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7일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하 공동교섭단)은 경기 용인시 기흥에 위치한 삼성전자 The UniverSE에서 2026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여명구 부사장,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최승호 위원장) 사진=삼성전자 재공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최종 가결되면서 총파업으로 치닫던 노사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반도체(DS)와 완제품(DX) 부문 간 성과급 격차가 최대 100배 수준까지 벌어지면서 보상 형평성 논란과 투표 효력을 둘러싼 노노(勞勞) 갈등까지 겹치며 타결 이후의 내부 분열이 도리어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지난 엿새간 진행한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찬성률 73.7%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전체 투표권자 6만5593명 중 6만2616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95.5%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찬성은 4만6142명, 반대는 1만6474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표결로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국면은 피하게 됐다. 앞서 노조 공동교섭단은 사측과 성과급 제도 개선,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고, 조합원 투표 결과 가결되면서 노사 갈등도 사실상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다만 문제는 표결 이후다. 이번 합의안이 DS부문, 특히 메모리사업부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DX 부문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크게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과 스마트폰·TV·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으로 나뉜다.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DS부문 내 메모리사업부 임직원은 세전 연봉 1억원 기준 특별경영성과급 자사주 약 5억5000만원과 초과이익성과급(OPI) 5000만원을 더해 최대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적자를 기록한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부도 부문 재원 조정을 통해 약 2억1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반면 DX부문 직원들은 특별경영성과급으로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받는 데 그친다. 같은 삼성전자 구성원 사이에서 수억원대와 수백만원대 보상이 갈리는 만큼 DX부문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합의안에 대한 내부 온도 차는 표결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반도체 부문 직원 비중이 80% 이상으로 알려진 최대 노조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에서는 찬성률이 80.6%에 달했다. 반면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서는 정반대의 표심이 나타났다. 전삼노는 89.0%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찬성은 1536명에 그쳤고 반대는 5747명으로 찬성표의 3배를 웃돌았다. 전체적으로는 합의안이 가결됐지만, 실제 표심은 노조별·사업부별 이해관계에 따라 크게 갈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삼노의 반대 표심이 DX부문 직원들의 불만과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투표를 앞두고 전삼노 조합원 수가 급증한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지난 19일 1만5000여명 수준에서 27일 오전 기준 2만600명으로 늘었다.
공동교섭단 탈퇴로 이번 투표에서 제외된 동행노조 역시 자체 투표에서 반대 8909표, 찬성 47표라는 압도적인 불합의 의사를 나타냈다. 동행노조까지 유효투표로 계산됐다면 찬성률은 더 내려가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노사 합의를 최종 확정하고도 내부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미 동행노조는 DX부문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동교섭단을 탈퇴했고, 이후 수원지법에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절차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동행노조는 가처분 신청과 별도로 투표 무효 확인 소송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영진도 이번 사안을 가볍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노태문 대표이사 겸 완제품(DX) 부문장(사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최근 임금협상 과정과 결과로 많은 분이 소외감과 박탈감, 회사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며 "사업별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어디에 더 과감하게 집중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무엇이 가장 절실한지 등 원가 구조와 사업 운영 방식, 상품 경쟁력과 실행 체계까지 하나하나 직접 보고 챙기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사업부별 보상 격차를 둘러싼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DS부문은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늘어난 이익이 성과급 재원에 직접 반영되는 반면, DX부문은 스마트폰·TV·가전 등 완제품 사업 특성상 원가 부담과 경쟁 심화로 수익성 개선 폭이 제한적이다. 같은 삼성전자 안에서도 사업부별 실적 기여도와 수익 구조가 다르다 보니, 동일한 교섭 테이블에서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노조 내부에서는 교섭 구조 재편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전날 향후 계획에 대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개선을 중점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DS와 DX 교섭 분리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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