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한화오션이 건조한 3000t(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지난 23일(현지시각)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기지에 입항했다. 국산 잠수함이 태평양을 횡단해 캐나다에 도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편도 약 1만4000km에 달하는 장거리 항해를 무결점으로 완주했다. 업계는 이번 항해를 단순한 방문을 넘어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겨냥한 한화오션의 실물 검증형 세일즈로 보고 있다.
CPSP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6월 말로 예상된다. 입찰이 임박하면서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이 손잡은 ‘원팀’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산안창호함의 캐나다 입항은 입찰 경쟁의 판도를 한국 우세로 기울게 하는 막판 승부수로 읽힌다는 게 27일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캐나다 해군 승조원이 하와이 출항 단계부터 직접 탑승해 운용 체계와 통신 환경을 체험한 점이 한화오션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언론에서는 “1999년식 혼다 시빅을 몰다가 신형 테슬라를 사는 것과 같다”는 비유도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경쟁 구도가 ‘독일 49, 한국 51’ 수준까지 좁혀졌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에는 한화오션의 장기간 축적된 플랫폼 경험이 있다. 1987년 1200톤급 209급 장보고함 수주를 시작으로 한국 잠수함 건조의 문을 연 이후, 209급 9척과 214급 3척, 3000톤급 KSS-Ⅲ 5척 등 총 17척의 잠수함을 건조하며 국내 해군 전력의 핵심축을 담당해왔다. 이는 우리 해군이 보유한 24척 중 대다수를 한화오션이 책임져 온 것으로, 사실상 ‘잠수함 전선종 건조 경험’을 축적한 유일한 조선소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초기에는 독일 기술을 기반으로 한 209급과 214급을 통해 설계·건조 역량을 흡수하는 단계였다면, 이후 손원일급과 214급 개발 과정에서는 AIP(공기불요추진체계)를 적용하며 잠항 능력과 은밀성을 고도화했다. 이어 개발된 KSS-Ⅲ는 수직발사관(VLS), 리튬이온 배터리, 연료전지 기반 AIP 추진체계를 결합한 3000톤급 중형 잠수함으로, 재래식 잠수함 가운데 최상위 전력으로 평가된다.
한화오션은 잠수함뿐 아니라 구축함 사업에도 참여하며 플랫폼 통합 역량을 확대해왔다. KDX-I, KDX-II, KDX-III 등 한국 해군 구축함 전력화 사업에서 함정 건조는 물론 무기체계, 전자전 시스템, 미사일 통합 등 전투체계 전반을 수행하며 방산 시스템 통합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오션은 ‘잠수함 전문 조선소’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2011년 인도네시아에 1400톤급 나가파사급 잠수함 3척을 수출하며 국내 최초 잠수함 수출을 성사시킨 데 이어 추가 3척까지 수주하면서 총 6척의 해외 수출 실적을 확보했다. 단순 건조를 넘어 정비·개량·현지 생산을 포함한 패키지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잠수함 ‘수입국’에서 ‘공급국’으로 전환된 첫 사례로 인정된다.
한국국방기술학회 유형곤 센터장은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잠수함 설계와 건조 인프라를 축적해 왔으며, 현재도 국내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업체로 평가된다”며 “잠수함 분야에서는 사실상 선도 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준에서도 한화오션의 잠수함 기술은 상위권으로 손꼽힌다. 유 센터장은 “설계·건조 능력 자체는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면서도 “추진체계 등 일부 핵심 기술은 해외 의존도가 남아 있지만 전체 통합 역량 기준으로는 글로벌 상위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센터장은 “초기에는 독일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현재는 한국이 상당 부분 격차를 좁히며 양측이 대등한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라며 “산업 협력, 성능, 신뢰성, 외교 관계 등 복합적인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특정 쪽의 우위를 단정하기는 어려운, 사실상 50대 50에 가까운 경쟁 구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지대학교 최기일 군사학과 교수도 판세를 비슷하게 진단했다. 최 교수는 “초기에는 독일 우세였지만 현재는 한국이 상당 부분 따라붙은 상황”이라며 “독일 49, 한국 51 정도의 우위 구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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