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부장판사, 사법정책연구원 학술대회서 제언
"사생활·개인정보 고려 신중한 접근 필요"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알권리 보장을 위해 판결서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명은 실명 공개하는 등 비실명 처리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반면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법정책연구원(원장 이승련)은 27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청심홀에서 '판결문 공개제도의 실무상 쟁점'을 주제로 법률신문과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현재 판결서는 인터넷 열람 제도를 통해 형사사건의 경우 2013년 이후 확정된 사건, 민사·행정·특허사건은 2015년 이후 확정되거나 2023년 이후 선고된 사건을 열람할 수 있다.
최근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2027년 12월 31일부터는 미확정 형사판결서도 열람 가능하다.
다만 판결서 열람 제도 시행 이전 과거 판결서 등은 여전히 공개가 제한되고, 이름을 비롯한 개인정보 비실명 처리가 과도해 판결서 공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현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는 "판결서 공개는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예방하고 다양한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라며 "재판공개의 원칙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기여하고 사법의 책무를 다하는 길이 된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판사는 "비실명 처리 대상이 광범위하고 처리 방식도 단순해서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자연인뿐 아니라 법인과 단체 명칭도 전부 비실명 처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를 참조해 법원은 최소한의 필수 정보를 비실명 처리하고, 그 외의 정보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추가로 비실명 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또 판결서 열람 수수료가 접근 장벽이 되고 있다면서 "수수료는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냈다.
이무룡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는 토론에서 재판소원 제도 도입을 언급하며 "판결문이 타 기관에 의한 비판적 검토의 대상이 돼 버린 이상, 그 검토의 범위를 대중에게로 넓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판결문 공개 확대 관련 헌법소원 사건을 진행 중인 박지환 변호사(법무법인 혁신)도 토론에 참여해 "(판결서 공개 제도 시행 이전) 과거 판결서도 공개해야 하고, 현재 공개된 판결서 역시 검색할 수 있는 포맷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판결서 공개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재남 인천지법 판사는 "우리나라는 사생활의 비밀, 개인정보가 중요한 헌법적 가치로 인정되고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조치 대상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 판사는 "2024년 기준 1년간 선고된 민·형사 등 판결은 77만건이고, 공개된 판결서는 약 50만건으로 약 65% 수준"이라며 연방·주법원 판결의 3% 미만이 공개되는 독일 등 외국과 비교해도 많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법관을 찾는 '포럼쇼핑'이나 특정 법관에 대해 승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변호사를 찾는 목적 등을 위해 판결서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것에 대해 적절한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판결서 데이터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박철홍 광주지법 순천지원 부장판사는 "'선례적 가치가 낮은 판결서 데이터까지 일률적으로 공개하고 상업적 이용의 허용을 전제로 판결서 벌크 데이터(파일 단위 개개 데이터를 모아놓은 것)나 데이터 세트(컴퓨터에 의한 분석에 적합하도록 관련 정보를 집적한 것) 자체를 제공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개인정보 문제는 '공개하지 말자'는 결론이 아니라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라는 방법론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판결서 데이터 이용을 금지·특별규율 대상(데이터 재판매와 법관 개인의 순위화, 재판부 쇼핑)부터 저위험 대상(단순 검색, 색인 등)까지 유형별로 위험을 나눠 관리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축사에서 "판결문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와 재판 공개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중요한 제도"라면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인격권 보장이라는 중요한 과제도 함께 존재한다. 특히 디지털 환경과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판결문 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보 오남용을 막고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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