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다누리, 누리호. 우리나라 우주 개발 역사에서 의미있는 행보와 쾌거로 기록된 성과물이다.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2013년 1월 30일 3차 시도 만에 성공하며 세계 11번째 스페이스클럽 회원국이 됐고, 달 궤도선 ‘다누리’가 2022년 12월 28일 달 궤도 진입 성공으로 세계 7번째 달 탐사국 반열에 올랐다. 올해 3분기 5차 발사가 예정된 ‘누리호’의 연이은 성공은 한국형 발사체에 대한 신뢰성을 더욱 두텁게 했다. 이 발사체들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날아올랐다. 한국은 세계 13번째 우주센터 보유국이다. 우주 개발 경쟁에 뒤늦게 참전했지만 추격 속도를 높이면서 세계적 수준의 우주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키’를 쥔 컨트롤타워는 우주항공청이다. 민간 우주산업 육성, 우주경제 실현을 기반으로 ‘세계 5대 우주강국’ 도약을 이끌고 있다. 27일 우주항공청은 개청 2주년을 맞았다. <편집자주> 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우주항공청(우주청) 출범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우주산업의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 현대로템 등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이 우주 사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K-스페이스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누리호 4차 발사와 차세대중형위성 2호 발사 성공은 민간 주도 우주산업 전환 흐름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우주청이 연구기관 중심의 기술 개발에서 민간 기업의 기술 이전 및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을 중심으로 운영 체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 벗어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정책적 신뢰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우주청 오태석 청장도 기업 간담회를 정례화하며 현장 소통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장 소통 행보는 올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 2월, 대전의 드론 기업 나르마에서 열린 첫 간담회를 시작으로, 3월에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스를 찾아 위성 제조 및 서비스 기업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했다. 이어 4월에는 국가우주위원회 민간위원들과의 간담회,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의 우주수송 기업 간담회 등을 이어가며 규제 개선과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구체화했다.
이달에도 소통 행보는 이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1사업장에서 열린 제5차 SOS 간담회를 통해 누리호 발사체 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민간 중심 우주수송 체계 전환 과정에서 업계가 겪고 있는 애로사항과 제도 개선 필요 사항 등을 논의했다. 직후에는 달 탐사 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업 간담회를 개최해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함께 모색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우주청의 정례적 소통 움직임에 대해 “정책과 산업 현장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유의미한 변화”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KAI 관계자는 “우주청 출범 이후 우주개발을 단순 연구개발이 아닌 산업과 시장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정책 방향이 분명해졌다”며 “민간 참여 확대 역시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산업화를 강조한 적은 있었지만 산업체 준비 부족과 사업 연속성 문제 등으로 실제 이행이 지연된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된 단계로, 앞으로는 이를 실제 산업 성장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업화의 대표 사례로는 차세대중형위성 개발사업이 꼽힌다. 해당 사업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축적한 기술을 산업체로 이전해 민간 역량을 키우는 구조로 추진됐다. 1호 위성은 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후 2호기부터는 KAI가 체계종합을 맡아 개발을 주관했다. 2호와 3호 위성은 발사에 성공했고, 4호 위성은 오는 7월 발사를 앞두고 있다.
KAI 관계자는 “차세대중형위성은 정부의 산업화 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는 위성이나 발사체 개발에 그치지 않고 운영, 데이터 활용, 서비스, 수출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 확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체 역시 정부사업 참여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을 표준화·모듈화해 해외 협력과 수출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AI는 다목적실용위성, 정지궤도위성, 군 정찰위성, 6G 통신위성 등 국내 주요 위성 개발 사업에 참여하며 중대형 위성 개발 경험을 축적해왔다. 2020년에는 민간 최초로 위성 개발부터 양산까지 일괄 수행할 수 있는 우주센터를 구축했으며, 올해는 4t(톤)급 대형 열진공 챔버를 도입해 소형부터 대형 위성까지 시험 가능한 체계도 확대했다.
항공기와 위성을 동시에 개발·생산하는 역량을 기반으로 기존 항공 수출 네트워크와 연계한 패키지형 수출 전략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K-방산과 우주산업 간 시너지 확대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발사체 분야에서도 민간 참여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5년 진행된 누리호 4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체계종합기업 역할을 맡아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1~3차 발사가 정부 연구기관 중심이었다면, 4차부터는 민간이 제작과 운영 전반에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누리호 관련 기술 이전 절차를 진행 중이며, 향후 반복 발사와 사업화 체계 구축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국가 연구개발 성과가 민간 생산 체계로 넘어가는 상징적 전환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간 우주 스타트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최근 일본 항공우주 상사 자룩스와 2028년 발사 서비스 관련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섰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메탄 엔진 기반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추진 중이다. 아직은 기술 실증과 초기 시장 진입 단계지만,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도 민간 발사 서비스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를 ‘K-스페이스 전환기’로 보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기업들의 투자와 사업 확대 움직임은 활발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사업이 정부 발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완전한 민간 중심 시장 구조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업 우주산업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기보다는 정책 방향이 점차 구체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누리호 이후 지속적인 발사 계획과 민간 참여 확대 정책이 이어질 경우 점진적인 산업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주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사업의 연속성과 민간 투자 기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복 발사와 위성 사업, 탐사 프로그램 등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 추진돼야 기업들도 안정적으로 투자와 채용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형 기업과 중소기업 간 역할 분담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앵커기업은 대형 사업과 체계종합을 맡고, 중소·강소기업은 핵심 부품과 특화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K-스페이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혁신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실행력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 우주청이 추진 중인 산업 지원 체계가 기업 투자와 사업 확대 성과로 이어질 때 민간 주도의 우주경제 시대가 꽃피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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