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2분기를 기점으로 대규모 설비투자에 시동을 걸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본격적인 '투자의 계절'이 열리고 있다. 다만 양사 성과급 재원이 연간 설비투자액의 절반에 달해 자금 운영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들어 평택캠퍼스 제4공장(P4) 생산라인(ph) 중 2개 라인에 대한 전공정 설비를 대량 발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라인은 ph4와 ph2으로 모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을 전담한다. 이에 따라 ph4에는 이르면 상반기, ph2는 늦어도 11월 내 반입을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5공장(P5)에 적용할 초미세공정용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20여 대와 심자외선(DUV) 장비까지 총 70여 대도 ASML 등 핵심 협력사에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 발주 금액만 10조원 이상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팹 추가 투자도 2분기부터 집행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부터 전략적이고 선제적인 투자로 확보한 신규 생산 공장과 클린룸 공간에 설비 투자가 확대되면서 생산량(CAPEX)도 상당히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부터 청주 M15에서 321단의 9세대 낸드 플래시 전환 투자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올해 최대 40조원 이상을 청주 M15X와 첨단 패키징 팹,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의 설비·연구개발(R&D) 투자에 투입할 방침이다. 반도체 장비 업계의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N%' 방식 성과급을 매년 수십조원 규모로 지출하게 돼 투자 실탄 확보에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됐다.
양사의 올해 성과급 지급 규모는 67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영업이익 350조원을 달성할 경우, 반도체 특별성과급 재원 10.5%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약 1.5% 등 약 42조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25조원(영업이익 250조원 기준)을 직원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반도체 팹 하나를 짓는데 평균 30조원이 소요되는 만큼 양사 성과급 규모를 합치면 반도체 공장 2기를 건설할 수 있다.
반면 글로벌 경쟁사들은 설비투자 자금 확보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마이크론은 올해 총 설비투자 규모를 기존 200억 달러(약 30조원)에서 250억 달러(약 38조원)로 확대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65억 달러(약 24조8572억원)로 집계됐다. 마이크론은 "시장 성장세에 발맞춰 충분한 클린룸 용량을 확보하는 데 모든 재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TSMC 역시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560억 달러(약 85조원)으로 상향했다. 인공지능(AI) 칩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증설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내부 유보금을 최우선 배정하고 미국 등 해외 공장 소재국의 정부 보조금 수령으로 가용 현금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차세대 HBM과 초미세공정 기술력은 자금력이 승패를 가르는 치킨 게임"이라며 "매해 수십조원씩 고정비로 빠져 나가는 상황은 반도체 산업의 미래 잠재력을 갉아먹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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