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지방선거 이주민 인권 정책요구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이주인권단체들이 정치권을 향해 이주민 권익 보장과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 공약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동·의료·주거·교육 등 생활 전반에서 이주민이 배제되고 있다며 지방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전국 이주 관련 단체 및 연대체들은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이주민 인권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국내 이주민은 283만 명에 달하고, 3개월 이상 장기체류자도 약 217만 명에 이르지만 여전히 정책과 정치 영역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이주민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평등한 권리 보장 정책을 공약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현행 제도상 지방선거 투표권이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일부 외국인에게만 제한적으로 부여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 2022년 지방선거 기준 전체 투표자 가운데 외국인 투표자 비율은 0.02%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노동과 보육·교육, 돌봄, 의료, 주거 등 삶 전반에서 차별과 배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치권은 필요할 때만 이주민을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선거 국면에서는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된 인공지능(AI) 감시카메라를 활용한 미등록 이주민 단속 공약이나, 특정 국가 출신 이주민을 '부정선거'와 연결 짓는 주장 등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단체들은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 정치가 확산하고 있다"며 "지방선거가 배제와 혐오의 장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삶을 논의하는 민주주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야별 정책 요구도 제시됐다. 이주노동 분야에서는 사업장 변경 자유 보장과 지자체 차원의 이주노동자 쉼터 설치, 임금체불·폭력 근절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우다야 라이 MTU 위원장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사용하는 휴대전화, 자동차, 건물 상당수가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지만 정작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임금체불, 산업재해, 사업장 이동 제한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며 "지방정부와 정치권이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여성 지원 대책도 주요 요구안에 포함됐다. 단체들은 결혼이주여성의 체류자격이 혼인 유지 여부나 출산·양육 여부 등에 과도하게 연동돼 있다고 지적하며, 이주여성의 독립적 체류권 보장과 젠더폭력 대응 체계 확대를 촉구했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현행 정책은 결혼이주여성을 한국 남성의 배우자나 자녀의 어머니 역할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혼하거나 자녀가 없는 여성은 체류 과정에서 불이익을 겪는 구조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120만 명이 넘는 이주여성이 젠더 기반 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상담과 지원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치권이 이주여성 역시 유권자이자 정치적 주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권 분야에서는 이주민에게 건강보험 수가보다 최대 10배 수준의 국제수가가 적용되는 현실을 문제 삼으며 필수 의료 보장과 공공 의료통역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난민과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지원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단체들은 난민 인권보호 조례 제정과 함께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보육·교육 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일 난민인권네트워크 의장은 "난민들도 이미 지역사회에서 함께 일하고 생활하며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으로서 난민의 삶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각 정당과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정책 요구안을 전달하고, 선거 과정에서 이주민 권리 보장 공약 반영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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