한식이 RWA, 코스 요리가 STO
강의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RWA와 STO가 같은 것이냐"였다. 김 총괄은 음식에 빗대 설명했다. 한식이라는 카테고리가 RWA라면, 정찬 코스로 내겠다는 형태가 STO라는 것이다. 김 총괄은 "RWA는 무엇을 토큰화할지, STO는 어떤 법적 절차로 발행·유통할지의 문제"라고 구분했다. 한국에 RWA법은 없고 STO법만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가상자산과의 차이도 김 총괄은 분명히 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가격은 시장 수요가 전부지만, RWA 토큰의 수익은 국채 이자처럼 현실 경제에서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하루아침에 반 토막 나는 일은 없다는 게 그의 부연이다.
▲ 30초면 국경이 없다
전통 금융과의 속도 차이를 김 총괄은 수치로 제시했다. 미국 SEC가 주식 정산일을 T+2에서 T+1로 하루 단축했을 때 마진 요구액이 3조4000억 원 줄었다. 그 하루를 앞당기는 데 수년이 걸렸다. 블록체인은 애초에 수십 초면 정산이 끝난다. 거래 후 처리 비용은 50~80%, 은행권 연간 인프라 비용도 200억 달러 절감된다는 추산이다.
인도네시아 출장에서 직접 겪은 사례도 강의에서 소개됐다. 직원 다섯 명이 발 마사지를 받고 한 명이 먼저 계산했다. 국가마다 통화가 달랐다. 은행 송금이면 환전 수수료가 붙는 데다 주말까지 끼면 월요일에나 입금된다. 김 총괄은 "USDT로 보내니 30초가 걸렸다"고 전했다.
개도국에서 RWA 수요가 폭발적인 이유도 김 총괄은 짚었다. 베트남 은행 금리는 5%에 못 미친다. 플룸 네스트 플랫폼의 미국 국채 볼트 중에는 연 11~12%짜리도 있다. 300달러 소액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김 총괄은 "플룸 네스트 1위 사용자 국가가 베트남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 STO 거래소는 두 곳뿐
국내 STO 법제화 현황도 강의에서 진행됐다. 지난 1월 15일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시행은 2027년 1월이다. STO 거래 플랫폼 인가는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KRX) 두 곳이 받았다. 김 총괄은 "넥스트레이드는 토큰증권 전용 거래소를 새로 구축하고, KRX는 기존 주식 시장에 얹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플룸이 STO 거래소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총괄은 "거래소 라이센스도 없고, 신청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국내 규제 논의도 화제에 올랐다. 발행 주체를 놓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한국은행은 은행 지분 51% 이상 컨소시엄에 한해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쪽이고, 금융위는 기술 기업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김 총괄은 은행 자회사와 비은행 발행사를 이원화한 미국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밝혔다.
▲ "한 달 내 대형 볼트 출시"
플룸은 미국 명의개서대리인(TA), 아부다비 ADGM 산업 라이센스, 버뮤다 클래스M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다. 김 총괄은 "버뮤다 라이센스로 세계 최초 '규제 적격 온체인 볼트 매니저' 지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라이센스의 핵심은 기관 자금 유치라고 그는 밝혔다. 미국 대형 운용사가 합법적으로 토큰화 국채에 투자하려면, 이 라이센스를 보유한 자회사와 계약해 신규 볼트를 만들고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기존 알파·블랙오팔 볼트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별도 신규 볼트로 출시된다. 김 총괄은 "누구나 이름을 아는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자산으로 한 달 안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채권 잔액은 약 3500조 원, 이 중 STO 적격 자산은 367조 원이다. 해외 투자자가 한국 채권에 투자하려면 현재로선 국내 증권사 계좌 개설과 원화 환전, KRX 거래 시간을 모두 맞춰야 한다. 토큰화하면 이 장벽이 사라진다고 김 총괄은 강조했다. 그는 "라고스의 변호사, 마닐라의 프리랜서, 상파울루의 소상공인도 스마트폰 하나로 몇 초 안에 RWA 상품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플룸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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