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 후폭풍] 'KTX 동맥'은 왜 하나였나…19년 만에 드러난 서울역 북측 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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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고가 후폭풍] 'KTX 동맥'은 왜 하나였나…19년 만에 드러난 서울역 북측 병목

아주경제 2026-05-27 16:46: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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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여파로 KTX와 일반열차 130여 회가 멈추거나 단축된 가운데 철도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울역 북측 경의선 축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간선 철도망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고는 단순히 한 구간의 전차선이 끊긴 문제가 아니라 서울역을 중심으로 한 차량 회송 체계가 병목에 갇힌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철도 당국이 사고 여파를 수습하는 데 애를 먹는 근본적인 원인은 선로 자체 파손보다 차량 운용 마비에 있다. 잔해가 덮친 서소문 건널목 상부 구간은 서울역과 용산역을 시·발착하는 고속열차와 일반열차가 정비·검수 및 주박을 위해 고양 행신차량기지와 수색차량사업소로 이동해야 하는 핵심 통로다.

서울역 승강장은 공간이 협소해 도심에 열차를 오래 세워둘 수 없다. 운행을 마친 열차는 즉시 수색·행신 기지로 입고되어야 하고, 정비를 마친 열차가 다시 출고되어야 다음 운행 다이어(시간표)를 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기지에 갇힌 열차는 나오지 못하고 지상에 남은 열차는 대기 장소를 찾지 못해 차량 운용이 연쇄적으로 지연됐다.

이번 사고는 철도 운영 마비가 되풀이됐다는 측면에서 2007년 발생한 ‘경의선 가좌역 선로 지반침하 사고’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좌역 지반침하 사고 역시 인근 공사 현장의 흙막이가 무너지며 수색차량기지 진입로가 차단됐고 이로 인해 전국 철도망이 일시에 차질을 빚는 구조적 취약성을 노출했다.

이장호 국립한국교통대 교수는 “현실적인 문제는 시·발착역이 되는 서울역과 차량기지(수색·행신) 간 거리가 먼 데다 그 사이 구간을 모든 열차가 전적으로 왕복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가좌역 사고와 이번 서소문 사고 모두 차량기지로 들어가는 단일 선로축에 단선이 생기면서 철도 운영 전반에 타격을 주는 동일한 메커니즘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기술적 우회로의 한계도 대란을 키웠다. 전기동차인 KTX는 지상의 용산선 우회로를 통해 용산역으로 진입하는 임시 방편이 일부 가능하지만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일반 무궁화호와 화물열차는 과거 용산선 지하화 당시 설계된 단전 및 환기 문제로 인해 해당 노선 진입이 원천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무궁화호 등은 서울 도심에 진입조차 못하고 대전역 등에서 조기 회차하는 파행 운행이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토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지상 대안 노선 신설이라는 접근 대신 이미 국책 사업으로 지정된 기존 지하화 계획을 조속히 완공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는 서울역 북측 지상 병목을 우회해 지하로 광명에서 서울을 거쳐 수색차량기지까지 연결하는 ‘수색~광명 고속전용선’ 사업이 반영되어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사업 계획에 반영된 수색~광명 고속전용선이 조기 지하화되어 지상 노선과 완전 분리된 별선(대체 노선)을 확보하게 된다면 최소한 고속열차(KTX) 영역만큼은 상부 도로 해체 같은 돌발적인 외부 사고 영향에서 원천 차단돼 전국적인 연쇄 마비 여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단기적인 보완책으로 철도 본선을 횡단하는 전국 노후 고가·교량 해체 시 정부 지자체 간 근접 시공 안전 협의체 가동을 의무화하고, 단일 병목 구간에는 드론과 센서를 활용한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다중화하여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의수 국립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사고 당일 새벽 2시쯤 이미 지반 침하가 확인됐고 붕괴 조짐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센서나 모니터링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위험 조짐이 나왔을 때 무작정 현장에 들어갈 게 아니라 하부에 지지대나 철판을 다시 깔고 가설물 안전을 확보한 뒤 진입하도록 선제적인 제어 매뉴얼을 다듬어야 철도망 마비 같은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도 “이번 대란은 노후 인프라 철거 공사를 충분한 시뮬레이션 없이 밀어붙인 강박이 초래한 결과”라며 “단 한 번의 공사 사고로 국가 철도 중추망 20%가 마비된 만큼 막대한 안전 비용과 유기적 조율이 담보돼야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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