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 조정 주기를 기존 2주에서 4주로 늘리기로 했다.이에 일각에서는 시장 대응 여지가 더욱 줄어든데다 사실상 제도 장기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민생 안정과 주유소 사업자의 재고 관리 예측 가능성을 이유로 조정 주기 확대를 결정했다. 하지만 최고가격제 자체가 이미 시장 가격 결정 기능을 제한하는 구조인 만큼 조정 주기 연장까지 겹치며 시장 대응 여력이 더 축소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체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자체가 상한을 정해놓는 구조라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조정 주기가 늘어난 셈이라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유가와 국제제품가격이 계속 변동하는 상황에서도 정유사들이 이에 맞춰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지난 21일 6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휘발유 L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 최고가격은 4차례 연속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최고가격 조정 간격도 기존 2주에서 4주로 확대했다.
산업부는 중동 전쟁 국면이 교착 상태에 접어들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주유소 가격 역시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일각에서는 조정 주기 확대가 사실상의 제도 연장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2주 단위로 운영되다 보니 매번 종료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최소 4주는 유지된다”며 “이제는 한 차례 더 연장될 경우 다시 4주 단위 운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는 업계가 그동안 최고가격제 운영 방식 자체에 문제의식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정 주기와 관계없이 필요 시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이와 별개로 가격 동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 변동을 국내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국제유가 흐름과 무관하게 가격이 유지되면서 시장 가격 기능이 제약받고 있다.
한편 최고가격제가 장기화되면서 조정 주기보다 손실보전 기준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3차부터 6차까지 최고가격이 4회 연속 동결된 상황에서 국제유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제도가 장기화될 경우 정유사들의 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손실보전 방식의 핵심인 원가 기준이 여전히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현행 고시에 따르면 정유사가 회계법인 검증을 거쳐 산업부에 제출하면 정부가 정산위원회를 통해 보상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다만 제품별 생산 구조와 수익성 기준이 회사마다 달라 객관적인 원가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보다 구체적인 원가 산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건 어떤 기준으로 원가를 인정하고 손실을 보전할 것인지”라며 “정부가 기준을 구체화해야 업계와의 협의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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