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 전 WKBL 경기운영부장(가운데)이 27일 인천 당하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제공ㅣWKBL
[스포츠동아 강산 기자] 운동선수들에게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다. 하지만 운동에 인생을 바친 선수들이 은퇴 후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커리어를 마무리한 이후에도 자신이 몸담았던 종목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큰 행운이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은퇴선수 지원사업이 주목 받는 이유다. 은퇴 선수의 커리어를 확장하기 위한 사업이다. 은퇴 이후 농구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게 핵심 포인트다. WKBL이 직접 농구 지도 방법, 성폭력 예방 등과 같은 관련한 교육을 진행한다. 이를 수료하면 은퇴 선수들에게 강사 자격을 부여한다. 이후 현장에 파견해 아이들을 지도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많은 은퇴 선수들이 이 사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WKBL 정진경 전 경기운영본부장, 김보미 전 경기운영부장은 방송사 해설위원과 농구 강사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김연주 MBC스포츠+ 해설위원도 학교 스포츠 클럽 및 대학 농구 동아리 강사로 활동 중이다. WKBL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커리어 모델을 만드는 게 연맹과 구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해설위원은 “오래 농구를 해왔으니 그에 관련된 일을 하면 편안함을 느낄 것”이라며 “WKBL이 경기도, 인천, 대구, 부산, 제주 등 지역 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해당 지역에 강사를 파견한다”며 “나는 학교의 교과 수업 중 전문가와 함께하는 농구교실이라는 타이틀로 수업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김포에서 수업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유영주 전 BNK 감독(오른쪽)이 농구 강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현역 선수들이 은퇴선수 지원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 변화다. 김 해설위원은 “젊은 선수들에게 은퇴 이후의 삶을 물어보면 ‘연맹의 은퇴선수 지원사업이 있지 않냐’고 말하기도 한다”며 “그런 인식을 갖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먼저 은퇴한 선수들이 일을 하고 있고, 긍정적인 얘기를 해준 덕분이다. 지도자 쪽에 재능이 있는 선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구 꿈나무 육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해설위원은 “학생들은 농구 수업에 여자 선생님이 오니 신기해하더라”며 “수업을 하다 보면 ‘나는 못 한다’며 포기하는 여학생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여자인데 프로 선수까지 했다’고 말해준다. 자신감을 갖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괜찮다”고 수업 분위기를 전했다.
유영주 전 부산 BNK 썸 감독은 백령도, 연평도 등 발길이 닿기 쉽지 않은 곳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소외된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농구를 하고 뛰어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내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좋은 기회가 왔다. 학생들도 너무 좋아한다. 학교에서도 ‘또 와주실 수 있냐’고 한다”며 뿌뜻해했다.
그는 “선수들이 은퇴 후 보유한 재능을 기부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다”며 “그 과정서 재능 있는 학생들을 발견해 엘리트 선수로 추천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농구라는 스포츠를 알려주는 것 자체가 굉장히 보람된 일”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김보미 전 WKBL 경기운영부장(오른쪽)이 27일 인천 당하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제공ㅣWKBL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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