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25시] '그날 추웠다'는 계양을 후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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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그날 추웠다'는 계양을 후보의 말

프라임경제 2026-05-27 16:17: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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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2월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전쟁기념관 앞에서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장 대령이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정말 와보고 싶었어요."

국회를 처음 찾은 시민이라면 할 수 있는 말입니다. 본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생각보다 크다"고 감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한 사람이 김현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무소속 후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김 후보는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입니다. 12·3 비상계엄 당시 병력을 이끌고 국회 본관에 진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인물이 국회 경내를 걸으며 "정말 와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본관을 바라보며 "엄청 크네. 가까이 가면 더 크겠네"라고도 했습니다.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 '참군인김현태'에는 '정말 와보고 싶었어요. 국회에서 비상계엄 당시를 회상하는 김현태 후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김 후보는 현재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영상에서 더 눈에 밟히는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스태프가 '2024년 12월3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김 후보는 웃으며 "그때 너무 추웠다. 옷을 좀 따뜻하게 입겠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국회에서의 임무 수행 시간에 대해서는 "1시간30분밖에 안 된다"며 "한 일이 뭐 없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날 밤 국회는 그저 큰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모여 있던 곳이었습니다.

헌정질서가 버티고 있던 마지막 선이기도 했습니다. 그곳에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들어왔고, 본관 유리창이 깨졌습니다. 무장 병력이 내부로 진입했습니다. 시민들은 밤새 화면을 지켜봤습니다. 이 나라 민주주의가 정말 무너지는 것 아닌가, 숨죽이며 지켜봤습니다.

그런 밤을 두고 먼저 나온 말이 "추웠다"였습니다.

물론 김 후보는 아직 재판 중입니다.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피고인에게는 방어권이 있고, 후보자에게는 자기 입장을 밝힐 권리가 있습니다. 김 후보 측도 그동안 상부 명령에 따른 군인으로서 임무를 수행했을 뿐, 국헌문란 목적은 없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해 왔습니다. 영상에서도 그는 "군인으로서 상식선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부분까지 지워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법정의 판단과 정치의 책임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국회 진입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유권자 앞에 섰다면, 적어도 그날의 무게를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됩니다.

김 후보는 2024년 12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국회의사당 출동을 지시했고, 창문을 깨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때는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선거판에 들어온 뒤에는 "한 일이 뭐 없다"고 합니다. 그 간극이 불편합니다.

1시간30분은 짧지 않습니다. 헌정질서를 흔드는 데 하루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국회 표결이 막히고, 입법부가 군 병력 앞에 놓이는 장면만으로도 민주주의는 충분히 위협받습니다.

김 후보가 국회를 찾은 것 자체를 문제 삼자는 뜻은 아닙니다. 후보자가 국회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영상으로 남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장소가 장소입니다. 본인이 그곳과 어떤 관계로 묶여 있는지 정도는 알았어야 합니다.

더욱이 그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입니다. 유권자의 선택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말이 어떤 의미로 들릴지, 자신이 선 장소가 어떤 기억을 품고 있는지 살폈어야 합니다.

김현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무소속 후보가 국회 본관 앞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회상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참군인김현태 캡처

특히 국회에 군 병력을 이끌고 들어간 혐의로 재판받는 사람에게는 더 그렇습니다. 정치가 거칠어졌다고 해도 공직 후보자의 말에는 무게가 있어야 합니다. 국회 진입 혐의로 재판을 받는 후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1시간30분밖에 안 된다"는 설명보다, 그 시간이 국민에게 어떻게 기억되는지 먼저 헤아렸어야 합니다.

김 후보가 정말 국회에 다시 오고 싶었다면, 첫마디는 "와보고 싶었다"가 아니었어야 합니다.

"그날 국민께서 느꼈을 공포에 대해 책임 있게 설명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는 말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민주주의는 총칼 앞에서만 무너지는 게 아닙니다. 반성 없는 말, 책임을 지우는 웃음, 과거를 가볍게 소비하는 정치 속에서도 조금씩 무너집니다.

그래서 "그날 추웠다"는 말이 더 차갑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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